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0 21:54
오늘은 H.P. 러브크래프트 탄생 130주년이 되는 날이지요. 기념으로 러브크래프트 원작의 영화를 한 편 보았어요.
댄 오배넌의 [어둠의 부활]이라는 영화입니다. 오배넌이 감독한 두 편의 장편영화 중 한 편이에요. 하지만 국내에는
[바탈리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리턴 오브 리빙 데드]처럼 잘 기억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극장에 걸리지도
못했어요. 장르 영화제를 돌다가 다음 해에 텔레비전으로 직행했지요.
원작은 러브크래프트의 중편인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입니다. 이 소설은 전에 로저 코먼이 에드가 앨런 포 영화인 척하고
[The Haunted Palace]라는 제목으로 각색한 적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원작에 가까울까요? 원래 러브크래프트 영화들은
자유분방하기로 유명하니 이건 별 의미가 없는 질문이겠지요. 그래도 전체 스토리는 오배넌이 더 충실하게 따라가는 편입니다.
단지 로저 코먼의 영화는 크툴루 신화에 대해 더 진지해요.
오배넌의 영화는 관습적인 사립탐정물처럼 시작됩니다. 마치라는 사립탐정에게 클레어 워드라는 의뢰인이 찾아와
남편 찰스가 이상하게 굴고 있으니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의뢰합니다. 찰스 워드는 집을 나와 외딴
곳에서 이상한 실험을 하고 있었고요. 수사를 하던 마치는 자신이 찰스 워드라고 생각한 인물이 찰스의
먼 부계 조상인 조셉 코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은 각색하기 힘든 소설입니다. 재미가 없는 작품이라는 건 아니에요. 의외인 거 같은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긴 작품들이 의외로 잘 읽히고 스토리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이 스토리가
액션이 아니에요. 수많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것에 가깝지요. 당연히 상당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는데, 이걸
영화로 만들려면 어떻게든 물리적 액션을 삽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잘 해도 그건 좀 잉여가
되어버리지요. 짧은 단편이라면 기본 아이디어만 취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그것도
좀 어렵고. 오배넌은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대부분 정적인 대화 위주일 수밖에 없고,
텍스트만 제대로 전달된다면 이미지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코먼의 영화가 더 영화적이지요.
좀 싸보이는 영화입니다. 예산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요. 극장 개봉을 못하고 텔레비전으로 직행한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좀 텔레비전 영화처럼 보입니다. 영화가 40년대 사립탐정물의 관습을 흉내내려고 할 때는 더욱 그래요.
당연히 호러 묘사에 들일 돈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건 큰 단점이 아닙니다. 싸구려지만 구식
특수효과의 징그러운 질감이 있고 이건 매력이지요. 단지 그 장면들이 너무 드문드문 있어요. 크리스
서랜든이 좋은 악역을 연기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가볍고 헐겁습니다. 자기 개성이
없는 영화는 아니고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좀 아쉽습니다.
(20/08/20)
★★☆
기타등등
왓챠에서 봤는데, 두 장면이 블러처리되었더군요. 하나는 물감칠한 해골 소품, 다른 하나는 애니매트로닉스 인형.
심지어 다른 장면엔 같은 소품이 블러없이 나오니까 정말 의미가 없어요.
감독: Dan O'Bannon
배우:
John Terry,
Jane Sibbett,
Chris Sarandon,
Robert Romanus,
Charles K. Pitts,
Megan Leitc,
Lauren Briscoe,
다른 제목: The Ancestor, Shatterbrai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10524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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