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7 17:04
저는 파친코 책만 봤습니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을 읽으면서도 느낀 어색하고 필요없는 부분이 파친코에서도 나오더라고요.
(주요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책 내용이 나와요. 저는 드라마는 아직 못 봐서 영상으로는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영어로 읽은데다 제가 잘못 기억하는 디테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등장인물들의 뜬금없는 폭력행사와 선정적인 사건의 등장이요.
1)대상이 메인캐릭터라서 더 불편했던 것 같은데 여주인공인 순자- 아니 선자(제 머릿속에선 언제나 혼자서 순자라고 읽었는데)가 일본인 중학생한테 성추행 당하는 장면이요. 아마 나중엔 한수가 구해줬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받아들이기는 또래인 중고생 남자애들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가슴크기를 품평하면서 젖꼭지를 비틀었다는 묘사에서 좀 그랬습니다. 그냥 만지는 것도 아니고 마치 포르노묘사 같았어요.. 실제로 더 심한 일이야 있었겠죠? 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묘사된 것으로 기억해요.
2)한수가 아직 어리고 철없는 매춘부를 사정없이 가격해 얼굴 기형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
묘사도 마치 약한 나비가 찌부러지는 것 같았다고 돼 있었는데... 이것도 그냥 주먹으로 가격해 멍이 들고 입이 터졌다 정도에서 그쳤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 같은데.. 코가 변형될 정도로 맞아서 일급 콜걸로 일하다가 더 저급한 곳의 매춘부로 일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뒷 이야기가 서술돼 있었어요. 저는 이 장면이 제일 튀고 불필요하다고 느끼고 불쾌했는데 제가 평소에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들을 안 보는 것이 아닌데 너무나 취향인 작품에서 이렇게 튀는 묘사들이 나오니 싫었던 것 같아요.
3)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3세대 이야기중 등장한 일본 태생의 미인 여자 인물의 이야기
아마도 3세대 솔로몬의 10대를 유혹해 방황하게 만든 여성인물로 기억해요. 아주 매혹적인 외모를 가졌는데 자기자신을 미워하고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불만으로 가득 차 스스로 나락에 빠트리는 여성 캐릭터였어요. 솔로몬(인지 정확하지 않지만)이 학생일때 성적으로 유혹하고 나중에는 솔로몬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마도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반강제로 자기에게 하게 만들어요.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나서는 스스로 원해서 매춘에 뛰어들고 약과 술로 얼굴과 몸이 망가져서는 더더 밑바닥에 있는 업소에 가서 일해요. 사실상 느린 자살을 평생 한 셈으로 나와요. 솔로몬이 나중에 찾아가서 구원해주고 싶어도 제발 이대로 죽게 놔두라고 하죠.
이런 인물도.. 실제로 있긴 하겠죠..? 제가 보기엔 아무런 설명도 없어서 너무 극단적인 캐릭터로 보이지만. 심리상태는 겉핥기식으로만 묘사되고 불행은 자세히 보여줘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떠오른 영화가, 대중들도 좋아하고 평론가들도 좋아?했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요. 말도 안되는 불행 포르노라 생각되고 어이없는 사건으로 주인공이 나락으로 가고, 어이없이 하란대로 옷 벗는 여성 캐릭터를 보면서 불쾌함을 더 느꼈는데...(아 이건 감독의 의도인가요?) 제가 이런 류에 혐오감을 쉽게 느끼는 타입인가 봅니다. )
평소에 단지 폭력이 나오거나 야한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싫어하지 않는데-진지한 영화에서 여자가 성적도구처럼 나오는 장면은 싫어하지만- 이민진 작가 책을 읽을때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저만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들 필요했던 묘사라고 생각하는지요.
무려 10년쯤 전에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 Freefood for millionaire>를 처음 읽고 반했고 몇년 전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다 그 당시엔 원서밖에 없어서 사봤던 기억이 나요. 이것도 단숨에 읽었죠. 그때는 나만의 작가이고 왜 안 유명할까 너무 궁금해했는데 ㅎㅎ (근데 진짜 안 유명했으면 제가 대학 도서관에서 <백만장자->번역서를 읽을 일도 없었을 테지만; 또 아는 사람도 드라마가 되기 전에 파친코를 추천받아서 번역서로 읽었다고 하네요.) 지금 누구나 이야기하는 작품이 돼서 참 신기해요. 드라마화 되기 전에는 한국/미국에서 얼마나 화제작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이민진 작가에 대해서
아마존에서 <백만장자->의 독자리뷰를 찾아보다가 누가 칙릿(chick-lit)과 문학의 경계에 서 있다고 해서 괜시리 일반적으로 그 정도로 받아들이는가보다 하고 스스로도 높게 평가하는데 망설였던 것 같아요. 평론가였나.. 아니 그냥 독자리뷰였던 것 같아요. 그때 쇼퍼홀릭 류의 칙릿이 한창 히트치고 있었을때 같아요.
리뷰중에는 "백인 남자들은 다 착하고 한국 남자들은(이 작품은 재미교포 1,2세대 이야기) 다 ㅂㅅ 쓰레기로 묘사된다"(아니 전혀 그렇지 않음;;;;) "편향적이고 백인우월주의 남성혐오자가 쓴 것 같다"는 등의 비판글이 좀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단지 주인공이 여성이고 여성작가여서 더 평가절하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원래 리뷰란에는 호평과 비평이 공존하는데 괜히 신경쓰는건가?
저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에서도 몇몇 갑자기 과하다고 느껴지는 튀는 장면들이 있었어요.(어떤 섹스 장면들) 다 읽고 나서는 아무리 가부장적인 한국인 아버지여도 그렇게 딸의 얼굴을 때릴 것 같지 않다고 강하게 생각했고요.
