친구: 거울의 이미지가 뭐야 너에겐?
나:  아함~ 이 새벽에 뜬금없이 머선 주제야?
친구: 내겐 거울이 자기애를 비추는 도구라는 이미지가 또렷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말야.
나: 내게도 거울은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아~ 거울아~ 식의 대표적인 대면 이미지야.
나: 미묘한 차이의 다른 은유가 있긴 하지. 나르키소스가 들여다보는 물 같은 것.

친구: 둘의 차이가 뭘까?
나: 나르키소스가 들여다보는 물에는 풍경들이 반사되잖아. 하늘, 나무, 구름 같은 것.
친구: 거울에도 자기만 비치지 않고 다른 것들이 반사돼.
나:  그게... 계모의 거울에 반사되는 것들은 그녀의 나르시시즘에 상처를 내거든.
나: 백설공주가 계모보다 더 예쁘다고 말해주는 무심함에 포인트가 있어.
나:  그래서 계모의 거울은 나르키소스의 물보다 들여다보는 이의 나르시시즘에 상처를 준다고 생각함.

친구: 거울 이미지를 잘 사용한 영화라면?
나: 그, 글쎄...  얼핏 떠오르는 건 네이트 콸트니의 <Cardboard Boxer>와 박찬욱의 <올드보이>.
친구: 어떤 점이 특별했어?
나:  그, 글쎄... 거울에 반사된 자기모습과 타자를 통하지 않은 자신의 상을 비교할 줄 알았다는 점이랄까
나: 거울에 비친 게 자신이라는 걸 알아보기도 하지만 그게 자신이 원하는 상과 어긋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비교할 줄 알았달까.

친구: 거울이 자신을 교정하고 훈련하는 물건으로 사용되는 너머의 지점이 필요한데......
나: 거울에 비친 것들은 결국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상이잖아. 생생함이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은 것. 거기서부터 생각해봐야할 듯.
친구: 난 아직 이 주제를 다룰 깜냥이 아닌 것 같다.
나: 어떤 예술도 완성된 상태로 대중을 만날 수는 없어. 죽고 부활하고를 반복하면서 양쪽이 다 조금씩 각성하고 구원받고 하는 거지.
친구: 넌 매사에 그렇게 의연해서 좋겠다. 
나: 거울이고 물이고 이전에 비꼬는 말버릇부터 고치고 작업 시작하시게. h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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