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제목 그대로입니다. 에피소드 9개로 깔끔하게 끝나고 편당 시간은 한 시간 정도네요.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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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자꾸만 레지나 '홀'과 헷갈리는 레지나 '킹'님이 단독 주인공! 이십니다.)



 - 극장판 '왓치맨'의 엔딩 후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죠. 원작 캐릭터들은 그대로 다시 나오거나 언급이 되구요.

 근데 원작이든 극장판이든 '왓치맨'을 아예 안 보셨어도 드라마를 보는 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심지어 원작을 안 보고(혹은 보고도 내용 다 까먹고. 저처럼요 ㅋㅋ) 봐야 더 재밌는 부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간단히 설정을 소개하자면, 워터게이트가 안 일어나서 닉슨이 3선인가 4선인가를 거듭하고, 이후엔 로버트 레드포드(...)가 이어 대통령이 되어 역시 재선에 재선을 거듭하며 미국을 화끈하게 말아 먹고 있다는 설정이에요. 해외 사정도 비슷하게 가상 역사이긴 한데 이 드라마 이해를 위해선 그저 '파란색 초인놈이 베트남으로 날아가 베트콩들 다 태워 죽이고 미국이 월남전에서 승리했다'라는 정도만 기억하면 되겠구요.


 히어로물은 히어로물이므로 당연히 복면 쓰고 설치는 놈들 천지입니다만. 그 중에 진짜 '초인'은 둘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그냥 신 그 자체인 파란색 초인놈, '미스터 맨하탄'이구요. 다른 하나는 렉스 루터와 같은 우주 대천재 캐릭터이면서 생긴 거랑 다르게 신체 능력도 적당히 초인적인 머리 쓰는 흑막캐 '오지만디아스'.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걍 이런저런 사정으로 복면 쓰고 범죄자들 쥐어패고 다니는 평범한 인간 자경단들입니다. 그나마도 이런 자경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므로 그러다 잡히면 다 감옥 가요. 대신에 작중 스토리 시작 몇 년 전에 일어난 조직적 대규모 경찰 테러 사건의 여파로 경찰들이 복면을 쓰고 신분을 감추며 근무하는 법이 통과된 오클라호마... 를 배경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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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때문에 로어셰크가 이런 아이콘이 되었나? 했는데 이것저것 찾아보니 아예 쌩뚱맞은 해석은 아니었더군요. 원작 탐구를 빡세게 한 재해석이랄까요.)


 암튼 시작은 이렇습니다. 그 중에서 검은 복면을 쓴 수녀 차림으로 활동하는 형사님이 자기랑 넘나 가까웠던, 인간적이고 정의롭던 백인 서장님을 테러로 잃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혼자만 도착한 그 현장에서 본인이 범인이라는 택도 없는 주장을 하는 105세 휠체어 할배를 잡게 되구요. 이런 인간이 어떻게 서장님을 죽여? 라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데려가서 취조도 해 보고 나름 조사도 해 보고 하는데 이 양반은 영 쌩뚱맞은 소리만 해대... 는 가운데 몇 년 전 경찰 테러를 일으켰던 백인 우월주의 조직이 다시 기지개를 켜구요.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 도입부는 이 정도네요. 이 후론 정말 이야기가 혼돈의 카오스로 흘러가서 정리를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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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두 편 연속으로 털사로 시작해서 털사로 끝나는 드라마를 봐버렸네요. 뭐 교양적으로 유익한 시간이긴 했습니다.)



 - 일단 이 또한 Black Lives Matter 드라마입니다. 시작부터 털사 학살 사건으로 테이프를 끊거든요. 그 사건을 라이브로 목격하고 부모를 다 잃은 채 극적으로 살아남는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현대로 옮겨오면 또 주인공은 위에서 말한 흑인 여형사님이죠. 현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배후는 일단 KKK의 리뉴얼 집단으로 보이구요.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가면 이 '왓치맨'의 캐릭터 하나를 주제에 맞게 적극적으로 조정(?)해서 활용해먹는 과감함까지 보여줍니다. 스포일러라 말은 못하겠지만 '아니 어쩌자고 저 캐릭터를 저렇게...' 했다가 마지막 장면 보고선 느꼈죠. 아, 작가 양반님 정말 진심이었구나... 하구요. ㅋㅋㅋ

 의도한 건 아닌데 이렇게 두 작품을 연달아 흑인들 수난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걸로 보고 나니 정말 어디 가서 정훈 교육(...)이라도 받고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이 '왓치맨'은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처럼 시종일관 강렼하게 들이미는 수준은 아니었고, 또 직설과 완곡 어법을 잘 섞어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라 '나 이거 왜 보고 있니'라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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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호일 아저씨가 저거 쓰고 다닐 때마다 참 피곤했어요. 연기 할 때 얼마나 갑갑하고 더웠을까 싶어서... ㅋㅋ)



 - 보면서 가장 감탄스러웠던 건 각본인데요. 남이 만들어 놓은 이야기와 남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들을 그대로 활용해서 이어가면서 이 정도 퀄리티의 이야기를 기승전결 완벽하게 만들어냈다니 믿기지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흑인 인권 문제라는 새로운 이슈를 새 주제로 내세웠지만 원작의 중심 주제였던 '그래서 왓치맨은 누가 왓치하니?' 역시 그대로 잘 살아서 녹아들어가 있구요. 덧붙여서 '마스크를 써야(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같은 테마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들어가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줍니다.