어쨌든 그래도 파친코를 좋아하신 분이라면 <백만장자>도 엄청나게 추천합니다. 좋아하기는 대하드라마가 아닌 이 소설을 더 좋아해요.
2022.04.17 17:15
2022.04.17 18:11
기본적으로 책보다 드라마가 훨씬 대중적으로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또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니까 결국 드라마 버프로 책도 흥행하는 중인 거죠 뭐. 특히나 미국 드라마인데 한국이 소재이고 한국의 유명 배우들(특히 오스카 까지 받은 윤여정!)이 나오다 보니 한국에선 더더욱 화제인 거고요. 찾아보니 파친코 소설이 한국에 출간된 게 2018년인데 저처럼 책 열심히 안 읽는 사람들 중 거의 대부분은 드라마 나오기 전까진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 ㅋㅋ 찾아보니 드라마 덕에 소설이 작년 대비 15배가 넘게 팔리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네요. 근데 당연한 듯이 작년에 얼마나 팔렸는지는 안 적혀 있어서 얼마나 팔리는지는 감이 안 오네요.
2022.04.17 23:00
1. 드라마에선 과일을 가지고 가슴크기랑 비교해본다고 희롱하고 끌고가는 것으로 묘사됐네요. 그 장면 보면서 실제로도 일본불량배들이 조선소녀들을 그런 식으로 많이 희롱하고 추행했을거라 느껴지더군요. 광주학생항일운동도 떠오르고.
2022.04.18 16:10
2022.04.18 13:09
davidain/통속적이고 트렌디하다고는 생각못해봤는데 저한테는 매우 소재가 색달라서 그렇지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미국판 티비문학관 같다고 한 코멘트도 본 것 같아요. 남자 캐릭터에 대해선.. 주인공에 비해서 대부분 기능적이고 캐리커쳐같은 면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백인/한국인으로 나쁜/좋은으로 갈린다고는 전혀.. 일단 말씀하신 여주인공의 주위에는 가부장적인 아빠, 권위적인 상사, 닳고닳은 직장동료이자 바람둥이로 서로 잠깐 즐기는 남자, 다정하지만 쓰리썸유혹에 넘어간 남자친구(화해하지만 한국식인 여자의 가족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의지가 없어 여자주인공이 돌아섬),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아내때문에 망가져 멀쩡해보이지만 도박중독인 남자(두번째 남자친구) 등이 있는데.. 이렇게 보니 주인공 주위에 멀쩡한 남자가 없지만 특별히 한국/미국인의 특성으로 보여지는 건 없어요. (여기서 아빠와 두번째 남자친구가 한국인이에요.) 마지막에 어떤 남자랑 맺어지지도 않고요. (제 기억엔)
로이배티/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이 배경이라 한국에서 화제작인 것이겠군요! 당연한 것을.. 일본에선 일본 배경이 다뤄져 화제일것이구요.
진 화/아.. 역시 순화했군요. 저도 오히려 영상 버전을 보면 그런 일이 있었겠구나 공감이 될 것 같네요.
2022.04.18 15:24
뻘플이지만 방금 하신 것처럼 '닉네임/' 로 지칭하며 댓글 다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굉장히 반가운 기분입니다. ㅋㅋㅋ
원래 대댓글이 없던 시절에 하던 건데, 대댓글 생긴 후에도 다들 이렇게 하고 그랬죠. 저도 그랬구요.
2022.04.18 18:17
그 책 읽은 지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은 정확하지 않네요. 다시 손이 가는 책이 아니어서요. 기억나는 건 여주 한국인 남친이 브로커였다 실직하고 둘이 장 보는데 여주가 생활비 아끼려고 제일 싼 오렌지 주스 고르니까 남친이 비싼 거 사라고 떼 부리는 거요
저는 멜로드라마틱한 면이 느껴져 드라마화되면 한국인들한테 먹히겠다 싶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파적인 걸 좀 좋아하는 듯 해요. 실제로 넷플릭스에서인가 얘기는 좀 있는 걸로 있는데 아닌가.
비슷한 시기에 젊은 교포 여성 작가 캐롤라인 황이 쓴 책도 있었죠. 국내 번역도 되었는데 칙 릿으로 자리매김할 여지가 있었어요
저는 백만장자를 07년 6월에 yes24를 통해 원서로 읽었거든요, 아마 번역본이 나오기 전이었던 것도 같고요.
저는 읽으면서 문학성 자체가 뛰어나기보다는 트렌디한 드라마화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분량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늘어지고 상투적이 되더군요. 어릴 때부터 알고 자란 공리 닮은 한국 여성과 결혼한 교포2세 남자가 성병 옮기고 이혼당해 바람핀 스웨덴 여성과 맺어지는 게 기억나더군요. 파친코도 드라마 나오기 훨씬 전에 책 읽은 사람이 남자 캐릭터가 좀 말이 안 되는 평을 남긴 걸 봤는데 애플 드라마로 나오니 그런 소리가 없더군요. 저도 드라마 안 봤고 볼 생각 없어요. 듀게야 책 안 읽고 영상화된 매체로만 소화하는 걸 자랑스러워도 하는 거 같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작가의 장기가 시대와 맞는 매체 만나 유명해졌다ㅈ싶어요
글 읽으니 비판이 이해가 되네요. 거기서도 이혼당한 여자가 자상한 미국 남자와 재혼, 아버지가 세탁소 운영하며 예일 보낸 딸의 얼굴을 심하게 때리고 그 딸 역시 자상한 미국인 동료 ㅡ 아마 백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ㅡ와 맺어지는 걸로 끝나는 거 보니 아주 무효한 비판은 아니네요
남다른 통찰이나 신박하고 창의적인 구성에는 재능없지만 통속적인 게 먹히는 작가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