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이저 Hellraiser (1987)

2022.04.18 23:55

DJUNA 조회 수:2301


왓챠를 방랑하다가 [헬레이저] 영화 몇 편이 있길래 1편을 보았습니다. 클라이브 바커가 감독하고 각본을 쓴 유일한 [헬레이저] 영화지요.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옛날 번역이고 군데군데 블러가 있더군요.

바커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이야기는 수상쩍은 퍼즐 상자로부터 시작됩니다. 80년대 작품이니 루빅스 큐브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실제로 이 상자 모양의 루빅스 큐브도 나오는 모양이에요. 프랭크 코튼이라는 미국인 사도매저키스트가 모로코에서 이 상자를 구해서 퍼즐을 푸는데, 사방에서 갈고리와 사슬이 튀어나와 프랭크를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장면이 바뀌면 프랭크의 형인 래리가 두 번째 아내 줄리아와 함께 프랭크가 찢겨나간 그 집에 들어와 공사를 시작하는데, 그만 래리의 상처에서 떨어진 피를 받아먹은 프랭크의 육신이 부활합니다. 프랭크와 불륜 사이였던 줄리아는 프랭크의 육체를 되살릴 제물로 남자들을 데려오고요...

그런데 핀헤드와 일당들은 어디에 있냐고요? 프랭크가 찢겨나가는 초반에 등장하고 후반부에 또 나옵니다. 단지 아직 핀헤드라는 이름도 없고 사연도 없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뒤 인기가 많아지자 기능성 조연이었던 캐릭터가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거죠. 호러 시리즈에서는 흔한 일입니다만. 그리고 역시 호러 시리즈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핀헤드가 이름도 없는 조연인 첫 번째 영화가 시리즈 중 가장 좋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영화 중에서는요. 그 뒤에 주렁주렁 나온 [헬레이저] 영화들을 다 본 건 아니거든요. 뒤에 괜찮은 영화들이 나왔을 수도 있지요.

제가 본 [헬레이저] 영화 중 가장 자기완결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 하나로 끝나도 아쉬울 게 하나 없을 정도지요. 영화는 사악하고 익살스러운 불륜 이야기이기도 하고, 고전적인 뱀파이어 이야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도매저키즘에 대한 바커스러운 묵상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여기저기 익숙한 아이디어들이 누더기처럼 엮여 있는데 이건 결코 단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누더기스러움이 영화의 주제와 잘 맞는 거 같아요. 80년대식 특수효과와 분장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결코 세련된 무언가는 아니지만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목소리를 가진 인상적인 영화에요. (22/04/18)

★★★

기타등등
2022년에 클라이브 바커가 직접 각본을 쓴 [헬레이저] 리메이크 또는 리부트가 나옵니다.


감독: Clive Barker, 배우: Clare Higgins, Ashley Laurence, Andrew Robinson, Sean Chapman, Robert Hines, Doug Bradley, Nicholas Vince, Simon Bamford, Grace Kirby, Oliver Smith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9317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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