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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님(왼쪽)께서 홍릉각 코스 번개를 주최하시길래 얼씨구나 하고 다녀왔습니다.
(먹는 중 순간 스냅. 그와중에 포즈 바로 잡는 Paul_님... 이님 무섭다.)
비가 쏟아져서 조금 늦게 갔더니 다들 와 계시더군요. 그런데 가게 문 들어가자마자 하는 사모님의 일성
"아, 어디서 왔나 했지만 삼촌네 모임이셨어?"
.... 사장님에 이어 삼촌입니까, 아지매. (.....) 전 아직 이십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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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량주와 함께하면 더욱 좋습니다. 향이 알싸하게 피어오르는 게 참 괜찮더군요.
지금 솔직히 저도 술이 좀 안 깨서 알딸딸합니다. 오타가 계속 나서 쓰고 지우고 반복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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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 손댄 걸로 하나만 계속 달려야 한다는 괴이한(?) 의리를 지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잘 흔들어 섞은 소용돌이가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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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_소주광고_찍을_기세.jpg 초상권 감사염.
![](http://pds10.egloos.com/pds/200903/16/32/b0007832_49bd30a94b868.jpg)
![](http://pds13.egloos.com/pds/200903/16/32/b0007832_49be256203646.jpg)
물론 제가 좀 사진 중에서도 소주광고스러운 거 전문으로 하긴 합니다마는..(.....)
"좋은 자리 좋은 만남, 우리는 깔끔하게 '情'!!!"... 80년대 잡지 광고스럽게... (....)
.... 여튼,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코스요리 먹은 것들을 한 번 봅시다.
8품 요리라 함은 옛날 중국 당나라 황제 - 고종과 양귀비가 특히 유명하죠 - 가 대륙 전역에서 모은 여덟 가지 산해진미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이 집의 코스가 8+1을 띠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하고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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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볍게 냉채부터 시작합니다. 훈제 오리알과 조개관자 칠리소스가 곁들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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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해파리냉채와는 다릅니다.
사장님 내외분께서 맛있냐고 연신 물어보시는 중. - 예전에 어깨너머로 들은 양장피 얘기를 하니 자세히 가르쳐 주시더군요.
"중국어로
숫자가 이, 얼, 싼, 쓰... 첫째가 한거, 둘째가 양거... 그러니까 두 가지 잡채를 같이 먹는다고 해서 양거장훼이.
그게
양장피죠. 이걸 알고 먹어야겠지. 근데 맛은 있남?"
일동 "맛있어요! 맛있어서 죽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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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코스에서 이미 떡실신(?) 시작. 일반적인 게살스프가 아니라 농밀한 볶음요리마냥 나옵니다.
남자 셋 앉은 우리 쪽 테이블은
찍고 먹고 하느라 정신없지만 여성제위와 남성동지의 성비가 맞는 옆 테이블은 이제 슬슬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요리는 아직
예닐곱 개가 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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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목이버섯, 전복, 해삼이 매우 큰 사이즈를 뽐내고 있습니다. 좀 어둡게 찍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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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또 한 번의 불소리가 자글자글 하고 나더니 해삼으로 감싼 새우 요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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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까먹었지만 여튼 약간 매콤합니다. 후추맛으로 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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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계산해보니 새우 1마리당 3500원(...)이라더라는, 칠리 새우 요리. 옆에 앉은 세호님 왈 "이건 새우가 커서 머리까지 다 발라먹는 맛이 있네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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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살은 탱글거리고... 껍질은 바삭하게 익혀서, 마치 어릴 적 도시락 반찬으로 해 먹던 그 바삭한 새우볶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냥 커피라면 이건 티오피 케찹맛 나폴리탄에 가까웠다면, 이건 깐풍기를 떠올리게 하는 중후하고 매콤달콤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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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껍질까지 다 발가먹고(?)나서 손 닦고 있자니 배 두드릴 새도 없이 다음 요리가 나옵니다.
뭐냐고 물어보니 사모님으로부터 "아스파가" 비슷하게 들려 오는 이상한 음성.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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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스파라거스와 감자군요. 조개 관자를 옷으로 감싸 같이 볶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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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가 이 정도로 부드러운 요리는 머리털나고 처음 먹어봅니다. (전 보통 두릅처럼 데쳐서 초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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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클로즈샷이 필요하세요?" 친절하게 잡아주시는 두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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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 가까이 들이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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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요리는 돼지 안심을 돈까스처럼 튀긴 것.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네요.) 돼지 한 마리당 이정도밖에 안 나온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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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인데, 불행히도 앞서 요리들의 임팩트나 맛이 너무 강해서인지 약간 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맛이 강렬하지 않고 은은하거든요. 단품으로 먹으면 상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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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깐풍도미. 사장님이 횟감으로 작업했다고 자랑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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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기 쉬운 생선살을 깐풍기처럼 맛낸 건데 척 보기에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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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선튀김처럼 기름 줄줄 흐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꽤 담백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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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더이상 못 먹겠어요- 라고 할 즈음에 오늘의 마지막 요리, 고추잡채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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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보면 아시겠지만 불맛 제대로 먹어서 꽤 특품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배가 부르잖아?(.....)
일단 이쯤 되면 맛으로 허기로 먹기보단 고량주 안주 삼아 먹는 거죠, 뭐.... 옆 테이블은 이미 깐풍도미부터 남기기 시작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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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 분들 중에는 꽃빵을 안 보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여기에 맛들이면 나중에 학회실이나 동아리방에서 고추잡채 시켜 먹을 때,
먹고
있던 슈크림빵 빵껍질에다 싸 먹기도 합니다(....) - 후배들이 저 외계인 보듯 했지만, 맛있다구요[...]
아, 물론 그 빵이
태극당 빵이라서 가능하지만. (피노키오 모자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진갈색 빵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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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요리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찹쌀떡 팥도너츠. 잘 튀겨서 따뜻하고 쫀득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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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이 다과를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들었다는 데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한데, 그럴 만합니다.
보통 이런 거는 중국 기성품 사다가 내 오는 집은 이거보다 작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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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멜론까지 나오고서야, 식사가 끝났습니다.
1인당 3.3만원(술값 포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대 성능비 좋은 풀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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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전 뭐 요리 중심으로 후기를 썼습니다만, 뭐 다른 얘기들은 다른 분들이 댓글로 쓰겠죠.... 그럴거야 아마...
누구랑 누구랑 그렇고 그렇다든가 하는... 숨겨왔던 나의... 케어리스 위스퍼... (...) 여튼 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