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4 12:44
아귀가 패를 뒤집는 순간 그것이 사쿠라라는 것을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알것만도 같네요.
믿었던 환상이 깨어져서 현실이 되었을 때의 허탈감이랄까..
예전에 문국현 때는 워낙에 모든 것이 빠르게 휙휙 지나가서 허탈이라기 보다는 실망감이 더 컸었죠.
하지만 안철수는 문국현과는 비할바 없이 정신적인 충격이 크네요.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시장 자리를 양보 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큰 그림이 있는 것 같았는데,
결국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거였고, 우유부단했던 거였어요.
던질까 말까 하면서 주저하다가 그냥 주저 앉은거였고,
그게 그림이 좋아서 아름다운 단일화처럼 보였던 거죠.
그것이 안철수가 마지막으로 보여줬던 아름다운 모습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간철수.. 간철수.. 그런 소리를 들어도 뭔가 큰 그림이 있어서 그럴거라고 많이 기대를 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허탈한 것은 없죠.
결국에는 사쿠라였던 거에요. 안철수는.
한때 정말 대한민국을 이끌 유력한 리더로 꼽히던 안철수가
고작 김한길과 똑같은 인물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 안타깝네요.
제 생각으로는 너무 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한 10년을 내다보고 모든 일을 진행했으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빨랐어요. 세를 잡으려는 것도, 대권을 노리는 것도.
2014.09.04 12:53
2014.09.04 13:10
사쿠라의 사전적 의미: 여당 과 내통하는 야당 의 사이비 정치인 이나 사기 를 쳐 그릇된 짓 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 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 (다음 한국어사전).
글내용과는 다르게 제목이 좀 그렇네요. 일부러 노리신 게 아니라면 제목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철수=사이비였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어요. 굳이 고스톱으로 비유를 하고 싶다면 흑싸리 정도가 아니었나 싶네요. ㅎ
다 지난 일이지만, 안철수가 박원순한테 양보안하고 서울시장을 먹었다면 더 잘 풀렸을 것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당시 나꼼수가 날리던 시절이고 친노가 아니면 민주당 후보 엿먹이려는 분위기가 강해서 안철수가 양보안하고 버텼으면 민주당 후보(박영선)을 단일화로 누를 수 있었을텐데요. 그 당시 기세로는 3자대결로도 이길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나저나 웃긴게 그때 구태 민주당 후보라고 가열차게 까였던 박영선이 지금은 대접받는 거 보면 참 세상이 휙휙 바뀌는 것같아요.
2014.09.04 13:57
그 사쿠라가 아니고, 요즘 타짜2가 개봉하다보니 타짜1에서 아귀가 손모가지를 걸고 패를 뒤집던 그 순간이 생각나서 쓴 제목입니다. 패를 뒤집는 그 순간 그것이 장인지 사쿠라인지 알수가 없지만 장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서 사쿠라로 밝혀졌을 때 아귀의 심정이 생각이 났습니다.
2014.09.04 13:18
안철수는 아직 CEO 에서 정치인으로 변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 삐지고 잠수타는 버릇만 없애도 지지율이 다시 올라갈거 같아요
2014.09.04 14:05
사쿠라는 다르게 쓰이는 말인데 까보니 아니드란 그말이군요.
정치판은 노름판과 다를바가 없어서 또 모르죠 언제 또 패가 들어올지.
2014.09.04 17:19
저도 안철수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철수는 더 실패를 해야하고 더 욕을 많이 먹어야합니다.
안철수를 영웅팔이해서 금방이라도 뭔 대변혁이 벌어질 것처럼 사기치고 환상을 심은 말종들,
결국 안철수를 팔아서 호가호위하려고 했던 사기꾼 무리가 싸그리 옆에서 없어져야합니다.
그리고 진짜 안철수 지지자들은 묵묵히 같이 욕을 먹으면서 안철수를 믿어주며 기다려야 합니다.
때는 결코 자신이 만들 수 없어요. 너무 조급했고 그래서 경솔한 실수 많이 했고 수업료 치루고 있는 중이지요.
하지만 전 어느날 문득 때가 안철수를 찾아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철저하게 잊혀졌다가 문득 어느 시위현장에서 어느 약자의 편에서 여전히 묵묵히
원칙대로 가는 안철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그렇게 안철수를 선택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2014.09.04 21:09
2014.09.04 23:33
하는 일마다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50대가 자신이 해 왔던 일과는 아무련 경험이 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면 저는 진정한 초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역사상 그런 놀라운 초인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상 초유의 천재로 불리는 에드위드 위튼만 봐도 학부는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물리학과 석박사를 순식간에 딴 엄청난 사람인데 (참고로 초끈이론분야를 거의 혼자 만들어낸 사람) 그렇게 했던 나이가 25살이었죠.
배울 거 다 배우고 의대 교수를 하다 기업도 운영하고 교수노릇도 학과장씩까지 해 본 50대가 자기 경험하고 동떨어진 정계에서 뭔가 업적을 세울 것이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이미 대선가도는 탈락이고 국회의원 노릇을 수성하는 것만 해도 성공이라 봅니다. (다음번 총선엔 노원에 노회찬이 다시 출마할텐데 표 갈라먹고 둘다 망할 가능성 높음)
안철수 경력 잘 보세요. 교수,창업후 CEO,대학원장... 전부 명령받는 약자의 처지에서 조직화해서 부당함에 맞서는 경험을 단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면 잘 될거라고 혼자 판단하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지위에는 익숙한 사람이죠.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으니 그 방식을 고수할 수 밖에 없구요. 그런 양반이 공론의 장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투쟁하여 관철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출 일은 제가 사람 보는 눈에 따르면 99.9% 없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틀릴 수 있으니 0.1%는 남겨 두겠지만요.
2014.09.05 02:06
안철수의 학습능력이라면... 한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2014.09.04 21:55
이미 꽤 많은 기회를 얻었는데, 이공계나 사업쪽으로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이 정도라는 건 그냥 재능이나 자질이 아닌 거라고 봐요. 그냥 박원순이나 믿고 싶은데 이 아저씨도 가끔 동물이나 밭같은걸로 욕을 먹어서 한숨.
처음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발군의 IT 기업 CEO가 자신을 버리고 이 더러운 판에 뛰어들어준게
이거 하나만으로도 안철수에게 평생 고마워할만한 이유가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