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6 21:30
- 1954년에 나왔으니 이제 70주년!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영화는 흑백이어도 포스터는 컬러!!!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괜히 웃음이... 그리고 오른쪽 타이포 참 박력 넘치네요.)
- 뭐 대충 어선 하나가 바다에서 괴상한 소리를 듣다가 침몰하구요. 그걸 수색하러 갔던 배도 침몰하구요. 자꾸만 침몰하구요. 사건 바닷가 마을 주민들 중 할아버지 하나가 '고지라가 노한 거야!' 같은 이상한 소릴 하구요. 그러다 급기야는 거대 공룡 모양의 괴물이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구요. 정부에서 조사하러 보낸 고생물학자 할배는 이게 놀라운 발견이라며 연구해 보자는 소리를 하지만 당장 사람들 죽어 나가는데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구요. 군대가 출동해서 고지라와 일전을 벌이지만 그게 잘 될 리가 없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 독일 유학파 젊은 천재 과학자 한 분의 비밀 연구가...
(이것이 1954년의 일본 영화다!!!)
- 저번에 원조 킹콩을 봤으니 이번엔 원조 고지라.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봤습니다. 둘 다 OTT엔 없지만 올레티비 vod로 있더라구요. 화질은 준수한 편이지만 비율이 좌우로 좍 늘린 제 멋대로 와이드 버전이라 티비 설정으로 강제 4:3 비율로 만들어 봤습니다. 정확한 원조 비율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비슷하니까요. 암튼 한국 vod 사업자님들아 제발... ㅠㅜ
(그러니까 대략 이런 느낌으로 감상을 했단 얘깁니다.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구려...)
- 1950년대 영화! 라고 하면 한국인들 입장에선 아 뭐 그런 게 있긴 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본은 전혀 상황이 달랐죠. 이미 오즈 야스지로에 구로사와 아키라에 미조구치 겐지 등등 쟁쟁한... 이란 표현으로는 형용이 한참 부족한 감독들이 설치며(?) 서양 쪽에서까지 호응을 받던 시절이니까요. 근데 사실 저는 저 사람들 영화만 조금 알지 그 시절 평범한 일본 오락 영화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는데요. 그래서 이제사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와 이게 50년대 퀄이라니;
당연히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필 고지라가 처음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장면이 대낮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말이죠. 산 너머에서 고개를 쏙! 하고 내민 고지라의 귀여운(?) 얼굴과 그 앞에서 연기하는 실사 배우들의 어색한 조합이 웃음을 유발합니다만. 그런 장면은 딱 이거 하나 뿐이고 이후엔 계속 밤중 아니면 물 속에서만 등장하는데, 덕택에 이런 어색 웃김은 전혀 없고 심지어 꽤 근사합니다.
고지라의 거대함을 강조하기 위한 (그리고 특수 효과의 한계를 가리기 위한) '일부분만 보여주기' 장면들은 다들 자연스러우면서 또 실제로 그 위압감이 충분히 전달되로고 잘 연출되어 있구요. 사람이 수트 입고 연기하는 풀샷 장면들도 미니어처들 퀄리티가 상당해서 (물론 어두운 조명도 한 몫 하지만요) 감탄이 나옵니다. 다시 한 번, '와 이게 50년대 퀄이라니;'
(아니 정말로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감독님 말씀을 경청하는 고배우님의 열정적 눈망울이 인상적입니다.)
- 이야기도 상당히 잘 짜여져 있어요.
정체불명의 무언가 등장 -> 실체를 파악하기 전까지의 몇 번의 사건 -> 패닉에 빠지는 대중들과 허둥대며 대책을 마련하는 윗분들 -> 윗분들의 대책 실패 -> 비장의 무기 등장 -> 클라이막스... 대충 이렇게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만. 다시 한 번, 이게 1950년대 크리쳐물이잖아요. 그 시절이 이렇게 딱 교과서적인 스토리 전개를 깔끔하게 보여준다는 것도 훌륭한 일이고. 또 이게 대체로 착착착 잘 진행이 됩니다. 완벽하진 않은데, 그래도 훌륭했네요.
