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 한 시간 51분이고 장르는 드라마. 스포일러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에요. 걍 구체적 언급만 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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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고 나니 제목 잘 지었다 싶었습니다. 중의적이면서 심플한 제목.)



 - 어느 교회가 비칩니다. 젊은 여성이 뭘 바리바리 사들고 도착하구요. 교회 지하로 내려가서 방 하나를 골라 열심히 정리를 하고 손님 맞이 준비를 하네요. 곧 중요한 손님이 오나 봅니다. 잠시 후 변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도착해서 또 이것저것 조율을 하는데, 되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준비해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손님들이길래!!

 그렇게 런닝타임 20분이 다 되어서야 이제 손님들이 도착해요. 두 쌍의 부부네요. 근데 그 중 비교적 젊은 쪽 부부들은 '우리가 참 맘 크게 먹고 좋게 대해주마!'라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나이든 부부 쪽은 완전 저자세... 인데요.

 사실 영화 기본 정보만 찾아봐도 다 확인되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디테일은 모르고 보시라고 간단히만 말하자면 자식들 문제입니다. 나이 든 부부의 자식이 비교적 젊은 부부들 자식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그것도 이미 6년전에. 그리고 이 모임은 피해자 부모측이 뭔가 최후의 정리를 하기 위해 요청한 대화의 장입니다. 시작부터 양측 모두 잔뜩 곤두서서 가안신히 '억누르고' 전개되는 이 대화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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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S.)



 - 되게 예측하기 쉬운 영화입니다. 저 설정을 딱 보면 '아 결국 끝까지 그 방에서 넷이 대화만 하고 끝나겠네' 라는 생각을 하실 텐데 그 생각이 맞구요. 또 대충 보아하니 자식들 간의 사건이란 건 이런저런 사건이겠고 결국 그 끝은 어떻게 됐었겠구나. 라고 짐작하시면 그게 맞습니다. 뭐 숨길 것도 없고 뭘 신선하게 보여줄 것도, 관객들 의표를 찌를 것도 없고 애시당초 그럴 의도도 1도 없는 영화에요. 그렇게 뻔한 대신 정말 깊이, 한 번 제대로 파고 들어 보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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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에 관객들이 이입하게 되는 피해자팀. 저 여자분은 '구니스', '허공에의 질주' 같은 영화에 나왔던 분이구요.)



 -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두 부부, 네 명의 캐릭터가 모두 다 개성 있으면서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일만한 현실적인 느낌으로 잘 빚어져 있고 그런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 심리 같은 게 대사들로 잘 드러나요. 조금 까칠한 사람도 있고 조금 말을 부주의하게 하는 사람도 있고 많이 빡쳐 있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대화가 평화롭게만 흐르지는 않지만 그게 현실감을 더 크게 하구요. 또 그 덕에 모두 다 큰 충격과 상처에 허덕이는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게 충분히 잘 드러납니다.


 또 영화 특성상 당연히도(?) 배우들도 연기 좋은 사람들이 적절하게 잘 캐스팅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뭔가 리얼 다큐스런 영화의 성격상 스타 캐스팅은 안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출연진 중 가장 유명한 건 제이슨 아이작스거든요. 근데 이 분이 뭔가 좀 희한하게도 화려한 환타지 캐릭터나 평범한 (하지만 잘 생긴) 동네 아저씨까지 잘 소화가 되는 분이잖아요. 연기도 잘 하구요. 이 영화에서도 좋았어요.