 장르상으로는 SF와 사극, 코미디와 멜로를 오가며 정신 없이 흘러가는데 그 각각 장르들 완성도가 특별히 흠 잡을만큼 쳐지는 게 없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게 또 어찌저찌 잘 붙어서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구요. 또 대략 서너개의 시간선을 오가면서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이야기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도 다 보고 나서야 느낀 훌륭한 점이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제일 큰 인상을 받은 건,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늘 예측불허로 전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더 이상한 것인데요. 다 보고 나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참신하긴 해도 그렇게 막 충격적인 전개가 좔좔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보는 도중에는 계속 뭔가 소소하게 기대를 배반(?)당하고 있었어요. 장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새로운 떡밥이 등장하고 그 떡밥이 나중에 풀리고... 할 때마다 'ㅋㅋㅋ 뭐야 이게!' 이러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이렇게 소소하게 계속 흥미를 끌고 예측에 엇나가게 전개하는 것도 참 대단한 재주다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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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존재감이 썩 괜찮아서 돈 존슨 아저씨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 또한 이 드라마는 아주 훌륭한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HBO 드라마이면서 또 제작비까지 많이 들인 작품답게 시종일관 때깔이 좋아요. cg가 고급이고 셋트나 소품을 팍팍 쓰고 그런 부분은 당연한 것이고 근본적으로 미술이 뛰어나더군요. '왓치맨' 캐릭터들 특유의 그 일부러 못생기게 만든 듯한 마스크와 복장들까지도 그럴싸하게 보일 정도로 전체적인 미술 디자인이 고급지고 좋았습니다.


 액션 장면도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허술하지 않게, 흐름과 캐릭터들에 맞게 잘 짜여져서 연출된 느낌이었구요. 특히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와 이어서 보니 액션씬 퀄은 정말 확연한 차이가... 하하; SF스런 아이템들 등장하는 장면들도 '왓치맨'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대체로 보기 좋았어요. 단 하나, 그 파랑 아저씨가 나올 땐 종종 갑자기 퀄이 급 하락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건 그 분의 생김새상 어쩔 수 없는 면으로 봐줘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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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은 살짝 스나이더의 영화판 오마주 같은 건가 싶기도 했구요.)



 - 배우들도 역시나 잘 해 줍니다. 주인공 '나이트 레이디'를 맡은 레지나 킹이 정색하고 진지한 정극 연기로 무게를 잡고 흑인 수난사와 온갖 멜로, 스릴러를 감당해주시는 가운데 진 스마트 같은 분이 껄렁껄렁 쿨싴한 캐릭터로 숨통을 트여 주시고. 거기에 제레미 아이언스 옹께서 강렬한 포인트를 찍어 주십니다. 아 정말 이 할배는 그 나이를 먹고도 왜 이리 멋지고 섹시하면서... 웃기신 겁니까. ㅋㅋㅋㅋ 이 분이 연기한 오지만디아스는 이 시리즈에선 내내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개그를 담당해주시는데요. 정말 나오면 나올 때마다 꼭 한 번은 웃겨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가 굉장히 진지한 드라마인데, 그에 비해 설정이나 전개가 많이 안드로메다로 뻗쳐 있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 이건 좀...' 하는 기분이 들 때마다 이 분이 나오셔서 그냥 작정하고 웃겨주시니 오히려 '너무 황당한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희석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정말 제레미 아이언스 팬분들은 꼭 보세요. 저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에 괜찮은 작품에서 비중 큰 역할로 이 분 연기를 본 거라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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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정말 나올 때마다 너무 잘 생기셨는데 웃기고 귀여워서. ㅋㅋㅋ 사실 귀여워할 캐릭터는 전혀 아니지만 말입니다.)



 - 암튼... 뭐 대충 정리하자면요.

 블랙 라이브즈 매러! 에 큰 반감이 있으시다든가. 복면 쓴 애들 우루루 뛰쳐나와서 붕붕 날아다니는 주제에 진지한 척 폼 잡는 이야기는 그냥 다 싫으시다든가. 혹은 왓치맨 원작을 너무 사랑하셔서 원작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면 매우 화가 나실 거라든가... 이런 경우가 아니면 다 보세요.

 드라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상급의 시청각적 호사인 동시에 잘 짜여진 이야기,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가 함께합니다. 뭐 더 따질 게 있나요. 이건 어지간하면 다들 보셔야 하는 물건입니다. 실망하더라도 보고 실망하시는 쪽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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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멋진 진 스마트님을 위해서라도 한 번 봐주시죠!!!)




 + 에피소드 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Careless Whisper 하나로 음악을 몽땅 지지고 볶는 게 있었어요. Wham과 조지 마이클 빠돌이었던 소싯적 추억이 떠올라서 더 좋았습니다.



 ++ 극중 등장하는 비밀조직 사이클롭스의 사인은 뭐랄까. 살짝 일베 비슷한 듯 하면서 한국의 이 분야 고전인 'x창' 손모양과 비슷해서 나올 때마다 웃겼습니다. 빌런들 격 떨어지는 느낌... 이었는데 사실 갸들이 애초에 격 떨어지는 애들인 건 맞아서. 결과적으로 적절한 느낌을 받았네요. ㅋㅋㅋ



 +++ hbo 드라마에는 한 시즌 안에 반드시 남자 성기가 한 번은 나와야 한다는 룰이라도 있는 건가요. 특히 이 '왓치맨'은 그 장면이 더 당황스러웠던 게 그게 아주 크고 파랑파랑해서... 엄(...)



 ++++ 아주 비중이 큰 동양인 캐릭터도 하나 나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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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부터 아주 강렬하고, 극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다가 캐릭터 자체도 상당히 재밌어요.

 마지막 대우가 좀 그렇긴 한데. 일단은 뭐 이게 어디냐... 는 기분으로 봤습니다. 



 +++++ 첫 등장 씬을 보고 '레지나 킹이 피부톤이 이 정도였나?' 하고 놀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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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 ㅋㅋㅋ 마스크에 맞추기 위해 매번 검은 스프레이를 뿌린다는 설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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