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30 18:03
송해성의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 이 책을 시사회 사흘 전에
전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다운받아 읽었습니다. 칠순의 어머니가 사는 연립주택에
얹혀사는 4,50대 남매의 이야기더군요. 첫째 아들은 전과 5범의 깡패이고, 유일하게 대학교육을
받은 둘째는 첫 영화를 말아먹은 뒤 백수가 되어버린 영화감독, 그나마 카페를 하면서 돈을 버는
막내 딸은 남편과 싸우고 딸과 함께 엄마 집에 피난 온 상태. 설정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데,
출생의 비밀 같은 건 당연히 내장한 막장 드라마는 그 뒤로 계속 이어집니다. 굉장히 수월하고
빨리 읽히는 책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영화를 보니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것은 캐스팅이더군요. 모두 좋은 배우들이고
캐릭터의 이미지와도 잘 맞지만 이들은 모두 지나치게 젊어요. 막내 딸 미연의 경우 심지어 열 살
정도를 잘라냈지요. 투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고령화 가족]이라는 제목을
달 필요 자체가 없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신경 쓰인 건 원작을 다루는 태도였습니다. 소설 [고령화 가족]은 나이 든 루저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 중 몇 명은 너무 루저스러워서 실생활에서는 얼굴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죠.
바로 그 극단성 때문에 소설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가 더 큰 것이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를 탈색시킵니다. 이들을 모두 더 견딜만한 사람들도 만들었던 거죠. 특히 첫째 아들인
한모의 변화는 심각해요. 그가 강간범이었다는 사실은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멈추지를 않아요. 정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계속
밀어붙이죠. 이러다보니 원작에서는 거의 괴물의 영역에 도달했던 인물이 신파극 순둥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원작에서는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코미디와 가족극의 균형이 깨져버렸습니다.
신파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원작에서는 반짝였던 코미디의 리듬감과 타이밍이 박살 나 버렸죠.
유머가 반 이상인 소설에서 그 유머를 계획적으로 가지치기를 해버린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송해성은 이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요. 하지만 전 여전히 이 영화의
각색 이유가 미심쩍스럽습니다. 휼륭한 유머와 독특한 태도를 가진 재미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색 과정 중 중요한 건 그 눈에 뜨이는 장점과 특징을 살리는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이 튀는 개성을 어떻게 하면 무난한 통속극으로
억누를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면 굳이 이 소설을 고를
필요가 있었을까요.
(13/04/30)
★★☆
기타등등
보도자료에는 '평균 연령 47세, 극단적 프로필'이라고 나와있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 나이의 평균을 내면 40.6살입니다.
조작된 계산이죠. 47이라는 숫자는 미연의 딸 민경을 빼야만 나오거든요. [고령화 가족]에서 가족의 평균 나이는
49세.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이건 민경까지 더한 정직한 숫자겠지요.
감독: 송해성, 배우: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윤여정, 진지희, 예지원, 이영진, 다른 제목: Aging Famil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ging_Famil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693
2013.05.01 10:36
2013.05.01 21:44
2013.05.04 09:48
2013.05.13 17:25
2013.05.13 20:5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5 | 마지막 상영 Dernière séance (2011) | DJUNA | 2019.11.22 | 2981 |
274 | 공포의 작은 가게 The Little Shop of Horrors (1960) [1] | DJUNA | 2019.10.21 | 3232 |
273 | 열두 번째 용의자 (2019) | DJUNA | 2019.10.16 | 3522 |
272 |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 (2018) | DJUNA | 2019.07.26 | 5984 |
271 | 나이트메어 시네마 Nightmare Cinema (2019) | DJUNA | 2019.07.23 | 4360 |
270 | 달링 Darlin' (2019) | DJUNA | 2019.07.22 | 4760 |
269 | 머더 미스터리 Murder Mystery (2019) | DJUNA | 2019.07.21 | 4465 |
268 | 살인마를 키우는 여자 Satsujinki o kau onna (2019) | DJUNA | 2019.07.19 | 5082 |
267 | 서스페리아 Suspria (2018) [1] | DJUNA | 2019.05.02 | 11170 |
266 | 사바하 (2019) | DJUNA | 2019.02.16 | 10913 |
265 | 증인 (2019) | DJUNA | 2019.02.16 | 5437 |
264 | 리지 Lizzie (2018) | DJUNA | 2019.01.07 | 38141 |
263 |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2018) [1] | DJUNA | 2018.12.15 | 8322 |
262 | 마라 Mara (2018) | DJUNA | 2018.10.20 | 4818 |
261 | 목격자 (2018) | DJUNA | 2018.08.06 | 5347 |
260 | 칼 + 심장 Un couteau dans le coeur (2018) | DJUNA | 2018.08.05 | 3091 |
259 |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 Alice, Sweet Alice (1976) | DJUNA | 2018.08.04 | 3352 |
영화와 원작을 볼 거라면 영화부터 보고 원작을 보는 편이 낫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