 사실 나머지 분들도 다 무명급과는 거리가 먼 분들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평범한 부모' 역할에 안 어울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특정 이미지가 박힌 분들은 아니고 연기도 잘 하시니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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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보다보면 가해자팀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 여자분은 HBO '레프트오버'에서 엄청 살벌하게 나오셨던 분인데... ㅋㅋ)



 -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서로 가시 돋힌 말을 내뱉고 분위기 험악해지다가, 간신히 간신히 억누르고 또 대화를 이어 가고. 그러다 전혀 뜻밖의 부분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하지만 잠시 후 또 폭발하고... 이런 패턴을 반복하며 결말을 향해 가는 이야기인데요. 상황 설정과 구축된 캐릭터들 덕에 '폭발 직전'의 상황이 되면 긴장감 보다는 먹먹함과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어째서 세상은, 인생은 이리도 ㅈㄹ맞은 것인가. 저런 일을 당한 사람들은 대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이런 생각을 내내 하게 되는 영화에요.


 그런데 그 과정 내내 양측 네 명의 인물들을 참으로 공평하게 다룹니다. 가해자-피해자 이렇게 팀(?)이 나뉘지만 특별히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거나 특정 방향으로 과몰입하거나 하지 않고 등장 인물 모두를 존중하며 모두의 아픔을 들여다봐요.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나름 과감한 부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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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중 열 뻗치면 이렇게 쿨타임도 가져보구요.)



 - 왜냐면 보통 우리가 이런 류의 사건을 접하면 당연히 피해자 쪽에만 연민을 느끼게 되지 않겠습니까. 가해자 측의 아픔이나 슬픔 같은 건 아예 무시당하거나, 그 존재는 인식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깊게 생각하진 않게 되는 게 보통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가해자(본인 말고) 측 사람들의 고통과 상실감도 피해자(본인 말고) 측 사람들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자칫 살짝만 삐끗해도 '아이고 성인군자 나셨쎄요~' 라고 욕 먹거나 비웃음 사기 딱 좋은 스탠스인데. 아마도 실제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고 쓴 듯한 디테일한 각본과 좋은 연기 덕에 이 아슬아슬한 길을 끝까지 잘 갑니다. 보다보면 납득이 다 되고 마지막의 상당히 도덕책스런(?) 결말에도 거부감 없이 그냥 공감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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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한 번 보시라는 거죠.)



 - 뭐 더 길게 말할 게 있겠나 싶습니다.

 어찌보면 그냥 이런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는 게 훨 이득(?)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극영화에는 극영화의 길이 있는 것이고 그 길을 굉장히 잘 판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로는 전달하기 힘든 메시지를 지나친 과장이나 왜곡 같은 것 없이 훌륭하게 잘 전달한 거죠.

 그리고 뭣보다... 그냥 재밌습니다. 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요. ㅋㅋㅋ 아주 강렬한 정서적 체험입니다. 라고 말을 바꿔보지요. 대략 80여분들 아줌마 아저씨들 넷이 앉아서 노가리(...)만 까는 영환데 정말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구요. 내내 먹먹하고 짠하고 한숨 나오는데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계속 보게 돼요.

 마지막으로 이런 먹먹, 우울, 깝깝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들이 파는 영화인데도 끝까지 보고 나면 우울함보단 슬픈 감동 같은 게 남구요. 뒷맛이 찝찝하고 우울하지 않습니다. 제겐 이게 정말 컸네요. 보고 나서 힘들어지는 영화는 싫어요. ㅋㅋ

 암튼 어지간하면 보세요. 특별히 취향 탈 것도 없이 참 잘 만든 영화이고 '좋은 영화'입니다.




 + 어찌보면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든 개신교 전도 영화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영화의 메시지도 그렇고 결말도 그렇고 참으로 친 개신교적인데 희한하게 거부감이 하나도 안 드네요. 



 ++ 사실 아주 반가웠던 배우분이 한 분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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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뒤에 초점 나가신 분. ㅋㅋㅋㅋㅋ 자리 준비하는 교회 사람으로 나오시는데,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참 박복한 캐릭터로 나오셔서 정들었죠.

 거기선 나름 되게 자유로운 영혼이셨는데 그새 착실한 교회 집사님이 되셨...



 +++ 전 올레티비 프라임 뭐시기 요금제로 봤습니다. 여기저기 다 올라와 있긴 한데 대여가 4500~5000원 정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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