(뜻밖의 아주 익숙한 명배우님이 뙇! 하고 나와주시지만 캐릭터가 영...)
- 단점을 말하자면 뭐... 인간들 드라마가 영 시시하면서 대충 건성이란 느낌이긴 합니다. ㅋㅋ
엄밀히 말하면 영화는 그 쪽에 진심인데 별로 와닿거나 진지하게 봐줄만한 느낌이 안 들어요. 대표적으로 그 고생물 박사님 말이죠. 당장 고지라가 난리를 치며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인간 세상이 파괴되고 있는데 "아 뭐 해결책은 모르겠지만 암튼 죽이면 안 된다고!!!" 라는 식으로 우기니 대체 이건 뭐하는 놈인가 싶구요. 또 결국 설명 셔틀 역할일 뿐 이야기에 거의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아요.
그리고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셋, 주인공 커플과 이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들이대는 천재 과학자님... 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주인공 커플은 말이 주인공이지 사실상 역할이 없다시피 하구요. 천재 과학자님은 "나의 연구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 절대 비밀로 할꼬얌!" 이라고 버티다가 결국 협력하게 되는 캐릭터인데... 공감 가능성이 거의 저 고생물학자님급이에요. ㅋㅋㅋ 아마도 원자력 개발하다 핵폭탄 만들게 된 서양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추고 싶었나 본데, 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저 커플이 과학자 설득하려드는 부분 분량이 기이할 정도로 길어서 영화가 후반에 급격하게 루즈해지구요. 클라이막스도 너무 약합니다. 당시 기술력과 예산 문제로 되게 화려한 무언가를 만들긴 어려워서 이랬나보다... 싶긴 한데요. 그래도 대괴수가 나와서 인간 세상 때려 부수는 영화인데 가장 큰 볼거리가 클라이막스보다 수십 분 전에 나와 버리면 그게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이 분은 먼 훗날 '킹 오브 몬스터'에서 오마주 형식으로나마 부활해주십니다. 근데 저 안대는... 그냥 폼이었을까요. 아주 선량한 캐릭터인데요. ㅋㅋㅋ)
- 좀 뻘한 얘기지만 보면서 뭔가 얄밉더라구요. 조선 말 혼란에 일제 강점기, 6.25 크리를 맞고 한국이 헤롱헤롱 몸부림 치는 동안 이 동네 양반들은 이미 이런 고퀄의 오락물을 만들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ㅋㅋㅋ 이 영화만 보면 일본이 헐리웃 뺨 후려 갈기는 오락 영화 강국으로 크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거든요.
암튼 후반의 그 공감 0% 멜로드라마틱 전개와 허전한 클라이막스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의 완성도와 재미만으로도 극찬을 받을만한 영화였습니다. 이 정도면 70년간 캐릭터 이어 오며 사랑 받을만 했네요. ㅋㅋ 잘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 고지라쿤의 사랑의 행방은!!!!!?)
+ 보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던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죠. 이 영화에서의 고지라 연출이 이후 일본 거대 뭐뭐 물들에 미친 영향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특히 안노 히데아키 이 양반은... ㅋㅋㅋㅋ 음악을 에바 음악으로 바꿔 틀어놔도 별로 위화감이 없겠다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거대 뭐뭐 액션은 물론이고 '윗분들' 나오는 장면들도 그렇고 말이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뭐 특별할 게 없습니다.
고지라는 날뛰고,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정부는 처음엔 이걸 시민들에게 비밀로 하자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삽질을 하구요. 그러다 이제 고지라가 대놓고 도시를 파괴하며 난리를 치니 군대를 출동 시켜 화력도 쏟아 부어 보고 고전압선에 감전도 시켜 보고 애를 써 보지만 애시당초 수소 폭탄 실험을 견디며 힘을 얻은 고지라에겐 기스 하나 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망해가는데...
