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이라도 미물이 아니구나

2012.08.22 01:32

점례 조회 수:4700

오늘 집에 돌아오는데 낮 익은 고양이를 봤어요. 제 고양이인 이쁜이 곱단이의 전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_-)인 두꼬리가 보이더군요.

우리 이쁜 이쁜이 곱단이를 노리는 숭악한 숫코양이 따위, 보이면 밉지만 또 안 보이면 궁금한 것이 사람의 정이라,

"너! 두꼬리! 요즘 왜 우리 집 안 와"하고 소리를 꽥 지르니 이쪽을 돌아보더군요. 자세히 살펴 보니 쥐를 쫒고 있었어요.

 

'네놈이 이제 우리 집 밥을 못 먹으니 쥐사냥이라도 하는구나. 사내고양이구실은 하는 놈 같으니'하고 쳐다보고 있으려니

쥐를 데리고 놀고 있더라구요. 제가 볼땐 왁 달라들어서 물면 잡을 것 같은데, 잡지를 않고 빙글빙글 쫒아다니는거에요.

차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쥐를 보고 있더군요.  쥐는 발발발 기어다니면서 도망다니는데, 체격차가 있으니까

아무리 쥐가 뽈뽈대도 두꼬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에 못 미치는 거에요.

 

그렇게 쥐는 차도 같은 곳을 뽈뽈거리고 빙빙 도는데, 두꼬리는 그보다 한 계단 높은 계단참 같은 데에서 그걸 보면서 따라다니고,

근데 쥐가 그렇게 한참 돌다가 '이상하네? 이제 없나? 왜 안 쫒아오지?' 싶었나봐요. 고개를 탁 들어 보더군요.
그리고 두꼬리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라는 것은 제 기준. 쥐의 머리가 두꼬리 쪽을 향했습니다)

 

그러니까 쥐가

"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들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말할 수 없게 사람(?) 같았어요. 상황도 너무 사람(?)같고.

공포영화로 치면 살인마를 피해 달아나는 여주인공이 마구 도망치다가 한숨을 돌리고 이제 따돌렸나 싶어 고개를 들다가,

천장의 살인마와 눈을 딱 마주치는 것 같은, 그래서 눈을 마주치고 "꺅!"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요.

쥐에게도 '당황' '공포'같은게 정말 있고, 고양이를 보고 무서워하고 놀래는 감정이 있고, 아니, 알고야 있었지만,

그걸 진짜 알았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쥐도 사람처럼 고양이를 '보는'구나 싶었어요.

 

덧: 쥐는 이쁜 생물이더군요. 어렸을때 쥐 많이 보고 살았는데 항상 끈끈이에 붙어 있는 것 보다가-.- 보니까 몸도 자그마하고

꼬리도 날씬하고 어여쁜 것이 얼마나 귀엽든지. 지금쯤 두꼬리의 뱃속에서 소화되고 있겠지만-.-  집에 와서 말하니까

엄마도 대 동의. 눈도 반짝 반짝 털도 반드르하고, 더러운 데만 안 다니고 더러운 것만 안 먹으면 귀여운 물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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