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2 15:07
이하의 내용은 성명미상인 어느 불신자의 기록에서 인용하였다. 부분적으로 결락된 곳이 있으며, 이는 원본에서도 동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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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후 2013년 3월 21일에 저O있으라.
나는 프레스터 존의 왕국 동편에 있는 작은 왕국에서 자라났다.
물산이 풍부한 곳은 아니었으나 먹을 것이 부족하지는 않았고, 특히 O배라고 불리는 음료는 제법 흔하였던 관계로 나는 여러 종류의 가배를 맛보면서 자랐다.
점점 나는 가O라면 어느 종류라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믿게 되었고 시일이 지남에 따라 이런 내 생각은 계속 강화되었다. 저주있을진저. 내 마음에 깃들게 된 오만함이여.
... ...
그 일이 생긴 것은 며칠 전이었다.
강OO오라는 주제에 대해 천착해오던 내가, 수도원 지하에 비장되었던 여러 금서 중 Ano 성인와 빠삐용 성인이 강OO오에 대해 썼던 물망록을 보게된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면 두 성도는 이 가배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상세하고도, 정확한 기록을 남겨주었으나, 내 호기심이 내 몸을 망쳤다.
... ...
나는 기억한다. 내가 처음 강OO오를 보았을 때를.
상자에서 꺼낸 포장의 모습은 암흑의 다크색을 띈 형언할 수 없고 불가해한 라면스O봉지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절망감을 되씹고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그 후 떨리는 손으로 개봉한 봉지에서 흘러나온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라면O프와도 같은 가는 분말이었다.
아아, 어리석고도 어리석도다. "이 제품은 우유, 계란, 땅콩, 새우, 게, 대두, 밀, 돼지고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라는 포장문구를 이미 보았음에도, 탐욕스럽게 두 성자의 글을 눈에 박아넣어 왔음에도 이럴 줄을 몰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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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되돌리기는 늦은 상황이었다. 나는 떨림을 막기 위해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한 후 주법서에 기재된 대로 끓는 물 130mL를 부었다. 이후 그 검은 액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과연 이 용기 안에서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alea iacta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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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후기: 이 이후 저자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다만 저자가 행방불명된 방에서 은은한 녹각냄새가 풍겼다는 증언과, "아니야, 이건 가배가 아니야"처럼 들리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는 증언만이 수도원에 남아있는 기록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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