계속 고지라를 죽이면 안돼! 라는 뻘소리를 해대는 박사님의 아리따운 딸과 가까운 관계의 천재 과학자님이 독일(왜 하필 ㅋㅋ) 가서 배워 온 기술 갖고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이름하여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라는 물건으로, 물 속에서 폭발 시키면 인근의 산소를 다 어찌저찌하며 유효 범위 안의 모든 생명체를 산화 시키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습니다. 원래 이 양반이 개발하던 게 도대체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 사람은 평화주의자라 이 기술이 위정자들 손에 넘어갈 걸 두려워해서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 딱 그 박사 딸래미에게만 보여줬던 건데... 암튼 이러다 일본이 다 박살나게 생겼으니 박사 딸은 자기 남친과 함께 가서 열심히 설득을 하구요. 죽어도 안 된다며 버티던 천재 과학자는 결국 계속되는 거대한 인명 피해와, 무슨 소녀 합창단(?)의 애달픈 평화 기원 합창을 듣고는 옥시전 디스트로이어의 사용을 허락합니다.
다만 굳이 현장에 따라가서 '내가 직접 할 거야!'라고 고집을 부려대는 통에 그럼 니 맘대로 하세요... 라는 상황이 되구요. 고지라가 쉬고 있던 바다 속에 잠수복을 입고 내려가 옥시전 뭐뭐를 터뜨린 박사님은, 이 위력을 본 정부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기술을 얻어내 무기화 하는 전개를 막기 위해 그 안에서 로프를 끊고 고지라와 함께 산화합니다. 물론 고지라는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영문도 모르고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녹아내렸죠. 이렇게 좀 허탈한 엔딩입니다. ㅋㅋ
2024.04.06 21:54
2024.04.06 22:35
그렇긴 한데 이게 2차 대전 끝나고 일본 항복한지 10년도 안 되어서 나온 영화이다 보니 말입니다. ㅋㅋ 가뜩이나 수소 폭탄 실험 때문에 고지라가 생겨났네 뭐네 하면서 핵 공포증 드러내는 이야기에서 정의로운 일본인이 독일 가서 배워온 기술로 착한 일을 하니 영 괴상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2024.04.07 10:45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피해자 가해자의 개념을 우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굳이 나눈다면 일본은 자신들을 피해자로 여기는 정서가 강한 듯해요. 전쟁의 원인이야 어떻든 우리는 핵피해자라는 것이 최우선시 된달까.
그나저나 느낌적느낌만 얘기하는 제가 하나도 모르는 영화에 대해 배우네요.ㅎ
2024.04.07 10:57
그래서 요즘도 여러 국적 사람들 모여 노는 해외 포럼 같은 데 보면 "일본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원폭 피해국이다!" 같은 글 올리며 감성 터뜨리는 일본인들이 종종 있다고들 하죠. 일본 내 티비 프로그램들도 매년 그 날이 되면 원폭 관련 특집 프로그램들 쏟아내며 피해 부각 시키고... 뭐 끔찍한 비극이었으니 당연한 일로 이해는 합니다만. (그렇게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제 국적이 국적인지라 좀 꼬아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구요. ㅋㅋ
2024.04.06 22:34
개봉당시 관객이 거의 천만 가까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2024.04.06 22:36
이 정도 스펙터클과 연출력을 1950년대에 펼쳐 보였으니 천만 관객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거의 50년 후에도 이런 거 못 만들었... ㅠㅜ
2024.04.07 10:29
우리나라는 세기가 바뀐 다음에야 천만 근접한 영화가 나왔으니까요. 일본의 경제규모가 확실히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때가 전쟁에서 지고 아직 빈국이었을 때였는데도 말입니다.(다른 나라들을 약탈해서 부를 쌓은 나라였다는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게 사람들이 피난가는 장면이었습니다. 6.25 다큐에서 본 피난 장면과 거의 다를 게 없어서요.
