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2 15:17
'조심'이라는 말도 쓰임에 따라 다르겠죠.
예를들어 으슥한 뒷골목을 지나는 사람에게 조심해라라는 이야기는 말그대로 사고를 당하지 않게 주의해라입니다.
혹은 치안이 열악한 곳에 가는 사람에게 조심해라...라는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큰 일을 당한 사람에게 "조심하지 그랬어"는 피해자 본인의 부주의를 책망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고야 아무리 조심해도 당할 수 있는 것이기에 전자의 '조심'은 몇몇분들의 리플과 같은 의미를 지닐지 모릅니다.
예를들어 횡단보도나 도로의 교통사고;차도를 지날때도 조심해야하는건 사고라는 것이 개인의 의지;혹은 사고를 낸 가해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사건의 발생 책임에 대해 크든 작든 피해자가 부분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뉘앙스죠.
은행CD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사람은 입구에서 날치기나 강도를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봐야합니다.
하지만 이미 날치기나 강도를 당한 사람에게 "조심하지 그랬어.."라는 이야기 어떤가요.
아무리 조심이란 단어에 걱정의 의미를 가져다 붙여봐야 "그러게 왜 돈을 CD기에서 뽑은 뒤 넋놓고 있다가 빼앗겨 이 사단을 일으키냐"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돈을 CD기에 뽑는다고해서 날치기를 당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 아님에도, 작정하고 달려드는 강도를 막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유를 피해자에게 찾게되는 것이죠.
사실 진짜 책임을 지거나 비난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범인 및 지역치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나 지자체, 혹은 관련 기관인데 말입니다.
덧붙여, 조심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별개로,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 라는 말은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이 말은 문제가 많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발이란 단어는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연결시키자면, 누군가가 성범죄를 당한 원인이 그 사람이 노출이 많은 옷차림을 했기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약이지만, 이는 범죄상황자체가 애시당초 아무생각도 없는 멀쩡한 남성이 여성의 옷차림에 자극받고 성범죄를 결심, 실행에 옮겼다는 이야기로 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성범죄와 관련된 기사에 실제로 달리는 쓰레기 같은 리플;요즘 여자들이 야하게 옷을 입는데 안덮치면 남자도 아니다 식으로 이용되죠.
몇몇 사람들이 쓰레기같이 이용하는 것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만일 이런 쓰레기식이 아닌;성범죄를 한 개인의 부주의를 근거로 원인과 결과로 연결짓고 해석하는 가치관이 익숙해진다면?
그렇다면 성범죄 피해자의 옷차림이 성범죄자의 감형에 이용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될 수 있겠죠.
2013.03.22 15:41
2013.03.22 16:34
2013.03.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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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는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