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성 '최고의 사랑' 잡담

2011.06.24 00:15

로이배티 조회 수:2904

결국 끝까지 재밌게 봐 놓고 이런 얘길 하자니 좀 그렇기도 하지만.

매우 흔한 표현으로 '이건 포르노잖아ㅋ' 라면서 봤습니다. ^^;

인과 관계야 어떠하리, 인물의 감정선이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달달하면 그만이지. 와방 달달한 거 배 터지게 보여주면 그만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홍자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이 작가들의 드라마를 많이 본 건 아닙니다. 제대로 끝까지 본 건 끽해야 '환상의 커플'과 '미남이시네요' 이렇게 딱 둘 뿐이었습니다만. '환상의 커플'에서 철수와 상실 커플 + 빌리, 꽃다발 등등이 아웅다웅거리면서 물고 물리는 전개에는 이야기 내부에서의 논리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10대 여학생들 취향의 순정 만화를 별다른 고민도 없이 그대로 실사로 옮겨 버린 듯 했던 '미남이시네요'도 이 드라마만큼 지 편할 대로 대충 막 흘러가 버리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이 드라마는 정말 말이 안 되는, 혹은 설득력이 없거나 급작스러운 전개들을 하나하나 예를 들며 이야기하는 게 전혀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막 굴러갔습니다. 심지어 저는 지금도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그 어떤 사랑의 감정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차승원이 공효진을 좋아하는 건 시작 부분에서나마 '심장 수술 음악 때문입니다.' 라는 비현실적인 이유라도 하나 있긴 했네요. 하지만 필주는 왜 구애정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세리는 뭣 때문에 저렇게 자존심 다 내팽개쳐가면서 필주를 좋아하는지... 아, 뭐 됐습니다. 따지는 게 구차해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개그는 매우 타율이 높고. 또 예의 그 '달달한 장면'들 역시 참 잘 먹혔습니다. 다른 건 다 무시하더라도 이런 방면에 있어 홍자매의 공력을 따라갈 작가는 지금 한국에 그리 많지 않아 보여요. 이 분들은 자신들에게 자신 있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을 뿐이죠.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저도 결국 재밌게 잘 봤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일단 홍자매가 언제나 가장 정성을 들여 그리는 '성질 캐 더러운 미남자' 역을 예상 외로(?) 차승원이 잘 소화해 낸 게 크긴 하겠죠. 정말 완전히 온 몸을 내던지더라구요. (특히 오늘 마지막회의 '독고진 영상' 상상 장면은 정말...;;) 따지고 보면 그간 자주 해 왔던 허당 개그 캐릭터 연기의 변주에다가 정극 스타일을 상황따라 대충 짬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잘 어울렸고 재밌었으며 스타로서의 아우라도 적절하게 갖춘 배우여서 가끔 무게 잡을 때도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이승기가 했더라면...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군요. 일단 최소한 저는 안 봤을 겁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중요한 건 공효진의 연기. 사실 어제 티비쑈 고백 장면 같은 건 애초에 철저하게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고, 장면 연출이나 차승원의 연기도 그냥 그렇게 전형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너무 심하게 비현실적이고 대놓고 판타지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서 어떤 울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건 100% 티비 화면 맞은편에서 보여졌던 공효진의 리액션 연기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도중에 가끔씩 데뷔 초기 못난이(?) 시절의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묘한 진정성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요 이 배우는. 다들 칭찬하는 기럭지야 덤... 이라고 하긴 좀 그렇겠죠? 어쨌거나 이 배우의 경력 초기엔 생존 수단이었으니까 말입니다. ^^;


그 외엔 별로 할 얘기가 없네요;


결론은 뭐. 암튼 참 이상한 작가들이고 괴상한 드라마였습니다.

앞 뒤 안 맞고 떡밥인 줄 알았던 건 그냥 상실되고 기본 설정이나 인물 관계 같은 건 작가가 필요할 때는 부각됐다가 그 장면 지나가면 바로 사라지고. '이거시 한국 드라마 오.에스.티다!' 라고 외치는 듯한 주제가는 한 시간 내내 울려 퍼지는 데다가 PPL은 파렴치함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고도 노골적으로 도배되는데, 그 와중에도 웃길 건 웃기고 달달해야할 땐 달달해줘서 욕을 하려다가도 까먹고 그냥 보게 되고. 결국 다 보고 나니 정말 어이 없을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린 작품인데 그래도 왠지 밉지는 않은. 

사실 제가 좋아할 수 있는 타잎의 작가는 분명 아니고 돈 주고 디비디를 사서 소장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막 나가는(?) 전문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좋은 일이니까요. 일단은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 봅니다.



ps.

정용화는 저번 작품에서 맺힌 한을 이번 작품으로 푸네요.

근데... 근데... 예고편, 이건 좀 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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