저때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다 전쟁으로 박살나고 못살던 때였는데 그와중에도 일본은 이런 영화를 만들 여력이 되었고 그걸 또 사람들이 엄청나게 보러왔다는 거에 여러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라 영화들을 순서대로 보고 있으면 일본이 급격하게 잘사는 나라가 되어가고있다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또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2024.04.07 10:57
그러니까 말입니다.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어느 쪽이냐! 를 떠나서 그냥 그 시절에 이런 영화가 가능한 환경이었다는 것 자체가 얄밉습니다. ㅋㅋㅋ 이 어쩔 수 없는 조선 후예 갬성... ㅠㅜ
2024.04.06 22:38
시무라 다카시 배우도 나오셨군요. 음... 저는 에머리히 고질라와 용가리로 그 존재를 알아서(이제보니 용가리도 디워도..) 신고지라때도 그냥 별 감흥은 없었어요.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호평이었기에 킹오몬을 보고 웅장함에 뻑가고 인간들의 도움안됨(오스카 지명배우만 4명 출연했는데..)도 넘겼지만 고대콩부터 뭔가 아쉬운 느낌이라 그러니저러니 했지요. 저 혼자서라도 일본에 가서 고지라 마이너스 원을 볼까 생각중입니다.
2024.04.06 23:04
젊으시군요!! 제 또래들은 어릴 때 대인기였던 무슨무슨 대백과 사전 시리즈(물론 일본 책들 짭이었죠 ㅋㅋ) 덕택에 영화는 한 편도 못 봤어도 모두들 이름은 물론 족보까지 꿰고 있던 게 고지라였는데요. 하하. 그런데 정작 처음으로 본 고지라는 고지라가 아닌 고질라(네, 에머리히 영화요)였죠. 원작을 한 번도 못 봤음에도 "아 이건 아닌데..." 라며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2024.04.06 23:50
2024.04.07 10:58
첫 극장 영화가 쥬라기 공원이었으면 이후에 비슷한 류 영화들이 다 시시해져버리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근데 이렇게 댓글 적고 있는 제 첫 극장 영화는 이티였습니다. 우하하. 스필버그옹 당신은 도대체...
2024.04.06 22:46
- 쓸데없는 댓글이 돌아왔습니다. 엣지 브라우저에서 이것저것 해봐서 댓글이나 글 자체는 쓸 수 있게 되긴 했는데, 어째선지 대신 트위터나 다른 SNS 로그인에 문제가 발생한 괴이한 상태입니다만…
머 결국 미국의 실제 거미나 도마뱀에 화면 합성하던 거대 크리쳐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느릿하고 진지한 척 폼 잡는 것이 나름 존재감을 어필했다고 보고,
미국 쪽에서도 나름 특징적인 차별점으로 생각했는지 미국인 배우를 넣어서 일본에 취재하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전개로 수출판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즈'를 따로 만들게 되니 이 수출판 쪽도 한번 찾아 보시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무라 타카시는 속편 [고지라의 역습(네이버나 유투브 등에선 고질라2라는 제목으로 판매되는 파일 등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에도 잠깐 나오긴 합니다만, 머 이 쪽은 그냥 카메오 출현에 가깝고…
본편에서 시무라가 연기하는 야마네 박사의 해석은 전통적인 질서하에서 그냥 군부를 따르던 학자 집단, 소위 '손이 흰 무력한 선비' 취급이라는게 보통입니다만, 일단 생물학자니까 그런 정치적인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정작 야마네 박사의 딸인 야마네 에미코는 이후 1995년작 [고지라 VS 데스트로이어]에 배우가 그대로 나이 먹어서 같은 배역으로 재출연하면서 나름 시리즈의 연속성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애꾸눈 박사 세리자와는 설정적으로는 독일에서 기술 배우고 일본에 와서 무기나 뭔가를 연구 하다가 눈을 다쳐서 낙향한 셈인데, 2차대전 당시 분위기를 갖고 생각해본다면 나름 양식이 있고 양심적인 일본인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람이 사실은 군부 협조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자해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많거든요.
