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2 20:45
"순대 좀 주세요."
"네."
"내장은 빼주세요."
"네."
그리고 아주머니는 덧붙이셨습니다.
"내장이 잘 안나가서 잘 쉬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내장은 이제 안해요."
아주머니가 순대를 자르는 동안 뒤돌아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순대를 사먹었을 때 내장에서 너무 쾌쾌한 냄새가 났던게 떠올랐습니다.
건너편 슈퍼에서는 뭘 자꾸 떨이한다는 쿵쿵거리는 마이크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
순대껍질은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습니다.
맛은 텁텁했습니다.
껍질은 윤기가 흐르는데 속은 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방금 잘라 담은 것인데도 김이 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정도 먹다 보니 그릇 바닥엔 노오란 기름이 군데 군데 빗물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습니다.
입안에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