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설 토니 타키타니

2014.08.11 00:01

코네티컷 조회 수:1481

최근에 문학동네 팟캐스트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토니 다니자키) 다시 읽고, 영화도 다시 봤습니다. 호텔방의 하얀 침대시트 같은 하루키의 문체를 영화로 잘 옮겨놓은것 같더라고요. 저도 주인공 마냥 고독에 대해선 정통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니, 정통하다기 보단 주인공마냥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는데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선 가만 생각해보면 진짜 고독 해본적이 없어서 더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진짜로 고독해 지는 순간이 제게도 찾아올수 있을까, 항상 궁금하고 그걸 바래보고 싶기도 합니다. 차가운 그림자만 남은 방에 누워서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진짜 고독에 몸서리 치더라도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지금보다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에서 인용한 두문장 즉, '고독이 알수없는 압력으로 그를 짖누르며 고뇌에 빠지게 했다.', '말하자면 나는 주변공기의 압력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에서 공통적으로 압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표현은 고독이라는 감정을 공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치가와 준 감독은 2004년에 소설 타키타니를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어냈는데, 이 영화의 국내판 디비디 케이스에는 남녀주인공이 각자 텅빈 푸른방에 누워있거나 앉아있다. 이 이미지는 이 소설의 전원을 명쾌하게 압축해냈다. 고독이 공기와도 같은것이라면 저 텅빈방은 지금 비어있는것이 아니라 고독으로 가득차 있을것이다. 우리는 고독이 밀려왔다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지만 고독은 어쩌다가 밀려오는것이 아니라 늘 그자리에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고독이 가끔 밀려오는 것이 아니고, 고독하지 않다는 착각의 시간들이  가끔 밀려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텅빈 사실은 고독으로 가득찬 그 푸른방에 그 제 아무리 살림살이를 들여놔도 그 방에 빈틈을 완전히 채울수는 없으리라. 사랑에는 증오라는 반댓말이 있지만 고독에는 그정도로 명확한 반댓말이 없다. 공기처럼 늘 확실히 존재하는 어떤것에는 반댓말이 있을수 없다는 뜻일까.

- 문학동네 팟캐스트13회, 신형철




토니 타키타니에게 사랑은 사막의 우기(雨期)처럼 짧고, 그 기억이 소실되는 순서마저 부조리하다. <토니 타키타니>는 정확히 더한 만큼 빼지만 남은 것이 처음보다 작은 기묘한 이야기다. 그 오차는 토니의 일부가 사랑과 함께 죽어 땅에 묻혔기 때문에 생긴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그녀로 인하여 처음으로 존재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일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던진 물음을 이치카와 준은 조용히 복창한다. 한 인간의 소멸은 무엇을 가져가버리는가. 남은 자들은 어떻게 그 구멍을 안고 살아가는가. 요컨대 <토니 타키타니>는 순장(殉葬)에 관한 영화다.

- 씨네21,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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