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생에 나와서 유명해졌는데, 사실 그전부터 돌던 애기겠죠.


회사는 그래도 밥은 먹여주고 싸울 총도 쥐어주고, 같이 싸울 동료들도 있답니다.

그런데, 전쟁터라고 다 같이 한마음으로 싸우는건 아니잖아요...

등 뒤에서 수류탄이 펑펑 터지고, 총알이 날아오는 프래깅이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제 포지션은 회사가 법과 규정을 지키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법과 규정을 피해나가는 방법을 알려줄거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저도 법대로 안돌아간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래서 최대한 피해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나아가서 회사가 불법/편법을 써도 제가 안들키게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선은 지키자고 하면 뒤에서 욕합니다.


얼마전에 영업이 해외 고객을 물어왔습니다. 이 물량 팔면 영업이익이 수억 난다고 합니다.

고객이 요구한 조건과 그 나라 규정을 봤더니, 우리 회사가 할 수 없는 검사가 있습니다.

이 검사를 하려면 몇억짜리 장비를 사거나, 일본이나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1년에 몇쳔만원 들어갑니다.

장비도 비싸고, 외부검사도 못 보내겠답니다. 비싸서.

그럼 물건 못파는거지. 고객이 이걸 요구하는데...


그리고 '가팀장이 유도리가 없어서 물건을 못파네...'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팔았습니다. 어떻게 검사성적서를 만들어 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몇달전에는 2공장에서 생산해야 하는데, 납기 문제로 급하게 1공장에서 생산하고 2공장에서 생산한걸로 라벨갈이 하는걸 잡아냈습니다.

며칠동안 전화에 시달렸습니다. 이번만 넘어가 달라고..

결국 영업 상무가 전화와서 '영업총괄부사장께 보고드렸고, 앞으로 절대 다시 이런일 없게하라고 노발대발하셨다. 영업쪽에서 처리할테니 공식화하진 말자. 부사장님 뜻이다' 라고 합니다. 뭐 부사장에게 시말서를 관련자들이 제출했다는데, 진짜 냈는지 제가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영업부사장은 차기 사장 1순위 후보입니다. 영업실적이 으마으마하거든요.

부사장이 정말 몰랐을까? 노발대발한건 '야이 ㄷㅅ 들아.. 그걸 들키냐' 라고 화낸거 아니었을까?



회사가 원하는게 닥치고 돈버는거라면, 저를 왜 이 포지션에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업과 생산이 뺑이치며 돈벌 기회를 만드는데, 저는 '뻔한 소리'나 하면서 그걸 방해하는 사람이라는데요.

물론, 경영진이 저한테 대놓고 눈감아주라거나 불법을 저지르라는 말은 못합니다.


하지만, 계속 영업과 공장이 가팀장이 불법 불법 하면서 훼방을 놓는다. 라고 하면..

결국 이 포지션에서 찍어내지 않을까?

차라리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이렇게 양아치가 많은지, 팀장되고 작년, 올해 참 많이 느낍니다.


얼마전에 1층에 있는 파트리더가 공황장애로 퇴사했습니다. 산재처리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뻑하면 라인 세워먹어서 욕먹고 야간이고 주말이고 부랴부랴 달려오는 상황이니...

작년말에는 본사 영업팀 차장이 공황장애로 3개월 휴직했다가 그대로 퇴사했습니다. 영업도 많이 힘들겠죠. 실적 압박이 장난 아니니..

최근 차장, 과장급이 멘탈 나가서 1개월정도 휴직하는 경우가 가끔 보입니다. 차라리 사원, 대리면 이직해서 새출발이라도 할텐데.

이 회사에서 휴직을 한다는건 그해 평가는 홀라당 날린다는 것이거든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리멘탈 꼬리표 달거 각오하고 휴직을 하겠습니까.


전쟁터에는 같이 싸울 전우가 있어 버틴다는데.. 언제 내 뒤통수를 때리고 나 모르게 사고를 저지를지..... 매일매일 불안합니다. 믿올 인간 하나도 없네요.


같은 층에 있는 옆 부서에서는 원래 자기네가 해야 하는 일인데 도저히 못하겠다며 우리한테 떠넘겨놓고 그 일 하는데 필요하다면서 경력직 뽑는답니다. 우리는 충원도 없는데

내가 기획하고 예산도 따고 판 다 깔아놓으면 그때 가져가겠다는건가?

아니면 일 거의 다 해놓으면 뺏어가서 공만 홀랑 가져가겠다는건가?


스트레스 레벨이 거의 한계치인것 같은데... 어쩌겠습니까. 정신줄 꽉 잡아야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8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127
118135 [디즈니플러스] 영국판 여인천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봤어요 [12] 로이배티 2021.12.22 839
118134 드라마로 배우는 간단한 스페인어 [3] daviddain 2021.12.22 535
118133 Sally Ann Howes 1930-2021 R.I.P. [3] 조성용 2021.12.22 202
118132 늘 보려다가 안 보게 되는 영화 [2] daviddain 2021.12.22 529
118131 우리 장혜영 의원님을 향한 저의 일편단심을 아실만한 분은 아시리라 믿으며 [3] 타락씨 2021.12.22 604
118130 (솔로는 내 운명?)이번 크리스마스도 글렀어... [5] 예상수 2021.12.22 387
118129 치명률 낮추기와 도구의 인간, 오세라비와 홍준표와 hubris [3] 타락씨 2021.12.22 635
118128 의미의 깊이 (제목 좀 묻지말지~) [6] 어디로갈까 2021.12.22 600
118127 유튜브 첫화면 캡쳐.jpg [4] catgotmy 2021.12.22 557
118126 버스정류장 소회 [8] 가끔영화 2021.12.22 416
118125 [정치바낭] 이준석... 설마 윤석열 낙선에 걸었나?? [2] 가라 2021.12.22 987
118124 [디즈니플러스] 웨스 앤더슨의 개파 선언, '개들의 섬'을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1.12.22 646
118123 이준석 잡담. 완장과 실체의 괴리 [7] 안유미 2021.12.22 1095
118122 설강화 옹호 논란과 역사물을 대하는 두 배우의 차이 [6] 사팍 2021.12.22 856
118121 [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책] 사랑은 왜 끝나나 [12] underground 2021.12.21 534
118120 [디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포 있을지도) [3] S.S.S. 2021.12.21 256
118119 [코로나19] 약국 하는 지인에게 들은 무서운 이야기 [2] soboo 2021.12.21 979
118118 설강화 논란.. [9] 으랏차 2021.12.21 1554
118117 레프리콘 (1993) catgotmy 2021.12.21 221
118116 내일 7시 30분 스파이더맨 보러갑니다 [2] 사팍 2021.12.21 2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