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3 10:53
몇 년 동안 정말 지겹게 끌었던 [어벤져스] 떡밥이 드디어 장편영화가 되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토르, 헐크라는 메인
주인공에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가 추가되고 악역은 [토르]의 로키.
로키는 [퍼스트 어벤저]에서 발견되었던 테세렉트를 이용해 차원의
문을 열어 치타우리 군대와 함께 지구를 정복하려 하고,
쉴드의 닉 퓨리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날아다니는 항공모함에 모아놓고
이를 막으려 하죠. 하지만 감독 겸 작가가 쌈질보다는 혓바닥 놀리기를
더 좋아하는 조스 위든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대격돌 전에 초능력 영웅들이
유치찬란하게 서로를 물고 뜯는 것을 먼저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어벤져스] 떡밥들을 안 좋아합니다. 나중에 [어벤져스]
영화를 만드는 건 상관 없지만, 죽어라 떡밥을 흘리면서 충분히 독립적일 수
있었던 영화들을 하나로 묶는 건 나빴어요. 저도 중간중간에
꾸준히 나오는 콜슨 요원이 반갑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개별 영화의
독립적인 질이 더 중요하죠.
전 이런 식으로 초능력 영웅들을 하나로 묶어 팀을 만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엑스맨]이야 처음부터 세계가 그런 곳이니까 이해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언 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하나로 묶어줄 수 있어요.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헐크로 묶을 수 있고.
하지만 외계에서 온 신인 토르는 좀 심하지 않습니까? 이들의 능력치도 제각각이라
균형이 잘 안 맞습니다. 보통 사람인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는 살아남는 게
용할 지경이고 캡틴 아메리카도 다른 이들의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해
헐떡거리는 게 보이죠.
그래도 위든의 [어벤져스]는 이 재료를 가지고 썩 재미있는 덩어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하다고는 말을 못 해요. 처음부터 그런 건 불가능한 재료니까. 새롭다고도
말은 못 합니다. 최근 나온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는 이미 이 재료로 할 것은
다 했으니까요. 하지만 위든은 이를 적당히 자기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버피]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와 비슷해요. 주인공들이 서로와 갈등하고 입싸움을 벌이다가 막판에
화합해서 지구를 정복하거나 멸망시키려는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거죠.
심지어 이 영화 주인공들은 모국어처럼 버피스피크를 구사합니다. 정말
노골적으로 혀 꼬부라지는 버피스피크는 아니지만 그래도 티가 안 날 수가 없죠.
그 때문에 지구를 구하기 위해 뭉친 이 영웅들은 잘 삐치는 십대 청소년들 같습니다.
[어벤져스]는 팬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하긴 팬들이 아닌 사람들은 이 세계의
설정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전 팬이 아닙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제 몸 안에는 [버피] 팬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고, 아이맥스의 거대한 화면으로 뉴욕 시티가 망가지는
걸 감상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이 긴 영화가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더라고요. (12/05/03)
★★★
기타등등
차라리 '첼로리스트'가 그냥 오타였다고 말했다면 자막 번역가도 욕을 덜 먹었을 텐데.
'첼리스트'가 어려운 단어라서 관객들이 못 알아들었을까봐 걱정해주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감독: Joss Whedon, 출연: Robert Downey Jr., Mark Ruffalo, Chris Evans, Chris Hemsworth, Scarlett Johansson, Jeremy Renner, Tom Hiddleston, Clark Gregg, Stellan Skarsgård, Samuel L. Jackson,
다른 제목: Marvel Avengers Assemble
IMDb http://www.imdb.com/title/tt084822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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