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초, 캠브리지에 다니다 자퇴하고 주식 거래인이 되는 모리스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모리스는 번듯한 사회인으로 직업도 잘 꾸려가고 가족들과도 그럭저럭; 지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어딘가 소심하면서도 충동적인 부분이 있어요. 교수에게 반항하다가 학교를 그만 두게 되는 부분이나 연애도 늘 상대방이 먼저 시작하게 되는 것도, 알렉 스쿠더와의 관계에서도 끌려다니기만 하죠.

동성애가 금지된 시대(오스카 와일드가 금고형을 선고받은지 십오년밖에 안 되었고, 영화 진행중에도 길거리에서 동성과 키스를 하다가 붙잡혀서 6개월형을 선고받는 자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에 동성애 이야기인데다가, 신분제도가 엄존하던 시대에 신분이 다른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모리스는 신사 신분이고 두번째 애인인 알렉 스쿠더는, 그 시절의 복잡한 계급 제도에 따르면 하인 출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클라이드의 집에 고용된 평민출신 고용인입니다. 머 지대 수입 얼마 이상이면 신사, 얼마 이상이면 향사,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하더라고요.)이지만 영화는 큰소리 몇 번 안 나고 진행됩니다.
큰 소리가 난 것이 모리스와 클라이드가 헤어질 때.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감안하여 더이상 모리스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클라이드는 모리스에게 결별을 요청합니다. 모리스는 클라이드에게 매달리고 울고, 클라이드가 난 네 여동생같은 여자를 만나서 살 수도 있어, 라는 말에 여동생을 불러 마구 비난합니다. 나중에 클라이드의 결혼 소식을 듣고 사과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클라이드의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도 동성애 성향을 치료(...)하려고 시도하죠. 하지만 이때 두번째의 충돌이 닥쳐요. 클라이드의 집에서 일하던 새카맣게 어린 알렉 스쿠더가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달려듭니다(...) 모리스는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고 런던에 돌아가서 고민을 하죠. 이넘이 내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할거야, 내가 어쩌자고 하인넘하고 잠을 잤을까 고민하던 런던의 모리스에게 알렉이 또 들이닥칩니다. 그리고 자기를 하룻밤 데리고 논 거냐 (얘야 솔직히 말하면 데리고 논 쪽은 너 아니니;;) 자기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알렉과 길거리에서 소심한 말싸움을 벌이는 모리스.
소심하고 충동적인 남자와 혈기 왕성하고 저돌적인 남자의 싸움이 어떻게 될까요. 중간에 치료사가 조언한 대로 당시 동성애를 용인해주던 다른 나라로 빨리 건너갔기를 바랍니다. 클라이드가 자기를 사랑하던 시절의 모리스를 조금은 쓸쓸하게 추억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엔딩도 좋긴 했지만요.

모리스의 두 번의 사랑은 다 창문에서 들이닥쳐요. 모리스는 클라이드의 방 창문을 넘어 들어가서 클라이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알렉은 모리스의 방 창문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자기에게 오라고 합니다. 모리스의 성격이 어쨌든, 예고도 없이 불가항력으로 밀어닥치는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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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목사가 알렉에게 여자 문제가 복잡하다, 빨리 외국으로 보내야 한다(클라이드의 어머니와 얘기한 것이 알렉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고 그러면서 스쿠더가가 외국으로 가는 배까지 전송하러 찾아오는데 알렉에게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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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고용인 사이의 신분 격차는 아찔하네요. 천장에 물이 샌다고 알렉을 불러서 피아노를 치우라고 이른 다음 우르르 방을 빠져 나가는 신사분들에게 기함했습니다. 아마 옷 때문에 더 그랬을 거에요. 익숙한 구한말의 시대극이라면 양반과 평민 사이의 신분 격차는 그러려니 했겠지요. 하긴 유니폼 입은 하인들에게도 별 감정을 못 느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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