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외출했다 돌아오는 가족을 반기는 걸 보면 

아.. 이래서 개는 늑대의 후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늑대가 사냥에 성공해서 먹이를 물고 무리로 돌아오면 늑대새끼들이 반가워하는 것처럼

이 녀석도 (반쯤은) 먹이를 기대하고 가족을 반기는 것 같아요. 


그런 의혹을 떨칠 수가  없는게, 일단 눈빛이 " 어디 나갔다가 왔어? 먹을 거 가져왔어? 나 뭐 좀 줄거지? 그렇지?" 란 말이지요.

외투를 벗는 사이 가방에 몸은 반이나 밀어 넣고 "내꺼는 없나?" 하고 수색을 해요.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건 기가막히게 알아채서 슈퍼마켓 봉지에 머리를 디밀고 소세지를 찾구요. 없으면 엄청 서운해 합니다.


이 녀석이 가장 웃길 때는 아버지가 과일을 상자째 사오실 때.  아버지가 과일, 고구마 감자를 상자째로 자주 사오시지요. 

그런 날, 개가 아버지를 반기는 눈빛은 그야 말로 존경과 경배입니다. 

"우와. 위대하신 대장님. 사냥에 성공하셨군요! 대장님이 최고! 전 대장님의 충실한 부하에요. 저도 나눠주실 거죠?"

아버지도 처음에는 발치를 쫓아다니며 꼬리를 붕붕 돌리는 개를 귀찮아 하셨는데. "저리가 똥개!"

귤이 생각보다 별로네, 사과가 알이 작네, 배가 퍼석거리네, 배추가 영.. 하면서 기대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가족들과는 달리

개는 아이템의 상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찬탄의 눈빛으로 아버지를 쳐다보거든요. 아버지가 그거에 반하셨어요.


어느새 개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를 (그것도 최상품) 한 상자씩 사오시며 

"우리 똥개 어디갔니? 고구마 사왔다. 고구마 먹자~"하십니다. 

개는 그 옆에서  고구마와 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우와~! 대장님 오늘도 사냥에 성공하셨군요! 정말 대장님은 대단하세요!"란 눈빛을 보내지요.

게다가 아침에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드실 때면 개는 바닥에 얌전히 앉아 아버지 발에 자기의 앞발을 다소곳이 올린 채 

"대장님 기침하셨습니까? 간밤에 제가 순찰을 열심히 돌았습니다."란 표정을 지어요. 


큰 상자를 자주 들고 오시는 아버지가 서열 1위 >>>> 가끔씩 작은 소세지 하나를 떨구는 저 >= 개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개한테도 서열을 존중받으려면 사냥(?)을 열심히 해야하나 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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