일단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는 물이나 기타 원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핵분열의 에너지화에 대한 다른 방향 연구였는데, 아무래도 이게 핵개발의 은유이기도 해서 고의적 자해 후 세상을 피해 은신했다는 해석을 일본인들도 하는 모양입니다. 산소 만을 파괴해버리는 특수한 기술이 당시에 산업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을 것 같지만 지구 상의 모든 산소 호흡 생물이나 산소가 포함된 존재에게는 치명적인 무기인지라 고지라에게도 통하는 것이고, 세리자와의 죽음으로 기술적으로 실전되어 1회성으로 끝나고 속편에서 고지라가 나와도 치명타를 줄 방법이 없게 되는 식으로…, 처음엔 은유적인 코드였던 것이 원치 않게도 설정을 확고하게도 굳혀버리는 셈이 되기도 하고요.
핵실험으로 깨어난 괴수가 다른 방향에서의 핵연구에 의해 퇴치되는 양면적인 해석으로도 가능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이후에 공해가 주된 모토로 나오면서 [고지라 대 헤도라] 같은 것도 나오게 되고 시리즈는 좋건싫건 계속되게 됩니다.
(정작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는 몬스터버스에서도 킹오몬에서 1회용 지나가는 설명으로만 나오는 것이 좀…, 원작 존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의미에 대해선 서양 팬덤 시선에선 아무래도 좋은 맥거핀 취급처럼 다루어지는게 묘하게 비웃음만 나오고…)
영화가 기획되던 시점에서는 아직 자위대가 없던 시절이라 작중에서는 외무성 해상경비대가 작중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합니다만, 영화 개봉 시점인 1954년 11월보다 약간 빠른 54년 여름에 자위대 결성이 결정되고 연말에는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자체가 이 영화는 현재와는 다른 평행세계를 그리게 된 셈이고…,
이후 평성 시리즈 등에서 고지라에 대응하기 위한 명목으로 군대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영어 이름으로의 방위군 조직(G-FORCE 등등의 이름이 사용됩니다)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몇몇 일본 해설서에서는 고지라 세계관은 자위대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군부로 변질되었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옛날 4:3 스탠다드 화면이 기본이긴 한데 화면을 좀 잘라서 강제 와이드로 만든 버전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긴 합니다. 옛날에 LD나 DVD 판본 중에 하나가 와이드 버전으로 나온게 있었던 걸로.
다만 국내 수입된 네이버 파일 다운로드 판매 버전이나 비공식 DVD 같은 건 4:3 버전으로 맞춰져 있는데, 올레TV가 와이드 판본이라니 뭔가 이상하군요. 그건 올레TV의 실수 일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현 시점에서 가장 깨끗한 버전은 크라이테리온 블루레이에 수록된 수출판 '킹 오브 몬스터즈' 버전일 것 같긴 한데, 정작 크라이테리온 블루레이의 일본판은 필름 그대로 스캔이라 먼지나 이것저것 엄청 낀 물건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영화로서의 짜임새는 '킹 오브 몬스터즈' 버전이 조금 더 쳐낼건 쳐내서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찍은 미국인 배우를 일본인 배우와 같이 있게 하기 위한 교묘한 트릭 편집(?)이 지금 보면 웃기기도 합니다만(허허).
페리 메이슨이었던 레이몬드 버가 연기하는 미국인 기자 스티브 마틴(코메디언과 동명이인)은 나중에 미국판 '고지라 1985'에도 나와서 존재감을 뿜어내죠.
큰 의미는 없지만 이 영화의 메인 테마 음악은 작곡자 이후쿠베 아키라가 다른 TV드라마에서 썼던 음악을 가져다 템포 바꿔서 좀 분위기 진중하게 만든 '재탕'곡 입니다.
