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0 22:55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아들놈도 이만큼 컸습니다.
이제 15개월이에요. 그동안 하도 열심히 안아줘서 그런지 게을러 빠져서 아직도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 하고 혼자 걷지도 못 합니다만.
비주얼만은 사진 찍어 놓으면 어린이로 보일 정도로 컸습니다. ㅋ
(이렇게 가끔 혼자 차도 한 잔 하고 그럽니다)
(아이스크림도 한 통 먹... 아, 이건 아니구요. ㅋ)
그리고 그 동안 초보 애 아빠로서 좌충우돌 삽질도 많이 하고 그랬지요.
처음 이유식 먹일 때 야채랑 닭가슴살, 생선살 같은 걸 넣어 죽을 만들어 먹였었는데. (제작은 제 어머니께서. 전 그냥 먹이기만. ㅋㅋ)
어느 날 갑자기 온 몸으로 거부하며 난리를 치는 통에 며칠간 애를 먹었습니다만.
알고보니 그냥 죽에 물려서 밥을 달라는 거였더라구요. -_-;; 어머니께서 같은 재료로 밥을 지어 먹이니 간단히 해결.
그냥 며칠간이긴 했지만 애가 성장하는 과정의 자연스런 일인데 그걸 몰라서 괜히 애만 달달 볶았다 싶어 좀 민망하더라구요.
하지만 다행히도 이 때 눈치가 생겨서 최근에 야채&고기밥을 격하게 거부하게 되자 이번엔 그냥 '어른 밥 먹을 때가 됐나벼' 하고 어른 밥을 먹여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으하하하 보람 가득! (쿨럭;)
(휴지 뽑기는 잘 나가는 아가들의 통과의례죠.)
근데 정말 애 밥 먹이기는 고역이더라구요.
제 직업 특성상 올 겨울에 두 달 동안 24시간 풀타임으로 애를 보며 지냈는데.
정말 얘가 밥만 잘 먹으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고 애 보기만큼 쉬운 일이 없을 거다!!! 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부모를 닮아서 입이 짧거든요. ㅋㅋ
매일매일 애가 눈 뜨면 밥 먹이느라 싸우다가 오전 보내고. 낮잠 재운 후에 점심 먹이느라 싸우다 보면 저녁 되고. 몇 시간 놀다 저녁 먹이려고 싸우고 나면 재울 시간... orz
밥 잘 먹는 아가 두신 분들은 (물론 맛나게 잘 먹게 만드는 게 부모 역량이기도 합니다만;) 매일매일 하루 세 번씩 자식에게 절 하셔야 합니다. ㅋㅋㅋ
최근에 어른들 먹는 그냥 밥으로 갈아탄 후론 밥은 잘 먹는데.
이런 밥을 먹이다보니 이젠 또 반찬이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조기나 갈치 구워서 살 발라주면 미칠 듯한 스피드로 먹어 치우긴 하지만, 그것만 먹일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반찬이랑 섞어 먹이다 보면 막 도리도리 짜증을 내며 조기 그릇을 손가락질하며 '우!!!' 하고 외치면서 절 쳐다봅니다.
기가 막혀서 조기를 집어 먹여주니 혼자서 짝짝짝 손뼉을 치며 절 쳐다보고 다시 조기 그릇에 손가락질... 야 이 자식아;;;
(조기가 아니잖소!!)
요 녀석 엄마가 휴직 끝내고 복귀한 후로는 제 어머니께 부탁드려서 이 놈을 키우고 있는데.
제 어머니는 본인 아들 하나 딸 둘에 딸의 자식 둘까지 다 키워내신 육아의 베테랑이라 전 그냥 어머니 하시는대로, 시키는대로 키우기만 하거든요.
(여기서 '부모가 무슨 죄라고 자식들 자식까지 키우며 고생이냐!' 라는 얘기가 나오면 너무 찔려서 할 말이 없으니 용서를. ㅠㅜ)
근데 각종 육아책과 조리원 동기들 자식들 소식으로 입수한 정보가 많은 아내 말로는 이유식 먹고 분유 끊는 시기든 걷고 뛰는 시기든 이 녀석이 뭐든 다 늦는답니다.
그래서 조바심도 내고 스트레스도 받고 하는데... 다행히도 전 아무 생각이 없는 아버지라서 '때 되면 지가 다 알아서 하겠지 뭐.' 라며 아무 스트레스 없이 걍 키우고 있습니다. ㅋ
근데 그러지 않겠습니까.
설마 평생 못 일어나거나 분유병 끼고 살진 않을 거잖아요. ㅋㅋㅋ
(과일. 특히 감을 좋아합니다만)
(좀 떫었나 봅니다.)
