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설화를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늘 있어왔던 일이고,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하도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기가 버거울 정도지요. 단순 말실수일 수도 있고,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변호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적인 발언이 아니고 우리끼리 한 이야기인데 그걸 굳이 공공의 장으로 끄집어 내 씹는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 “개인 공간인 미니홈피, 페이스북에 쓴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게 더 잘못된 것 아니냐?”

 

영화배우 김규리(개명 전 김민선)는 광우병 파동이 한창이던 때에, 본인의 미니홈피에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했다가 수입 찬성측에게 비판받았고,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욕먹었으며, 수입업체들에게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습니다. 2PM의 리더였던 재범은 연습생 시절 개인 홈피에 한국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몇 년이 지난 뒤에 그게 밝혀지면서 2PM에서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해고요.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자면...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라고 한 걸 들 수 있겠죠. 당장 “니가 뭔데 서울을 특정 종교의 신에게 봉헌하냐?”고 욕먹었지만, 기독교들인들은 “현실적으로 하나님께 등기이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종교 회합에서 오버하는 발언 좀 했기로서니 그걸 왜 교회 밖에서 까느냐?” 라는 변호가 붙었습니다. 대선때도 이 이야기를 두고 "이런 마인드는 가진 사람에겐 이 나라 못맡긴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교회에서 교인들끼리 그런 말 했다고 안뽑아주면 정작 중요한 판단을 그르친다"며 신경 안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강만수는 기재부 장관 시절 서울 법대 동문회에 가서 “서울 상대보다 서울 법대생이 일을 더 잘한다. 예전에 내가 꼬꼬마 시절에는 간부들이 (서울 법대를 안나온) 중간 간부를 다 건너뛰고 서울 법대 출신인 나한테만 일을 시켜서 너무 힘들었는데 일은 많이 배웠다. 그런데 10년만에 기재부에 돌아와보니 서울 법대가 씨가 말라서 일하기가 힘들다” 뭐 이런 분위기의 말을 했습니다. 서울대가 비서울대를 씹는 것만 해도 말 들을 판에, 서울 법대가 서울 상대를, 그것도 상대생들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재정, 경제 영역에서 깠으니 이것도 좀 시끄러웠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역시 “서울 법대 동문회에서 법대생들끼리 자기들 띄우는 소린데 무슨 말을 못하느냐”며 변호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일부 선교사들은 “골을 넣은 선수들이 크리스천인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식의 말을 한 모양이군요. 기독교국가가 아니면서 축구강국인 나라를 설명할 수 없으니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발언입니다만, 이 역시 “논문에 그렇게 쓴 것도 아니고, 기독교인들끼리 기독교인 만세! 라고 외치는게 비논리적이면 뭐가 문제냐?” 는 변호가 붙습니다.

 

어떻게 선을 긋고 옹호하고 비판해야 할지 좀 헛갈리네요. 개인 공간에서, 사적인 모임에서 한 말 때문에 까는 건 잔인해 보이긴 하지만, 그 내용이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면 ‘개인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이해하는 것도 능사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딴따라와 일반인에게는 관대하게, 정치인 등 공인에게는 가혹하게 하면 되려나요. 확실한 건, 나이 먹을수록 정치인들의 설화 따위에는 그냥 무감각해진다는 겁니다. 그게 옳은 방향이라서 그런건지, 하도 데어서 덜 예민해진건진 모르겠지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9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74
125041 술회 겸 한탄 - 자신이 별로 호감형도, 좋은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 번 [6] 상수 2023.12.22 435
125040 케이팝 걸그룹 영상을 보며 댄스를 추시는 하야오 옹(...) [2] 상수 2023.12.21 515
125039 프레임드 #650 [4] Lunagazer 2023.12.21 85
125038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 수락(국힘과 그 지지자들도 한동훈 맛 좀 봐라) 왜냐하면 2023.12.21 492
125037 [스크린 채널]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9시 8분에 시작했어요.) [1] underground 2023.12.21 200
125036 [핵뻘글] 아무 영양가 없는 근황 글입니다 [16] 로이배티 2023.12.20 739
125035 미국 콜로라도 법원, 도널드 트럼프 내란선동으로 경선 출마 금지 판결 [1] 상수 2023.12.20 358
125034 프레임드 #649 [6] Lunagazer 2023.12.20 89
125033 (회사바낭) 오랫만입니다. [5] 가라 2023.12.20 345
125032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보고(스포있음, 히어로 영화라기 보다는 해양판타지에 가까운 속편, 그리고 약간 불쾌한 스포) [2] 상수 2023.12.20 330
125031 키호이콴의 액션 [1] 돌도끼 2023.12.20 256
125030 인디아나폴리스 500 음악 [1] 돌도끼 2023.12.20 95
125029 어제 서점에서 산 것들 상수 2023.12.20 245
125028 [도둑맞은 키스]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12.20 226
12502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12.20 93
125026 신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리들리 스콧과 약간의 <나폴레옹> 이야기 [2] 스누피커피 2023.12.20 382
125025 '세인트 모드' 감독 신작 [4] LadyBird 2023.12.20 280
125024 에피소드 #68 [2] Lunagazer 2023.12.19 76
125023 프레임드 #648 Lunagazer 2023.12.19 87
125022 서경식 작가가 돌아가셨네요. [6] thoma 2023.12.19 5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