머 현재는 고지라 영화 쪽이 압도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져서 드라마는 묻혀서 곡 자체는 '고지라 테마'로 완전히 굳어져 버렸고, 나중에 이후쿠베가 정식으로 자기 이름 걸고 교향곡 만들 때에도 모티브를 그대로 쓰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이후 1975년에 한번 종결을 맞이한 고지라 시리즈는 이후 1984년에 리부트 되어 '고지라'란 제목을 달고 다시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이 84년판 테마 곡도 좋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고지라 시리즈 이야기는 사실 머 할 말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나름 많지만 당장 신 가면라이더 관련으로 생각을 정리해봐야 하는 중이라 댓글 놀이는 적당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보너스로 오시이 마모루의 진정한 걸작인 시끌별 녀석들 극장판 2편 뷰티풀 드리머의 한 장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ㅎㅎㅎ
1분 22초 쯤부터 80년대 애니메이션 속에서 고지라가 나오는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일단은 토호 배급 작품이고 공식적으로 저작권 협의가 이루어진 삽입 장면입니다만 하여튼 원조 고지라의 포스를 다른 매체로 보는 것으로도 의미가 심각하고, 애니메이션 그림체 풍으로 멋지게 미화된 에꾸눈 세리자와 박사는 진짜 ㅋㅋㅋ
좀 딴 소리긴 한데,
예전에 21세기 초반이었던가에 일본문화원인가 어딘가에서 고지라를 종로인가 어딘가 극장에 준하는 상영 장소에서 이벤트 상영을 했었고 당연히 저는 보러 갔지만,
당시 관객들이 극중 배우가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를 발음할 때마다 키득키득 웃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좀 기분이 나빴다고 듀나 게시판의 구 버전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54년 영화의 진지함에 대해서 70년대 생 사람이 논하는 것도 좀 미묘합니다만, 당시 한국 일반 관객들에겐 일본인의 영어 발음이 비웃길 정도였나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몬스터버스의 고지라 취급에 대해서는 '결국 양키 팬덤 수준이 그렇지 뭐'라고 삐딱하게 보고 있습니다만, 고지라-1.0 수입도 못하는 한국이 오펜하이머 개봉 늦게하는 섬나라를 무작정 비웃을 건 아니지 않나 싶어요. (웃음)
솔직히 몬스터버스 흥행 보면 뭘 개봉해도 국내에선 망할 거라 수입사들이 생각도 안하는 모양이라는 게 맞겠습니다만…
하여튼 머 헛소리할 건 많은 초대 고지라 작품이긴 한데, 다이나믹 콩콩 대백과 세대인 소년 입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엔 '액션이 너무 없고 분위기에만 의존하는 물건이어서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지라 시리즈 중에서 고지라의 첫 등장(appear)이 가장 늦은 작품일 겁니다, 아마도. ㅎㅎ
다음은 평성 가메라 시리즈 1편을 비교삼아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뻔뻔) 계약이 어떻게 된 건지 무료라고 올라오는 게 있는데 안타까울 지경이지만, 일단 1편은 국내에 공식 개봉하고 DVD도 발매되긴 한지라…
https://youtu.be/PhupxnIY5K8?si=xvjUgClWorAe7WTa
:DAIN.
P.S. 국내에서의 과거 고지라 시리즈의 판권을 갖고 있다는 ㅁㄷㅇㅋㅅ은 유투브에라도 좀 풀지 싶기도 하고…
2024.04.06 23:22
그게 놀랍게도(?) 올레티비, 아 아니 지니티비(...)에 요 원조 고지라와 이것저것이 나름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니 킹콩 대 고질라,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 가메라2 레기온 내습,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각성, 가메라 작은 용사들, 고질라 대 헤도라, 메카 고질라의 역습, 대괴수 갓파... 정도가 고지라와 사촌 형제들(?) 영화 되겠네요. 일단 찜은 다 해놨고 천천히 하나씩 보려구요. ㅋㅋ
그리고 지니티비의 화면비는 원래 그래요. OTT에는 절대 없는 고전 영화들이 의외로 되게 많은 게 한국 iptv들의 안 유명한 장점인데, 그 중 참으로 많은 작품들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와이드 티비 화면비에 맞춰 좌우가 늘어나 있습니다. 좋게 말해 '참으로 많은'이지 최근에 다시 리마스터 출시된 영화들이 아니면 거의 좌우좍좍 와이드에요. 그래서 고맙다고 생각하다 말고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 지니티비의 매력이죠. 허허.
