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1 01:20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저에게 이런일이 일어날 줄은... ㅜ.ㅜ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악(집이 전소되는)은 피한 상황입니다.
집에서 조그만한 아로마 램프랑 초를 애용하는편인데요. 아침에 화장실에 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티라이트를 하나 켜놨어요.
왜 카페에서 켜는 제일 작은 티라이트 있죠. 다 타는데 한두시간 채 안걸리는거요. 출근길에 그걸 미처 끄지 않은 게 생각났지만,
지금까지 아로마 피워두고 초 켜놓고 잔 적도 있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괜찮겠거니 했죠. 근데 괜찮지않았던겁니다.
그 초에 티슈가 날아가 불이 붙었는지 어떘는지 모르겠지만 어쩄든 불이 커졌던 것 같고, 거품 나는 쉐이빙폼 같은 스프레이 용기가,
열을 받아서 폭발한 것 같습니다. (보니까 뚜껑이 날아가 있어요...)
변기커버랑 여러가지 이것저것 활활 타올랐던 것 같고, 그렇게 그대로 한참 타다가 전소한 모양입니다.
그 때 까지 아무도 불이 난 걸 몰랐고 제가 퇴근하고서야 집이 이 지경이 된 걸 발견했습니다.
제 잘못 제 안일함 잘 알고있습니다. 듀게에서 이런 말 첨 하는 거 같은데 ㅜㅜ 혼내지 말아주세요. ㅜㅜ
바보라고 손가락질도 이번엔 속으로만 해 주세요. 저도 잘 알고있어요 ㅜㅜ 집이 너무너무 엉망이 됐으니 불쌍히 여겨주세요 ㅜㅜ
윗집이 주인집이고 옆집도 있는데,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비도오고 해서 더 몰랐나봐요.
다행히 전기랑 가스는 멀쩡합니다.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하지만 화장실에서 변기랑 이것저것 다 타는 동안 온 집안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찼던 듯
온 집안이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엉망이 되었습니다. 벽 천장은 당연하고요. 이 맥북 에어도 그을음 맥북에어가 되었습니다.
책이 꽤 많은데 책 윗부분에 다 그을음이 앉았고, 10기 가까이 되는 건프라, 이런저런 피규어 모든 아이들이 다 그을음을 뒤집어 썼습니다............
싱크대 안의 식기와 프라이팬, 양념통들도 물론이고, 옷과 수건도 깨끗한 게 단 하나도 없어요.
수건과 이불부터 세탁기를 돌리긴 했는데 비가 와서 잘 마를 지 모르겠습니다.
도배는 100% 새로 해야할 것 같고. 화장실 공사는 다행히 주인집이 해 주신다고 합니다.
회사엔 내일 하루 휴가를 냈고. 처음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럽고 패닉상태라 제정신이 안 차려지더군요. 뭐 부터 해야할지.
저도 모르게 엉엉 울면서 주인집에 올라가서 어떡하냐고 불이 나서 집이 엉망이 됐다고 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다행히 착한분이셔서 같이 청소도 도와주시고, ㅜㅜ 다시 생각하니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네요.
사람들한테 얘기하기가 민망해서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고 저에게 뭔가 일이 있다는 걸 눈치 챈 친한 사람 서너명에게만 얘기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친한 오빠는 연락을 받자마자 당장 오겠다고 하는데,
제 얼굴이랑 온 몸에 숯검댕이 묻은 모습도 집안꼴도 보여주기가 싫어서
일단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전화로 그냥 울면서 하소연만 했어요.
침대 주변만 겨우 치우고. 방바닥을 10번도 넘게 닦은 것 같은데 아직도 바닥이 거뭇거뭇 얼룩얼룩합니다. (숯검댕 뭘로 닦아야 효과적일까요? ㅜㅜ)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정신이 차려지는지 배가 고파서 라면이라도 사 먹을까 하고 나가니까
아까 제 사정을 들은 동네 오빠가 같이 밥을 먹어주겠다고 나와서 된장라면에 맥주 한 잔 사주며 이것저것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눈물나게 고맙네요 ㅜㅜ
화재처리전문 청소업체도 있다고 알아 봐 주고요. 대충 보이는 곳을 닦긴 했는데 공기중에 그을음이 많아서 건강에 안 좋을거고 스트레스도 심할테니
가능하면 이번주까지는 근처 레지던스를 예약해서 거기서 자라고 하네요. 정말 그래야할지도 모르겠어요. 당장 입을 옷은 유니클로에서 사고. 뭐 =_=
온몸이 숯검댕이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올라와서 샤워하라고 하셔서 샤워를 하고 밖에서 요기를 하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다시 손과 발 얼굴이 숯검댕이 되고 있습니다. ㅜㅜ 울고싶네요.
숯검댕을 효과적으로 닦는 건 뭐가 있을까요? 만능이라 여겼던 베이킹소다 물은 크게 효과가 없는 듯 합니다. 세제로 거품을 내서 닦기도 했는데 완벽하지 않네요
포탈사이트에 검색을 좀 해봐야겠어요. 청소업체 전화번호도 써 놓고. 레지던스도 예약하고.
그래도 학생신분이 아니라 개코만치라도 돈을 버는 직장인이라 다행이네요 ㅜㅜ 경제력 없는 학생이었으면 ... 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개인적인 얘기를 이렇게 길게 쓴 게 오랜만? 처음? 하여튼 오랜만인 것 같아요. 많이 안정됐다지만 아직 정상은 아닌 듯 ㅜㅜ
청소하면서 그을음 많이 들어마셨는데 나중에 코 풀면 시커멓게 되고 그러려나요. 자꾸 재채기 나고 하네요. 전 천식도 없는데 ㅜㅜ
불의 무서움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를 포함해서 이런 재난(이라고 하기엔 시시한가요 ㅜㅜ)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건 처음이에요.
가스가 터지고 그러면 어떘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오늘 잠을 잘 잘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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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로마 향초 자주 피워놓는데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