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들

2014.02.13 21:06

lonegunman 조회 수:1894



그냥 같이 듣자는 포스팅입니다.







쉽지 않았어요

놓아버리기까지 얼마나 힘겨웠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그거 알아야 해요

당신이 준 것은 오로지 기쁨

이 무참한 패배감은 오로지 제 스스로 자초한 것이죠

괴팍해져가는 건, 서서히 미쳐가는 건 바로 그 대가인 거겠죠

서로를 택했던 건 우리의 자유 의지라고 믿었는데

요즘은 거기에 뭔가 다른 게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날 지금 이 모양으로 만든 게 어쩌면 당신인가요

우린 마치 엄마라도 된 양 서로를 아꼈고

그 결과, 서로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지경이 돼버렸네요

이제 남은 문제는:


내겐 당신에게서 챙겨 나갈 물건도, 들고 나갈 여행가방도 없고

당신 역시 내 서랍 속에 남겨둔 화장품이나 스타킹 따위조차 없다는 거예요

우린 그렇게 철저하죠, 실수로라도 깜박하는 게 안 되는 거예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이 일로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을 테지만...


이 사랑에서 내가 약자라고 느낄 때, 그 마음이 편집증으로 변모할 때

우린 진실을 파헤치지 않곤 못배기는 거죠

결전의 날을 맞아 운전대를 붙잡는 순간까지

몇 달이고 두문불출하며 폐인이 돼가는 거예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이 예기치 않던 결말을, 

결코 바라지 않던 결말을-

떠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요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거죠

심지어 그걸 즐기면서요

우리가 지금 그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제, 그만 하죠


그런데 내겐 당신에게서 들고 나올 짐도, 복도에 꾸려진 여행 가방도 없고

내 서랍 속엔 당신의 화장품도, 스타킹 한 짝도 남아있지 않네요

잊는 법을 잊었나봐요, 그러니 무슨 수로 잊겠어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겠지만-


우린 이 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예요

이게 다예요, 여기에 무슨 숨겨진 의미같은 건 없다고요

서로를 잃은 채로 있는 것, 고작 그거죠


우린 이렇게 돼선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러니 그저 앞으로도 무수한 날들을

이 허무한 결말을 받아들이는 데에 허비하게 되겠죠

한때는 이 모든 걸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 여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운명이라 여기고 받아들이자는 

당신의 말을 믿기로 해요

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들을




things you call fate / sondre lerche

translated by lonegunma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55
98 드디어 내한 하는 군요. [5] fuss 2011.01.27 1987
97 정리하는 일. [3] paranoid android 2011.02.19 1967
96 아버지는 군대 얘기를 절대 안하신다. [2] 닥호 2012.09.14 1955
95 근황바낭 [8] 언젠가 2013.06.14 1954
94 케이윌&효린(시스타) 듀엣 - Whenever You Call (머라이어 캐리) [2] 둘세데레체 2010.12.14 1940
93 아더왕의 누이가 나오는 소설 제목 아시는분.... [4] 바다참치 2010.11.14 1931
92 [강아지] 나왔어요. [6] 닥호 2012.10.08 1923
91 수혈과 교리 [19] 와구미 2010.12.13 1922
90 [전자제품 듀나인] 티비모니터 써보신 분 어떤가요? [12] moonfish 2012.01.24 1900
» 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들 [4] lonegunman 2014.02.13 1894
88 (디아블로3) 속뒤집는 소리 하는 기사단원, 정신차려라! 그러니 악마사냥꾼 언니가 한마디 하지. [7] chobo 2012.06.15 1852
87 동요와 힘든 퀴즈 [1] 가끔영화 2010.09.22 1849
86 [듀나인] 스마트폰에서 판도라 팬캐스트로 야구 보는법 [2] jay 2011.05.25 1835
85 (디아블로3) 지금 정신붕괴 중. [12] chobo 2012.06.27 1821
84 카다피가 이미 죽었을지도(추측 입니다) 내용없음 [5] 가끔영화 2011.02.25 1812
83 스가 시카오 '황금달' [2] calmaria 2011.03.01 1804
82 [듀나 생활지식인]휴학생이 프로페셔널 데이에 방문하면 안될까요. [2] TESCO 2012.10.15 1802
81 [듀9]트위터 답글에 대해: 해결되었습니다ㅜㅜ [15] 낭랑 2013.07.01 1784
80 어제 동네 어머님들과 ㅂㄱㅎ대통령 이야기를 좀 했었는데.. [2] 흐흐흐 2012.12.21 1760
79 이참에 커피를 [3] 가끔영화 2012.03.25 17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