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질의 허무함에 대하여

2012.10.28 23:43

잠깐만익명 조회 수:4633

좋아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시작은 중학교 때 였으니 거의 10년 쯤이 되었지요.


바로 어제, 그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라디오, TV를 통해서 교감했었던 사람을 그렇게 가까이 보고 있자니 노래에 집중이 잘 안되었어요.


계속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가사 내용과 이 사람의 노래 보다 다른 것들이 보이면서 저를 괴롭혔어요. 


라디오를 들을 때는 언제나 나와 DJ였고, TV를 볼 때도 언제나 나와 그 가수 였고, 음악을 들을 때도 언제나 나와 그 가수가 1대 1로 교감하는 느낌이었는데 


소극장에서 그 가수는 그냥 그 가수였어요. 많은 게스트들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그 가수가 무대위에 떡 하니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 놀랐고 두번째는 내가 상상하던 그 가수가 아니라서 놀랐고, 나 같은 팬들이 600명+a이 있다는 것도 놀랐고


아니 얘 뭐 이렇게 뻔한 얘기를 하는거야?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신다면 네.뭐. 그러셔도 별 할말은 없습니다.


그저 그걸 저는 그날 깨달았다구요. 


노래 중간중간에 했던 멘트중에 가장 와닿았던 것도 그런 것과 관련된 이야기.


'제가 어떤것에 대해서 얘기해서 기사가 나가면 달리는 악성댓글, 그리고 팬들의 옹호 댓글 둘 중에 어떤 것도 제가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나쁜 놈도 아니고 또 그렇게 괜찮은 놈도 아니거든요.'


그날 그렇게 저는 그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에 가서 팬질의 허무함에 대해 깨닫고 돌아왔다는 얘깁니다.


가까이서 보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참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어요. 


그 가수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그 사람으로 오해해서 생긴 허무함에 헛헛해지는 밤입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 이게 웬 주책일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9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95
52 박정희 집권 시절 경제에 대한 간단한 소고 [11] 천징좌알파 2012.07.20 2927
51 헬스 키친 보고... [3] 가라 2012.07.25 2863
50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질문 있습니다. [12] 진달래타이머 2012.08.07 2181
49 울림 신인 테이스티 "너나알어" 뮤비 & 엠카 데뷔 무대 [3] 탐스파인 2012.08.10 2022
48 전기요금 폭탄 좀 맞아보셨습니까? [22] chobo 2012.08.23 4399
47 [바낭]놋북에 리눅스 깔아 쓰겠다는 의지는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요?(...) [9]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8.30 1393
46 김기덕 감독 영화를 싫어하는 1인입니다. 익스펜더블 2 링컨 뱀파이어 헌터 수다도 조금 [14] 知泉 2012.09.10 4152
45 슈스케 4를 보니 김용범 피디가 잘했던거군요;;; [11] utopiaphobia 2012.09.29 5424
44 나는 한놈만 패.(feat.황우여) [10] utopiaphobia 2012.10.04 8570
43 [바낭] 심야의 짤막한 카덕질 -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한다네요 [7] 로이배티 2012.10.09 1706
42 가장 힘들었던 아르바이트는 무엇이였습니까? [27] chobo 2012.10.12 3211
» 팬질의 허무함에 대하여 [17] 잠깐만익명 2012.10.28 4633
40 울랄라부부 9,10회 후기-고수남은 똥차로, 나여옥은 주부로 다시 복귀 [7] 수지니야 2012.10.31 2016
39 등업후 첫 글. 그리고 安, 여고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쁜남자 style? [17] 지붕위의별 2012.12.06 3456
38 요즘 컬트적인 인기를 조금씩 쌓아가는 걸그룹(자동재생) [14] 루아™ 2012.12.12 3259
37 (D-2) 모레 있을 대선 앞두고 마음이 심란한 이때 사치놀이 한번 해봅시다. [39] chobo 2012.12.17 2736
36 손수조가 역대급 찬조연설을 했다는데 보신분 계십니까? [10] 정마으문 2012.12.17 5637
35 헌데 정치적으로 삽질하건 그렇다 치구요 경제적으로 지난 5년은 정말 아니였는데 말입니다. 저에겐. [3] chobo 2012.12.19 1585
34 이정희를 마녀사냥하지 맙시다. [34] 데메킨 2012.12.22 4911
33 타짜 고양이? 야바위 좀 해봤던 고양이? [4] chobo 2013.01.18 16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