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대학로 여행기.

2011.02.15 14:46

말린해삼 조회 수:4904

하루에 두번 꼴로 대학로를 산책합니다. 매일 같은 코스라 하더라도, 신세계 같은 이 곳은 제게 늘 너무 설레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고 햇빛이 갈색벽돌에 반짝 거려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날도 그리 안 춥고. 도로에는 참새 때들이 휘리릭 날아다니고, 사람들과 커플들은 웃는 얼굴이 꽤 많습니다.


혼자 이어폰으로 깔깔대며 통화하는 젊은 여자분을 보니 저도 괜시리 기분이 좋았어요. 힘든 병원 생활임에도, 병원이 대학로에 있어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그동안 몇개 찍어본 사진을 올려봐요. 오랫만에 피시방 왔거든요.헤헤.

(옆 자리 아저씨가 헤드셋 끼고 `근성님, 기 좀 주세요.네. 제게 기 좀 주세요.` 하는데 뭔가 기분이 묘해요.-_-)



커피그루? 그쪽 골목길이에요. 좁은 도로에 커다랗고 의젓한 소나무들이 보기 좋았어요,



보고 깜짝 놀랬던 연극 포스터 기둥. 제주도엔 야자수 가로수가 있다면 대학로엔 이 기둥들이 거릴 더 이쁘게 해줘요.



박성기 기자 버젼. 대학로 조형물의 숨막히는 뒤태.



샘터란 책이 이 건물에서 만들어지나 보더군요. 보이나요? 샘터란 글자. 당일배송이 더 눈에 뜨이네요.ㅎ







서울대학교 병원 정문 옆에 있는 포스터들. 장난감 가게에 온 어린 아이처럼, 아키바라에 온 오덕처럼 설레게 만들더군요. 연극은 하나도 본 적 없지만.ㅎㅎ





어느 골목길. 기왓집이 있던 곳인데 기왓집이 보이질 않네요. 사진작가는 못할 재능. 방귀쟁이 며느리가 보여요. 가마솥 우거지탕집이구요.읭?



듀게분이 추천해주신 림스치킨. 벙개때 여기서 닭을 먹었어요. 맛있었어요.ㅎㅎ PPL 같네요.


목욕탕 가다가 보였는데...왠지 더러운 느낌에 찍어 봤어요.-_-;;




어젠 학림다방에 갔지요. 들어가기 전에 송구한 마음에 찍었습니다. 제 다리 왜 저런 걸까요?;;




올드하거나, 고풍스럽지만 전혀 무겁지 않았어요. 털보 할배가 있을 것 같았는데 얼핏 유희열 같은 남자분이 부지런히 커피를 만들고 계셨지요. 전 커피맛을 모르지만,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와인도 먹어보고 싶지만, 와인도 안 먹어봐서.하하.



제가 시킨 거에요. 커피가 의외로 정말 깔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남겨준 커피. 전혀 뒷맛이 무겁거나 입에 씁쓸하게 남지도 않구요. 잼 없이 치즈케익 한 조각먹고 커피를 마시면 입안이 깔끔해져요. 추천합니다. 저기서 제가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패러디한 역사적 장소이죠.(..;;)

어떤 분이 저보고 남의 대화를 엿듣다니. 변태라고 농담하며 놀리던데..



......


돌아오는 길에 뭔갈 봤습니다.




뭐임마? 왠지 자기 얼굴에 침뱉기 같은 가게 이름...-_-;;



길을 걷는걸 좋아하긴 해요. 그리고 사람이 없는 길을 많이 좋아하는데 대학로는 전혀 다른 곳임에도 새로운 느낌을 줘요. 붐비는 거리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해주죠. 차도, 사람들도 바삐 걸어가긴 하지만 그 와중에 이것저것 천천히 살펴보고 기분좋게 웃게 되는 거리더군요. 굳이 연극을 보러 들어가거나, 대학로의 수많은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아서 참새때만 봐도 힘든 마음은 참새들에게 모이처럼 흩뿌려 버립니다. 


물론, 이 곳을 떠나는게 지금 상태에선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병원을 떠나는 날. 다시, 그리고 또 자주 오고 싶은 동네였어요. 오늘도 전 저녁에 이 사랑스러운 거릴 두리번 거리며 걷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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