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초상화

2015.09.12 23:01

Bigcat 조회 수:3916

annecleves-betrothal-portrait.jpg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앤 클레브 (독일명 안네 클레브)>

바로 '왕비의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영국의 헨리 8세와 그의 네번째 왕비와의 결혼 비화 말입니다ㅋ
왕이 어떤 여인의 초상화만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막상 실물로 보니 영 그만 못해서 이혼 한다고 난리를 쳤던 그 이야기요^^;;

갑자기 그 문제의 초상화가 보고 싶어져서 다시 찾아봤답니다. 사실 초상화의 실제 주인이 어떻든 그 화가도 엄청 유명한 화가라 작품만 감상한다해도 의미가 있거든요.

일단 화가 선생부터 소개할게요. 이름은 한스 홀바인.  <어린 토끼>의 알브레히트 뒤러와 루카스 크라나흐와 함께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화가중의 한 사람이랍니다. 
이 분은 생애의 대부분을 주로 고국인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냈지만 젊은 시절에 2년 정도 그리고 이후 만년에는 10여년간의 생을 영국 런던에서 궁정 화가로 지냈답니다. 당시 영국 왕이었던 헨리 8세의 총애를 받아 왕과 왕비들의 연작 초상화 그리고 왕자와 궁정의 고위 관리들과 유명인사들의 초상화를 여럿 남겼는데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리려는 문제의 초상화도 이 분의 손에서 그려지게 된거죠.

세번째 아내를 잃은 헨리 8세는 독일의 제후국들 중의 하나였던 클레브 공국의 공녀 '안네'와 약혼을 하게 됩니다. 당시 관례에 따라 이 결혼은 물론 왕족들의 정략 결혼이었는데요. 문제는, 헨리 8세가 나쁘게 말하면… 몹시 미색을 밝히는 성향에, 좋게 말하면… 로맨스에 목숨을 건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시는 모든 왕들이 국익에 따라 정략 결혼을 하는게 당연한 시대라...헨리의 이런 바램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죠―,.― 사실 헨리는 담당 대사에게 약혼을 하기 전에 당사자인 공주를 실제로 만나 보면 안되겠냐고 청을 하다가 화난 대사에게 엄청 잔소리를 들은적도 있으니 말 다했죠ㅋ ( 당시 예법으로서는 무척 무례한 제의여서 헨리는 신하들 앞에서 그 무안을 당하면서도 아무 소리도 못했다는ㅋㅋㅋ)

하지만 홀바인이 그려준 초상화를 보고는 헨리는 뛸듯이 기뻐합니다. 자기가 꿈에도 그리는 이상형의 여인이라나...여튼 그리고 그 독일의 공녀와 만날 생각에 마냥 행복하게 지내다가 실제 만난 뒤로는....;;

대체 홀바인이 클레브의 안네 (영국 이름 앤 클레브)를 얼마나 미화해서 그렸길래 그 소동이 난건지...-_-;;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실망한 헨리 8세는 그녀와 6개월만에 이혼하고 위자료를 두둑히 줘서 독일 클레브 공국과 별 외교분쟁 없이 일을 처리합니다만
...결혼을 주선했던 토머스 크롬웰이라는 재상은 한 순간에 몰락하고 말죠. (청교도 혁명의 크롬웰 아님, 올리버 크롬웰은 동명의 조카손자라고 하네요)

 물론 공식적인 죄목은 '뇌물 수수와 반역적인 독직행위'였습니다만, 실제 이유가 중매를 잘못 서서 그렇게 된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었죠;;

결국 토머스 크롬웰은 모든 것을 잃고 런던탑에서 참수되고 맙니다. 그는 죽기 전날까지 헨리 8세에게 애절한 탄원서를 보냈지만 감히 임금을 폭탄..-_-;;과 결혼시키려한 중죄인을 용서할 맘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왕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초상화를 그린 화가 홀바인은 어떻게 됐을까요?...놀랍게도 별 일이 없었답니다!@.@

사실, 사기로 그림 그린 인간이 젤 혼나야 할 텐데, 예상외로 헨리 8세는 신경질적인 잔소리를 몇 번 하는 걸로 화가에 대한 문책은 마무리 짓고 말죠. 그것 뿐인가요. 그 이후로도 홀바인은 궁정화가의 직책을 잃기는 커녕 계속 궁에 머무르며 왕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대체 이게 웬 일일까 싶은데 말이죠.
 
Henry-VIII-kingofengland 1491-1547.jpg
 <홀바인이 그린 헨리 8세의 초상화 모사본, 원본은 소실됨>


그런데 홀바인의 초상화들을 보니 그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헨리 8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영덩어리에다 바로 그 자신이 일국을 대표하는 일인자, 바로 한 나라의 왕이거든요ㅋ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후세의 왕들이 대대손손 볼 거라는거, 아니 왕들만이 아니죠. 왕국의 모든 귀족과 신민들이 다 볼 텐데...그 동안 홀바인이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는 정말 너무 너무 멋진 것이었단 말이죠! 
사실 홀바인 만큼 제왕의 품격이 당당하게 그려진 초상화를 그려줄 사람도 없는 데다가, 더 문제는… 홀바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경우, 그 동안 그려진 자신의 멋진 초상화도 다 뻥에 불과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꼴이라...-_-;;

헨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ㅋㅋㅋ
( 사진이 없던 시절의 비애....―,.― )


여튼....역사를 뒤흔든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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