사실 영화를 보면서 애매했던 게, 설명해주신 것처럼 깊이 파고 들며 추리를 해 보면 별 문제 없이 평범하게 정의로운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놓고 보면 역시 패전 10년도 안 된 싸람들이 지금 이게 무슨!!!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버리는지라... ㅋㅋㅋㅋ
'뷰티풀 드리머'는 원래 타카하시 루미코를 좋아하고, 저 만화도 좋아하고, 또 한 때는 오시이 마모루도 호감이었던지라 예전에 재밌게 봤습니다만. 올려주신 저 장면이 지나갈 땐 아무 생각이 없었죠. 이제와서 다시 보니 더 웃기네요. ㅋㅋ
21세기 초반이면 아직 일본 문화 개방 후 오래되지 않았던 터라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하구요. '미스타 마쿠도나루도!'가 한바탕 화제를 끌고 지나가면서 일본식 영어 발음 웃겨!! 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탓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다 나중에 언젠가는 "정작 미국인들 불러다 앉혀 놓고 마쿠도나루도랑 맥도날드를 들려주니 그냥 똑같이 알아 듣더라. 이상한 부심은 그만 좀."이라는 기사까지 뜨고 그랬었죠. 하하.
미디어ㅋ... 인가 보군요. 여전히 운영 중인 회사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어떻게 고지라가 화제가 되어 돈을 벌어 볼 수 있을 찬스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실 고지라 마이너스 원이 화제가 된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에겐 그다지 화제가... ㅋㅋ
2024.04.06 23:49
평범하게 정의로운 이야기인가, 모르고 속은 섬나라 국민들에게는 전범질한 군부와 상층부는 재앙을 불러오는 괴수였을 뿐이다라는 비꼼인가~ 라는 건, 사실 섬나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본 반도국 입장에선 그냥 가져다 붙이기고 이중적인 헛지꺼리 논쟁담이라고 극단적으로도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초기 고지라 시리즈의 특수촬영을 맡은 츠부라야 에이지는 2차대전 때엔 모형비행기와 거대한 항공모함 모델로 전쟁영화 찍던 사람이었다가 45년 패전 후 전범으로 취급되어 업계에서 밀려나고 50년대 초반까지 활동금지 상태로 고생하던 사람이라 한이 맺혀서 고지라 같은 일단은 반전주의적인 그런 걸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결과적으로 고지라 자체는 나름 이중적인 이야기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긴 하지만, 결국 미국에서 한때 유행하던 거대 크리쳐 영화나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 판타지 영화들을 전쟁이 끝난 후에 적극적으로 유입해서 일본식으로 변형한 결과가 이 고지라로 시작되어 가스인간이니 뭐니 하는 변종 특수촬영 계열로 세워진 셈이고 제작비와의 상업적 타협을 위해 히어로성이나 엔터테인먼트 성이 강해지면서 점점 저연령 대상으로 낮아지는 괴이한 순환구조가 현재까지도 이어진 셈입니다만… 애니메이션과 TV드라마의 부상으로 영화 쪽에선 캐릭터성이 부각된 몇가지 빼면 현재까지 이어지지 못한 셈인 듯한 기분도 들고 반대급부로 호러 계열에 몰린 듯한 인상이기도 하네요.
2002년 무렵인가에 그린울프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고지라 시리즈 판권을 획득했다고 해서 당시 매스컴에 종사하던 지인과 함께 취재하러 간 적이 있긴 했는데, 걔내는 결국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끝났고 (ㅋㅋ) 그 판권이 ㅁㄷㅇㅋㅅ에 넘어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는… 신 고지라 수입하고 뭐 다른 인기작 수입하고 그러고 있긴 했는데 뭐 돈이 안 될 것 같은지 정작 고지라-1.0도 수입 안하는 걸테고… 이래저래 입맛이 쓴 지라…
2024.04.07 11:45
위에서 다른 댓글에도 적었듯이, 사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떠나서 '저 시절에 이런 퀄 영화와 그런 규모 흥행이 가능했다니 그때 우리 나라는...' 이란 생각이 들면서 매우 민족주의적인 거시기함이 치밀어 오르는 게 가장 큰 문제인 듯 합니다. ㅋㅋㅋ 그냥 순수하게 영화만 놓고 보면 참 감탄하면서 재밌게 잘 봤구요.
