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19:10
데이빗 O. 러셀의 [조이]는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조이 만자노의 일생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입니다.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 중요해요. 영화는 만자노가 미라클 몹이라는 발명품을 만들어 홈쇼핑 채널에서
선전해 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 기본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거의 허구입니다.
심지어 영화에서 주인공 조이는 단 한 번도 자기 성을 말하지 않아요. 가족관계나 결혼 이야기도 거의
허구고요. 예를 들어 만자노의 남편은 베네주엘라 출신 가수도 아니고 페기라는 이복동생도 없답니다.
실존인물의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픽션인 거죠.
실제 이야기가 허구로 옮겨가면서 영화는 몇가지 전형성을 거칩니다. 일단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가
있어요. 창의력과 도전정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평범한 가정주부가 기회를 잡아 억만장자가 된다는
이야기. 굉장히 전형적인 미국식 신화지요.
영화는 여기에 일반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두 가지 장르를 얹습니다. 하나는 동화예요.
이 영화에 따르면 조이는 급작스러운 신분상승을 이룬 신데렐라입니다. 심지어 도입부에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
발레 음악까지 나와요. 다른 하나는 소프 오페라입니다. 조이의 어머니가 침대에 박혀서 끊임없이
시청하고 있는 가상의 드라마가 이 영화의 전체 톤까지 지배해버리죠.
영화가 이상하게 신경질적인 것도 이 때문이겠죠. 캐릭터만 보면 조이는 씩씩하기 그지 없는 인물입니다. 성공을
위해 남자가 필요하지도 않고 자기 앞가림도 자기가 다 알아서 잘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신데렐라 동화와
소프 오페라를 거치게 되면 헛갈리는 거죠. 특히 조이가 홈쇼핑 채널 방송국에 처음 들어간 장면을 보세요.
약먹은 것 같은 마법화된 자본주의의 예찬이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이는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은 긴장하고 경계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 둘과 대비되는 또다른 장르, 그러니까
서부극이 뛰어들어 영화를 갑자기 맺어버린단 말입니다. 이 영화의 신데렐라 동화에 왕자가 없는
것처럼 서부극에도 총격전은 없습니다만.
정신없고 방향없으며 그런 영화치고는 또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혼란 자체에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러셀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배우들의 연기와 합이 좋죠.
이들이 서로에게 고함을 질러대며 시끌법석 스크린을 오가는 걸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떡 지나갑니다.
(16/02/27)
★★★
기타등등
조운 리버스의 딸 멜리사 리버스가 자기 어머니를 연기합니다.
감독: David O. Russell, 배우: Jennifer Lawrence, Edgar Ramirez, Robert De Niro, Dascha Polanco,
Virginia Madsen, Isabella Rossellini, Bradley Cooper, Isabella Crovetti-Cramp, Elisabeth Röhm, Diane Ladd
IMDb http://www.imdb.com/title/tt24469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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