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겠지요.


모처럼 아주 오랜만에 재밌게 챙겨보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래서 게시판에 이런 글

http://djuna.cine21.com/xe/4452506 

도 적었었구요.


근데 지난 주부터 묘하게 기대감이 떨어지더니만. 이번 주엔 바닥 치기 직전까지 내려갔네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니 저완 전혀 다르게 보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좀 소심... 하게 적으려다 그냥 막 적습니다;


1.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의 특성상 어차피 다 뻔하게 흘러가긴 하죠. 하지만 그러니만큼 에피소드의 효과적인 배치를 통해 그 뻔한 흐름을 적절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게 잘 만든 로맨스의 조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일단 '6년 점프'의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제 방송분을 보면 모든 등장 인물들이 바로 지난 회, 고등학교 졸업 당시 시점에서 바로 옷 갈아 입고 직장만 잡은 채로 이어서 등장하는 것 같아요. 6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러니 분명히 감정은 그대로 이어지는데, 그렇게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너무 쌩뚱맞아요. 이렇게 6년을 삽입해 넣으려면 차라리 그 동안 각자 연애도 좀 하고 세상에 좀 치이기도 하고 그래서 성격도 이래저래 변하고... 이런 설정이라도 잡아줬음 괜찮았을 것 같은데요. 이건 뭐 그냥 '6년 흘렀다. 하지만 모두들 다 똑같은 마음이었다'라고 해 버리니 등장 인물들의 생기가 다 죽어 버리고 클리셰 덩어리로 변신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6년 점프 같은 건 빼 버리고 그 시절에 다 결판을 내 버리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현재 시점이야 어차피 후일담이니 6년을 건너뛰든 10년을 건너뛰든 별 차이도 없잖아요.



2.

그렇게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 하게 되니 시원 캐릭터가 자연 재해급의 진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자기가 거절해서 6년을 안 보고 산 사람을 (그것 자체는 본인 잘못이 아니긴 하지만) 우연히 만나자마자 노골적인 낚시질로 유인해서 강제 인증 유도하는 게 도대체 무슨 짓이랍니까.

그 후로 계속 윤제에게 대놓고 들이대는 것도 97년, 98년이었다면 귀여웠겠지만 어제의 그 시점, 그 상황에서 그러고 있으니 한 대 패주고 싶어지더라구요. 파렴치한 것(...)

참 반짝반짝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였는데. 정은지양이 여전히 연기 잘 해주고 여전히 귀엽게 해 주고 있는데도 자꾸 보면서 짜증이 나서... orz



3.

이렇게 불만이 커지고 나니 그 외의 다른 자잘한 부분들, 이전까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들에도 다 태클을 걸고 싶어집니다.

병원 계단의 그 의자 그림 설정. 처음 딱 보는 순간 실망했습니다. 당연히 고백하겠지? 누가 엿듣겠지? 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었는데. 그걸 두 번을 써 먹으니 작가들 참 게으르단 생각이 들고.

매 회 끝날 때마다 나오는 떡밥 놀이도 짜증이 나고. (마지막회 제목이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라면서요. 그럼 이루어지겠네요 뭐. -_-;;;)

시도 때도 없이 튀어 나오는 '상황에 맞는 그 시절 노래' 퍼레이드도 과하단 생각이 들어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도 별 감흥이 없고.

등장 인물들의 나레이션이나 대사들도 자꾸 오그라든단 생각이 들고 막;

특히 윤제의 '무기. 내가 무기징역이다~' 는 너무 견딜 수가 없어서 같이 보던 가족분에게 '우하하하하하! 내가 무기다 무기! 무기 징역!! 크핫핫하하하!!!' 이러면서 뛰어 놀았...;



4.

뭐.....

그래도 이제 몇 회 안 남았고. 또 아직은 딱히 크게 막장스럽다 싶은 느낌까진 없어서 일단 끝까지 보긴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캐릭터들에 정도 들었고. 정은지, 서인국, 신소율, 이호원 등등의 연기도 여전히 그럴싸하구요.

하지만 그렇게 재밌게 보던 드라마의 시청이 갑자기 의무 방어전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려서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네요. orz



+ 키스 한 번에 감기 옮기는 것도 분명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서 보았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거야 뭐 꽤 흔한 설정이니까요.

사실 제가 원하는 결말은 이러다가 결국 시원과 윤제가 매우 평범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다시 만나 친구가 되고. 둘 다 다른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으며 동창회 말미에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인사하고 헤어지며 끝난다는 식의 전개입니다만. (아다치 미츠루의 모 단편 비슷한...; 전 이 동창회 설정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고 있는 아다치 빠입니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의 떡밥 놀이가 있으니 윤제가 아니면 선택의 여지 없이 윤제 형과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럴 거면 그냥 윤제랑 결혼하는 게 나을 것 같긴 해요. -_-; 


++ 애프터스쿨 주연양은 딱 보는 순간 얼굴이 굉장히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잘 보니 눈썹 염색 때문에 얼굴이 휑해 보이는 거더라구요. 처음엔 좀 무서웠습니다.


+++ 오늘 네이버 인기 검색어에 '키다리 아저씨 결말'이 종일 버티고 있었던 걸 보면 이 소설도 이제 흘러간 고전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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