다만 요즘 가장 걱정... 은 아니게 제게 스트레스인 건 이 놈이 아빠를 너무 좋아한다는 겁니다. =_=;;
처음엔 분명 평범하게 엄마에게 찰싹 달라 붙어 사는 놈이었는데. 작년에 엄마가 건강상의 이유로 두 주 정도 떨어져 지내다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게 찰싹 붙어서 이후론 완화되지 않고 점점 더 정도가 심해지고 있네요. 아마도 출퇴근 시간상 (제가 삼십분쯤 늦게 출근하고 두 시간쯤 일찍 퇴근합니다) 매일매일 몇 시간씩 더 지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한데... 이게 심할 땐 엄마가 근처에만 와도 혹시라도 자길 제게서 떼어낼까봐 울면서 제게 달라붙을 정도라서. orz
그래서 주말 같은 땐 그냥 제가 풀타임으로 보게 되는데 이 놈이 혼자 밥 먹을 시간도 안 줘요. 화장실 가기도 힘듭니다. 환장하겠습니다. ;ㅁ;
더불어 이 녀석이 이러면 와이프가 힘들어해서 또 두 배로 힘들죠. 저 같으면 혼자 편하다고 마냥 좋아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직접 낳은 입장에선 기분이 다른가 보더라구요.
(자기가 뚜껑 열 수 있으면서도 굳이 제게 들고 옵니다. 그냥 니가 먹으라고;;;)
뭐... 암튼 이렇게 본의 아니게 애 엄마-_-역할을 몇 달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할 자격이 있습니다. 돈이든 근무 여건이든 말이죠.
물론 그러면서 어린이집 보내는 비용이 치솟게 되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문제이겠습니다만.
그냥 집에서 애 키우면서 아침 출근, 저녁 퇴근하는 육아 도우미 한 명만 둬도 한 달에 돈 백 이상은 깨지잖아요.
어린이집 비용이 좀 비정상적으로 싸게 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정부에선 계속 애 낳으라고 난리 치면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지원 안 해주고 무슨 삽질이냐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습니다.
(까-)
(-꿍! 이나 받으시죠)
암튼 겨울 내내 육아 하나로 제 인생 두 달을 통째로 바쳐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애 키우려면 내 삶이 없어져 버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자식에게 뭔가 '키워준 은혜'를 보상받으려는 부모들의 잘못된 욕망들이 아무 이유 없이 튀어나오는 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 이렇게 개고생을 하다 보니 정이 들대로 들어서 '우리 애는 착하고 순한 앤데 친구를 잘못 만난 것 뿐이라능!!!' 이라고 우기는 학부모들 심정도 이해'는' 하게 되었구요.
그동안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던 애 키우는 부모들 심정을 두루두루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ㅋㅋ
그래도 여전히 맘에 안 드는 건 안 드는 거지만 예전보단 좀 덜 잘난 척하게 되었다. 라는 게 이번 겨울의 제 수확이었습니다.
동시에 일생 처음으로 개학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는 거(...)
어쨌거나 잘 자라주는 아들놈이 참 고맙구요.
얼른 날씨가 완전히 풀려서 이 놈이랑
이렇게.
햇살 받으면서 즐겁게 놀러다니고 싶네요.
그러니 이젠 제발 좀 혼자 걸어라 이놈아. ㅠㅜ
끝입니다. ㅋ
2015.03.20 23:29
2015.03.22 11:15
2015.03.20 23:43
2015.03.22 11:17
2015.03.21 01:20
2015.03.22 11:17
2015.03.21 09:20
2015.03.22 11:19
2015.03.21 09:24
만 10개월 2일차에 첫 걸음을 뗀 1호기의 아빠가 여기 있습니다!
자유롭게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 육아가 1.3배는 어려워져요 ㅋ
미남으로 죽죽 잘 자라고 있군요.
마지막 사진의 앙증맞은 하악 전치 4개가 인상적 ㅎ
2015.03.22 11:21
2015.03.21 19:18
2015.03.22 11:23
2015.03.21 23:46
귀엽네요. 우리 애들은 이제 왠만큼 커서.. 좀 징그러워요. ㅎㅎ 아이들 자라는 거 보면 정말 대나무 자라듯 쑥쑥 큽니다. 화면보호기로 저맘때 사진들 돌아갈때 보면 어찌나 깨물어주고 싶게 귀엽던지.. 좋은 아빠이신것 같아요.
2015.03.22 11:24
2015.03.22 08:15
제 둘째 아들은 18개월때 걸었어요. 호호 신경안쓰시겠지만 아내분께 전해드리세요
애를 낳고 키우면서 세상의 약자들에게 관심이 가고 겸손해지고 어른이든 애든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는 기적이 일어나더군요. 더불어 나는 커지는 이해심만큼 힘들어지고요
2015.03.22 11:25
2015.03.22 09:27
훈남이 될 싹이 보이는 아드님이군요 ㅋㅋ 아빠에게 달라붙는 아들이라니 신기해요. 그래도 일년중 가장 괴로운 개학 전날을 기대하게 해주다니 효자입니다.
2015.03.22 11:27
"자란다"는게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