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9 00:07
영화를 보기 전에 검색을 해 봤는데, [쉐도우]의 감독 페데리코 잠팔로네는 원래 티로산치노라는 이탈리아 팝그룹의 리드싱어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원래부터 취미가 있었는지 갑자기 영화감독으로 전환했는데, [쉐도우]는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평이 아주 좋아서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부활'이라는 평가도 받았나봐요.
영화의 주인공은 데이빗이라는 이라크 참전군인입니다. 전쟁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릴 겸 친구가 소개해준 유럽의 모 나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납니다. 그 나라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중부 유럽의 어딘가인 모양인데, 정작 사용언어는 영어입니다. 이탈리아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죠. 그리고 내용을 보면 그렇게 비논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데이빗은 두 명의 사냥꾼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안젤린이라는 여자를 구해줍니다. 둘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그림자 계곡이라는 곳으로 가는데, 하필 그곳에서 또 그 사냥꾼들을 만나죠. 성난 사냥꾼들은 두 사람을 쫓고, 이들은 점점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대머리 고문자의 포로가 됩니다.
[쉐도우]는 반전영화입니다. 잠팔로네는 정말로 이라크전과 전쟁의 추악함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요. 데이빗이 유럽의 모 나라에서 겪는 고생도 그가 이라크에서 겪은 고통의 영화적 반영이고요. 영화의 결말을 보면 그 주제는 보다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쉐도우]는 진지한 반전영화가 될 만큼 무게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영화가 그리는 이라크전의 묘사는 그냥 피상적이에요. 구체적인 전쟁보다는 전쟁에 대한 막연한 상처럼 보이죠. 그리고 영화가 반전을 통해 끌어낸 결론은 너무 손쉬워서 좀 싱겁다는 느낌입니다.
호러 영화로서 [쉐도우]는 그냥 할 일만 잽싸게 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과 영화의 리듬은 충분히 빨라요. 전 도입부의 자전거 여행자들과 사냥꾼들의 추격전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이어야 할 고문 장면은 별 내용 없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입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하기엔 7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짧아요. 주인공이 뭔가를 할 여유가 없는 거죠. 고어 장면만 쫓아다니는 열혈 관객들에겐 고문장면이 심심하게 느껴질 거고요.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부활'로 보기엔 [쉐도우]는 빈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첫 호러영화라는 걸 생각해보면 잠팔로레의 차기작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아요. 적어도 이 영화는 관객들을 지루하게 두지 않고 종종 깜짝 놀랄만큼 정확한 호러영화의 감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가 차기작으로 무엇을 들고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10/07/19)
★★☆
기타등등
제작비 때문이겠지만 이라크전 회상은 전혀 이라크전처럼 보이지 않더군요. 그 때문에 잠시 내용을 헛갈리기까지 했어요.
감독: Federico Zampaglione, 출연: Jake Muxworthy, Karina Testa, Nuot Arquint, Chris Coppola, Ottaviano Blitch, Matt Patresi
IMDb http://www.imdb.com/title/tt142525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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