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와 초원의 빛

2022.02.13 08:55

가끔영화 조회 수:280

남 사는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고 가끔 나 사는 모습을 옭가메는 끈도 느슨해져 뭐냐 이게 생각될 때가 있지만 다 이것들이 세상의 처음과 끝이 되겠습니다, 사평역은 글쓰는 젊은이가 중얼거리는거 같고 초원은 늙은이가 끝까지 힘내 사는 수밖에 없네 하는,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8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16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576
119105 투표장에는 6시부터 사람이 많군요 [3] 으랏차 2022.03.09 492
119104 혹시 디즈니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 계시다면 soboo 2022.03.09 552
119103 선거후 윤석열이 수사받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혹은 수사를 지휘할까요? [8] 왜냐하면 2022.03.09 810
119102 지역과 득표 이야기 - 희망편 [11] MELM 2022.03.08 847
119101 [아마존프라임] 내세... 를 빙자한 결혼 코미디, '포에버'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2.03.08 511
119100 잡담 [9] daviddain 2022.03.08 323
119099 코로나 확진자 내일은 30만 돌파할 수도 있겠군요 [25] 으랏차 2022.03.08 811
119098 [듀나인] 35명의 참석자에게 골고루 말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10] underground 2022.03.08 531
119097 그만둔다고 얘기했습니다 [6] 적당히살자 2022.03.08 661
119096 죽을 맛이라는 건 어떤 걸까 [1] 예상수 2022.03.08 257
119095 본인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윤석열 [15] 으랏차 2022.03.08 1045
119094 직장서 받는 스트레스 [2] 적당히살자 2022.03.08 387
119093 (영화 바낭) 살인자의 기억법 [3] 왜냐하면 2022.03.08 351
119092 사방에서 확진난리네요 [4] 적당히살자 2022.03.08 695
119091 저를 경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예상수 2022.03.08 525
119090 필립 K.딕 소설 한 권도 안 읽었어요. [7] thoma 2022.03.07 677
119089 [아마존프라임] 슬픈 힐링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을 봤습니다 [13] 로이배티 2022.03.07 502
119088 확률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4] 가끔영화 2022.03.07 639
119087 성경 신약에 대한 대강의 정리 [21] catgotmy 2022.03.07 626
119086 현타가 왔습니다 [8] 노리 2022.03.07 8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