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한도전 짤막 소감.

2010.09.05 10:09

로이배티 조회 수:4690

일단 전 무한도전의 팬이 아닙니다.

아마 전체의 1/10도 보지 않았을 거에요. 방영 초반을 아예 보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이겠고. 애시당초 정기적으로 하는 프로를 열심히 챙겨볼 정도로 성실한 인간이 되질 못 해서. -_-;;

...같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은 이만하고;

 

길과 노홍철의 경기력이야 뭐.

똑같이 죽어라 했다 쳐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거죠. 전 그 심정 매우 잘 알겠는데요(...)

게다가 그들의 경기력에 맞춰 시합 시나리오를 잘 짜 놓아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그냥 재밌었는데요 뭘. 레슬링 특집이 김태호 PD가 밝혔던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 되었다면 아마도 모든 경기가 대략 이런 분위기였겠죠 아마도.

 

완전히 정형돈으로 시작해서 정형돈으로 끝나는 내용이었죠. (드디어 주인공이 된 거냐!!!)

준비 과정에서의 잡음이 많았고 그 잡음들이 그냥 '별 거 아님' 이라고 흘려 보낼만한 것들도 아니었고. 그래서 뭔가 좀 불편한 마음으로 시청을 시작했습니다만.

정형돈의 스피닝 힐 킥이 작렬하고, 정준하가 그 기술을 제대로 받아 누워주는 순간 그런 것들은 죄다 멀리 멀리 은하수 너머로 날아가버림을 느꼈습니다.

말 솜씨가 부족해서 뭐라 멋지게 표현하진 못 하겠지만 그냥 그 순간 '아. 이 녀석들 진심으로 했구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암튼 뭐, 그냥 설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한 방에.

그리고 정형돈에 대한 없던 애정이 미칠 듯이 솟구치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정준하에 대한 누적된 비호감도가 '거의'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_-;;

거창하게 블럭버스터 규모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보다는 소소한 게 좋더라... 는 팬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공감도 하지만,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들에선 보여줄 수 없는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규모만 크게 벌여 놓은 게 아니었어요. 멋졌습니다.

 

당연히 나오리라 생각했던 바다 대신 바다가 나올법한 타이밍에 싸이가 나온 것도, 하필 두 번째 곡이 '연예인'이었던 것도 다 PD의 계략(?)이었겠죠. 참 머리 좋아요.

고통스러워하는 출연자의 모습을 갖고 감상적으로 장난치면서 본인의 까임에 대해 쉴드를 친 것 아니냐는 반응들도 좀 있는 걸로 아는데. 그 보다는 그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고생하는 예능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미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일단 경기가 녹화된 것이 지금의 폭풍 까임보다 전의 일이잖아요. 정형돈이 그 타이밍에 그런 상태가 될 거라고 예지를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정형돈이 주인공이 되었고 비장하고 처연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을 뿐, 모두 다 상태가 그럭저럭 멀쩡했다면 많이 다른 분위기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의미는 그대로였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편집이 너무도 적절해서 까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져 버렸;;

 

웃자고 보는 예능에서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라고 따지면 좀 애매하긴 합니다.

실제 경기에서도 의료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는 까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출연진이었다면. 특히 정형돈이었다면, 김태호 PD에 대한 증오와 분노와 억하심정이 수년도 아니고 수십년치가 쌓인 입장이라 하더라도 '연예인' 부분 하나만으로 다 잊고 용서하고 오히려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안 깔래요. 그냥 난생 첨으로 계획된 무한도전 본방 사수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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