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0 18:40
조 라이트의 [다키스트 아워]의 시대배경은 같은 해에 나온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와 겹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의 영국.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나치에 굴복했지만 오로지 영국만이 끝까지 저항하여... 그러니까 신화화된 영국의 이야기입니다. 늘 말하지만 전 이 신화화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그 때 영국이 끝까지 싸우지 않았다면 세계역사는 정말 끔찍한 방향으로 갔을 수 있습니다.
단지 두 영화는 선택한 소재가 다릅니다. 놀런이 대표성을 가진 무명의 시민들과 병사들을 등장시켜 됭케르크 철수라는 역사적 사건을 재현했다면 [다키스트
아워]는 보다 전통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임한 네빌 체임벌린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이 어떻게 의회와 국왕과 시민의 신임을 얻고 전투의
선두에 섰는가.
당연히 영화는 처칠을 '위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건 지금 불가능한 일이에요. 당시에도 결점투성이 인물로 알려졌었고 그 결점의 리스트는 사후에도
계속 쌓여가고 있지요. 윈스턴 처칠을 거룩하고 순결한 인물로 그리면 아무도 안 믿습니다. 하지만 '위인'이 뭐가 재미있나요. 캐릭터로서 윈스턴 처칠은
바로 그 결점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배우에겐 더 그렇고요. 그리고 그 고약한 단점들의 상당수는 이미 개성이 되어 드라마의 재료가 되어 주고 있지요.
영화가 다루고 있는 건 올바른 선택을 향한 투쟁입니다. 지금에야 나치 독일에 대한 영국의 저항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1940년대 초반만 해도 그게
그렇게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당시 사람들에게 두 번째 세계대전은 정말로 무서운 일이었고 이길 가능성도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처칠이 싸우는 대상은 독일이 아니라 영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전쟁과 승리에 대한 불신입니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처칠 자신도 포함되어 있지요. 이건 대체로 사실이지만 여전히 신화화된 이야기입니다.
아이맥스로 찍은 실험영화 수준이었던 [덩케르크]와는 달리 [다키스트 아워]는 무난하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거의 옛날 할리우드 전기 영화 수준.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그걸 또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것만으로 충분한 영화죠. 여전히 조 라이트의 연출이 너무 과시적이라는 불평이 들어오지만 그 정도도
안 하면 무슨 재미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라이트가 과시적으로 굴어도 게리 올드먼이 연기하는 처칠은 여전히 영화 무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건 당연한 순서고 아마 운이 좋으면 상도 타겠죠.
(18/01/20)
★★★
기타등등
말많은 지하철 장면은 픽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https://www.thewrap.com/darkest-hour-winston-churchill-sneak-off-london-underground-subway/
감독: Joe Wright, 배우: Gary Oldman, Kristin Scott Thomas, Ben Mendelsohn, Lily James, Ronald Pickup, Stephen Dillane,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45554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0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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