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초입에 수납장 정리하다 뒤에 굴러들어간 감자 두 개가 채소?가 되서 발견됐어요. 하나는 너무 튼실해서 나무같을 지경..ㅡㅡ 이걸 깎아내고 먹자니 이미 솔라닌?덩이일거 같고 버리자니 멀쩡히 살아있어서 난감.
베란다에 화분흙을 모아두는 상자에 이놈들 천수를 다할때까지만 살려주자 싶어 갖다 심었어요.가을되면 수명이 다해 죽겠죠. 녀석들은 무럭무럭 크긴했지만 작은놈은 얼마안가 자꾸만 하얘지더니 스러지고.큰 애는 튼튼한 줄기의 위용을 12월까지 보이더니 바람이 심하던날 팍 쓰러져 그대로 녹아버리더군요.
바로 어제, 아이가 강낭콩을 심고싶다고 해서 흙을 꺼내려고 들여다봤더니 큰 감자였던 애가 녹아버린 자리가 둥글게 움푹 패여있더군요. 잘도 녹았네 하며 파는데.
알감자가 나오는 겁니다ㅡㅡ오 마이...
먼저 스러진? 작은 감자 자리에 작은 자두알만한 노란감자가 아래쪽에 야심차게 새 실뿌리를 달고 나왔어요 더 캐보니 근처에 은행알만한 감자ㅡ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두 알. 큰 감자 자리에는 막 심으려던 강낭콩만한 알갱이가 세 개. 오백원 동전만한거 하나. 살아는 있는건가 싶었는데 이미 눈이 돋고있...
이거 큰일났어요. 저 감자밭 차려야 하나요. 어디다 심지? 우와. 바깥정원에 몰래 심자니 두 달에 한번씩 이발하듯 다 밀어버리는데. ..어쩌...
여튼.. 뿌리달린 애들 우습게 보면 안되는거 맞네요.엄청난 생명력. 양분도 없고 좁고 얕은 흙에서 얘들이 해낸거 보세요.그나저나 이걸어쩌나 ...캐내서 알감자 조림?하자니 저번에 뿌리파리약을 듬뿍 흙에다 뿌려둔게 생각나 아웃.
음. 일이 커진 기분인데...ㅡㅡ
슈퍼 감자 히어로인가요(혹은 무적, 공포의 감자라던가…)
흙채로 퍼내서 방생해주면 쇠부엉이님 집을 중심으로 감자들이 무럭무럭 자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