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 17:28
요즘 들어 직장의 손익을 따져보게 됩니다. 과연 직장을 다니면서 축나는 몸을 보수하는 비용과, 직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기타 시간에 몸을 유지하는 비용들보다 월급이 더 크긴 한 것일까? 별 문제 없이 써왔던 몸의 이 곳 저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져갈수록 그런 의심이 들어찹니다. 하지만 동일한 연령의 회사를 다니지 않는 제가 병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으니 알아낼 수 없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장이 주는 효용 중, '삶을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다'라는 안심감이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판매 요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인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성격도 있겠지만서도요. 어찌 되었든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요인은 당연히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직장의 업무 수준이 최근 들어 꾸준한 고점을 찍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대한 돌덩이 몇 개를 장기간에 걸쳐 쪼개내어야 하는데, 곡갱이를 하루 하루 박아 넣기 전까지는 하루에 얼마나 떨어져 나올지 명확하게 알 수 없고, 매일 떨어져나간 돌 무더기보단 별반 흠집이 없어뵈는 돌덩이들의 무게감이 충분히 압박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기간이 널널해 보이기도 하면서, 다르게 보면 또 촉박해보이기도 하고. 깨어 먹을 수 없는 알사탕을 입에 계속 담고 있어야만 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몇 달이란 기간이, 상중하로 나누거나 일자로나 주간으로 나눌 때마다 기한은 좀 더 다르게 느껴집니다.
숨막힌다고 생각하기에 숨이 막히는 신비로운 이런 상황은 개인 시간에 얼마나 자유롭게 평소 하던 것들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안심감이라는 회사의 상품을 얻어 메고 집에 오면 질적으로 나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통행증을 얻게 됩니다. 딱히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으니 하며 불필요하게 더 피곤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쩌면 충분한 안심감을 얻어내지 못해서, 집에서 추가의 안심감 교환 거리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예측건대, 아마도 다음주까지 꾸준히 이 강도로 업무를 유지하면 일덩이에 금이 여러 줄 가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완전히 뒤집진 못해도, 어느 정도 기울일 수 있는 기분 전환거리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글쓰기처럼 말이죠.
P. S.
[브렉시트 : 치열한 전쟁]을 봤습니다. 괴짜 전략가인 컴버배치가 세계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들으려 바닥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장면은 꼭 제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빅 쇼트]의 괴짜 사이언티스트가 모든 빚 목록을 읽어볼 때와 마찬가지처럼요. 동일 영화의 포커스 그룹 말싸움도 인상 깊었는데, 잠시간 단순하게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모두가 빠르게 달릴 때는 정신이 없지만, 느리게 달릴 때는 타자가 더 쉽게 눈에 띄겠죠 아무래도.
2021.11.24 17:34
2021.11.25 10:55
스트리트 뷰 보는걸 좋아하시는군요. 코로나 시대의 취미스럽기도.
2021.11.24 19:49
2021.11.25 10:59
역시 남(?)의 일이라서 그런게 아닐지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작업의 일을 해도 자신은 좋아하지 않지만 고객이 좋아하는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을테고. 그런데 또 냉정히 생각해보면, 노동 시간 외의 일 중에서도 보람을 느끼는 행동은 찾기 힘들고 적지 않나 싶군요.
2021.11.25 06:09
2021.11.25 11:03
까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으며, 이게 부조리라는건 알겠지만 과연 그렇게 뒤집어 생각하며 살 수 있는 걸까 미심쩍었는데, 돌이 굴러떨어져서 찾으러 가는 기간마냥 안식일이 주어지긴 하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독실한 기독교인일수록 안식일에 종교 업무인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평일보다 더 소모가 심해 보일 떄도 있고. 어찌 되었든 잘 챙겨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P
2021.11.25 19:38
사람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살 때 자신의 인생을 의미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그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나로 인해 변해가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기쁨이 있죠.
내가 나 자신을 혹은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가 없을 때, 아무 영향도 미칠 수가 없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이 있어요.
회사에서 일을 할 경우, 내가 뭔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서 달라지는 것들을 볼 수 있으면 일이 더 재밌고 신나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혹은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 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을 때,
내가 다니는 회사의 뭔가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바꿀 수 있을 때,
내 회사의 고객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을 때,
그렇게 나와 내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뭔가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하는 일에서 보람이 느껴지고 사는 게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잔인한오후 님께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무리가 가는 상황인 것 같긴 한데 그 일을 늘 하는 방식으로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보람찬 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시면, 설사 그걸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없다 해도 새로운 방식을 탐구하고 고안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어떤 난제를 해결하려는 의욕과 능력이 생기고
그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전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 일의 재미와 의미를 조금은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1.11.29 11:12
흐흐, 일이 어렵다기보단 하기가 싫습니다. 먹기 싫은 반찬에 매일 꾸역꾸역 먹어야 다 먹을 수 있어요.
시간대비 업무량이 늘어나는게 싫고, 그게 제 통제범위 바깥(아이디어로 떼울 건덕지가 없음)에 있다는 것도 싫은듯 싶습니다.
업무량을 줄이려면 정도 밖에 없어서 ..
2021.11.26 11:03
열심히 산다. 라는 게 참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고 범위도 넓고 그렇죠. 또 본인이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많은 것 같구요.
그래서 결국 성취감이나 보람 같은 걸 얼마나 느낄 수 있는가... 라는 게 직업 선택에서 중요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본인 기준) 성취감&보람 강한 일을 하다가 오버워크해버려서 오히려 멘탈 나가고 회의감 느끼고 그런 사람들도 종종 보이고 하니 역시 정답은 없는... ㅋㅋ 선 조절이 중요한 것 같아요. 보람 느낄 정도로, 하지만 최소한 본인 생활은 지켜내고 멘탈 나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근데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면 한국 사회 기준으로는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 되어 버리...
2021.11.29 11:07
삶에 만족한다는게 참 힘들어요. 찬찬히 헤아려보면 딱히 크게 불만족하는 부분이 있는건 아니지만, 철퍼덕 앉아서 멍히 조바심이 다가오는걸 느끼게 되니 말이죠. 정신으로 쌓은 것들은 견고하게 그 자리를 잘 유지해주지도 않고. 역시 답은 보람 착츱인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