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가락이 부러져서 전화 한 통 없냐, 연락을 못하냐 라는 등등의 원망섞인 질타와 내년엔 좀 더 보고 살자는 염원이 뒤섞인 무한반복의 메세지가 오가는 하루,  이틀, 또는 사흘. 술과 장미의 나날, 술과 술의 나날, 술과 술과 숙취의 나날, 술과 술과 환송회의 나날, 술과 술과 돼지갈비 속에 난사된 폭탄주의 나날, 그리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버스정류장 편의점에서 마시는 차가운 비락식혜의 나날을 보내다 보니 오늘. 그리고 저는 진짜 왼쪽 검지 손가락이 끊어질 것처럼 아파요. 뚱뚱 붓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없거든요. 한 가지 혐의를 두고 있는 건 얼마 전 주말에 세탁기가 고장나 일주일 밀린 옷가지들을 욕조에 불렸다가 손세탁했다는 거. 그런데 저는 살림행위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빨래거든요. 지금이야 손빨래를 할 일이 없지만 한때는 인간세탁기라 불려도 좋을 만큼 몇 세수대야씩 해치우곤 했어요. 그런데, 간만의 손빨래라서 그런 걸까. 당시엔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이번 주 내내 이러고 있어요. 손바닥에 가까운 마디가 그래요. 흠, 새해가 되면 병원부터 가봐야 할 지. 그래서 그동안 통 글을 쓰지 못했냐 하면 그건 아니고, 술 처마시느라 그랬어요.

 

딱히 올해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미련이 없네요. 어쩌면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감흥도 없어요. 사실 몇 살 이후론 그랬던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이 상태를 현상유지만 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데 과연 어찌될지는요. 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일단은 낮은 포복으로 길게 가야할 길들이 보이기 때문이죠. 결심이 반드시 결과를 가져다 주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동안 결심에 너무 게을렀던 것을 반성하기로 했거든요.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막상 만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만나지 못하는 절기지요. 며칠 후면 다시 별일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테지만 저는 오늘 뭘 할까, 많이 생각하다가 그냥 바로 집에 와서 밥을 조금 먹고 운동을 다녀왔어요. 크리스마스날도 그랬죠. 특별한(?) 날 운동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건 기우. 어수선한 시절의 조금 부풀려진 마음을 러닝머신 위에서 다잡으며 올해를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네요.  

 

담주엔 꼭 병원 가서 내 섬섬옥수 왼손가락이 왜 이러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켁!

 

2. 황해 봤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올해 본 영화가 시, 하녀  빼고는 다 유혈물인데 그 중 단연 압도적. 이 감독의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라 전작과의 비교는 불가능 하고요. 영화리뷰도 지금은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하정우가 얼마나 섹시한 사내인가를 느끼고 또 느꼈을 뿐.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의 현빈, 그 럭셔리한 뻔뻔함이 자아내는 섹시함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날것 그대로의 남자. 거품 키스 따위 어디서 감히! 황해를 보다보면 거품키스 같은 건 명함도 못내밀 듯, 키스를 부르는 김씬과 감자씬이 나옵니다. 진짜 하정우 최고. 최고. 그가 그 건들거리고도 겁먹은 눈을 하고 제게 싸우자고 덤벼주시면 저는 그냥 쓰러질거에요.

 

3. 사춘기소년님께 따로 쪽지 쓰려다가 간만에 글쓰는 김에 여쭤봅니다. 구 게시판은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나요? 수정 기능이 전혀 먹히지 않아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일전에 알게 됐어요. 로그인 기능 말고는 다른 건 권한이 없는 건가요?  

 

4. 새해에 다들 조금씩 더 나아지고 괜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것 중 큰 거 하나는 꼭 이뤄지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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