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쟁과 상관없이 근간에 생각하던 건데요.

우리는 확실히 80년대의 계급 논쟁은 차라리 낭만적이었다라고 생각할 만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80년대의 대학생들이 계급 논쟁을 벌일 때는 적어도 유산계급을 타자화할 수 있는 여유(?)라도 있었죠.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90년대 말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계급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신흥 유산 계급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소위 말하는 땅부자들. 유례를 따져보면 강남개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그런 이들은 이미 80년대 이전부터 땅땅거리며 살았던 이들이고,

90년대 후반부터 땅땅거리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거죠.

 

물론 그들 중에는 땅에 기반하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사채 시장도 엄청나게 불어났고

경제 규모가 커진만큼 자영업 등을 통해 유산계급에 편입한 이들도 적지 않죠.

이런 분들이 최근 십 여년 사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규모도 달라요. 

90년대 중반 한창 오렌지족이라는 단어가 9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시절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온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조카인 신모씨와 그 친구들이 술에 취해 차를 몰고가다 끼어드는 차가 건방지다며

벽돌과 화분 등으로 폭행을 한 사건. 그 사건 당시 롯데 조카 일행이 타고 가던 차가 그랜저였고, 폭행 피해자 일행의 차량은 프라이드였습니다.

지금도 평범한 소시민은 프라이드를 탑니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의 조카가 그랜저를 탈까요?

대기업 오너는 커녕 지방에서 웬만큼 장사 잘되는 식당만 갖고 있어도 외제차 타는 세상입니다. 

요즘은 수입차가 한 달에 1만대 이상 팔리는 시대예요. 

 

그만큼 계급은 벌어졌죠.

 

이런 일련의 사실들이 이곳 게시판과 어떤 식으로 연관 지을 수 있냐면.

80년대는 평범한 이들이 유산계급과 섞일 수 있는 경우가 지극히 한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구나 함께 섞일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저는 4억이 넘는 람보르기니 수퍼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누굴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람보르기니 오너들의 실체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는 건데 어디에선가 그런 차를 타고다니는 이들을

직접 보게 됐을 때 나름 충격을 받았습니다. 와. 저런 차를 타는 사람도 그냥 평범하구나... 심지어 나보다 배도 더 나왔어!!

 

말하자면 이곳 게시판에도 제가 실체 자체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람보르기니 오너와 같은 분들이 있을 거란 얘깁니다.

한 마디로 게시판 유저들의 경제적 입장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정치적인 입장이야 엄연히 강남 좌파란 단어도 존재하는 이상 경제적 스탠스와 상관없이 동일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정치적인 견해를 공유한다 하더라도 결국 개인이 처한 기본적인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적 지위를 예로 들어 말씀드렸지만 학력에 관해서도 다를 바 없습니다.

예전에야 최고학부를 나와 고시를 패스하고 이런 사람들. 본인이나 친인척이 그 범주에 속해있지 않은 이상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죠. 웬만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담고 있다보면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물론 디씨 코갤 같은 곳이라면 좀 힘들겠지만.;;

 

이런 실정이다보니 게시판 유저들을 하위든 상위든 본인이 속한 위치의 표준으로 여기면 누군가는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여긴 학력이든 재력이든 평균이상, 평균이하의 구성원들이 울타리 없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헌데 본인을 게시판 구성원의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혹은 그 이하라고 생각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신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발언하다보니까 그 틀 안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괴리감 또는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거죠.

 

이런 얘기는 처음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쟁과 상관없는 생각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것이긴 한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다 보니 어떤 면에선 오프라인과 달리 격이 없이 모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약간 기이한 현상이 생긴 것 처럼 보이는데, 뭐냐면 양 극단에 위치한 이들의 목소리를 거의 듣기 힘들다는 겁니다.

일단 격이 없이 모이긴 했지만 그 모인 공간에서 미묘한 장벽이 생긴다는 거죠.

엄밀히 말하자면 빈한한 이들은 나름대로 가끔 자신이 겪고 있는 팍팍한 현실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부유한 이들이 부유한 가운데 본인이 겪고 있는 고충을 털어놓는 건 금기시 돼 있습니다.

그 내용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단어 선택부터 매우 신중해야할 것을 강요받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게시판에 머무는 우리들이 서로 같다고 자꾸 착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린 서로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아웅다웅.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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