관객들의 성향 변화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본격 괴수물! 이라고 해서 거대 괴수들 마구 나와서 치고 받고 하는 영화를 제대로 만들려면 제작비가 엄청 들어가는데 요즘 어른들이 그렇게 그런 영화에 열광하진 않으니 결국 어린 층을 노려야!!! 아마 그래서 '고지라: 킹 오브 몬스터' 같은 헐리웃 영화도 12세 등급 받을 정도로 만들어내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
고지라 마이너스 원은 저엉말 오랜만에 주목 받는 일본산 오리지널 고지라 영화라서 (솔직히 신 고지라는 재밌게 보긴 했지만 뭔가 좀 약했달까...) 관심이 갔었는데 극장 개봉은 둘째치고 vod 수입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으니 아쉽습니다.
2024.04.06 23:42
2024.04.07 00:18
고지라-1.0의 야마자키 타카시는 감독 초기작인 "쥬브나일" 무렵부터 의외로 국내에 잘 들어오는 편이라 꾸준히 챙겨보고 있었는데, 그냥 장르물 좀 좋아하는 요즘 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식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대전 같은 대놓고 극우 직전인 물건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정치나 국제관계에 별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도 없다' 정도인데, 사실 그 정도가 섬나라 평균이라는 면에 있어선 그런게 무서운 거겠지도 할 겁니다.
머 한국이라고 사람들이 특촬이 다 파워레인저 같은 거냐 하는 면에 있어서는 섬나라 사람들의 정치 무관심과 다를 바가 없다고도 극단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반대로 감독의 극우성향 때문에 철저하게 극우와 차별화된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담으로 야마자키 타카시의 초기작 2000년 영화 쥬브나일 예고편과 CM모음 영상인데, 당시 일본 영화계 분위기 생각하면 생각보다 저 예산에서 꽤 잘 나온 영화긴 합니다만 동시에 당시 한국 관객들은 쉬리 이후임에도 이 정도를 유치하다 받아 들였죠.
이거 일단은 국내 개봉작이라 이 영화를 한국 극장에서 봤지만 결국 당시에는 감독도 풋풋했던 것이고요. 어떤 의미로는 노력으로 아카데미 수상까지 올라간 셈인데, 반쯤 고앤콩 홍보 때문에 상줬단 느낌도 없지는 않고요.
사실 이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건 동양의 조지 루카스 부류인 모양인 것 같은데, 일본 태생이라 저만큼이라도 하는 거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맨데이트 비슷한거 찍고 있지 않았까 싶기도 하고…
드라마나 다른 쪽에서는 그냥 그랬지만 도라에몽의 3D 극장판인 스탠 바이 미는 평가가 좋았는데, 결국 이것도 도라에몽의 추억 때문에 팔리지 않았나 싶은 거도 있고,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는 어줍잖은 각색 때문에 90년대 수패미 최고급 게임을 망쳐놨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든지라…
하여튼 정치성향은 모르겠고, 이런저런 의미로 참고 삼아 봐둘 만한 게 수익 문제로 계속 미뤄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2024.04.07 12:06
2024.04.08 11:02
아날로그식 미니어처 특수 효과들이 퀄리티만 좋으면 어쨌든 '실물' 느낌이 나서 매끈매끈한 cg보다 실감이 나서 좋은 것 같아요. 비슷하게 사람들 붕붕 날아다니는 것도 와이어 액션이라고 해도 그냥 cg로 그려 버리는 것보단 실감이 나고 그러죠. 제가 그래서 리쎌 웨폰을 좋아합니다(?)
안대 ㅎㅎㅎ 뭔가 비장미를 주는 소품이라 생각한 듯요.
일본 작품에서 일본 사람들은 연구와 기술! 하면 독일, 뭔가 고상한 품위! 하면 영국, 낭만과 일탈이 필요! 하면 프랑스를 뚝딱 불러오는 거 같더라고요. 요즘은 안 그렇겠지만요. 어쨌든 유학파는 이쪽에선 일종의 클리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