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로우 허 Below Her Mouth (2016)

2017.09.19 10:30

DJUNA 조회 수:8213


에이프릴 뮬런의 [빌로우 허]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심심한 일입니다. 패션 잡지에서 일하는 재스민과 지붕공인 달라스가 클럽에서 만나 골목, 계단, 욕실, 침대를 오가면서 섹스를 합니다. 재스민은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있고 달라스는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둘은 그밖에도 약간의 개인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관심은 안 가죠. 90대 이후 레즈비언 영화들이 끊임없이 써먹었던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 중 재미있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죠.

영화는 처음부터 스토리에 어떤 독창성 같은 걸 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반대로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단순하고 밋밋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건 캐릭터도 마찬가지이고. 이 둘은 [빌로우 허]라는 영화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섹스입니다. 영화의 모든 것들이 섹스와 성적 이끌림의 기반 위에 세워져 있어요. "둘이 섹스를 했는데 정말 좋았다"를 중심으로 캐릭터와 스토리가 올라가는 영화입니다. 여기엔 어떤 변명도 없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고 또 선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당연히 섹스의 비중이 큽니다.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요. 그건 제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에겐 대부분의 섹스신이 배우들만 바꾼 동의어 반복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그 캐릭터를 알고 그 섹스신이 드라마에서 제대로 기능을 해야죠. [빌로우 허]에서는 그런 기반이 없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 섹스신이 상당한 강도와 길이를 과시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색 블루]나 [아가씨]에서 종종 느꼈던 "아, 쟤들 무리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죠. 무척 자연스럽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흐름이 있습니다.

[빌로우 허]는 작정하고 만든 선정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아름다운 두 여자배우들을 최대한 많이 벗기고 오래 섹스를 시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모든 스태프가 여성으로 구성되었고 최대한 남성 시선을 제거하려 노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뭐라고 확답을 못하겠습니다. 전 몇몇 장점을 보았습니다만 그건 아마 제가 처음부터 그렇게 읽고 싶어서 그렇게 봤던 것일 수도 있죠. 만든 사람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17/09/19)

★★☆

기타등등
부천에서는 [빌로우 허 마우스]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죠. 왜 굳이 바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제목이긴 해요.


감독: April Mullen, 배우: Erika Linder, Natalie Krill, Sebastian Pigott, Mayko Nguyen, Tommie-Amber Pirie, Melanie Leishman, Andrea Stefancikova, 다른 제목: 빌로우 허 마우스

IMDb http://www.imdb.com/title/tt50736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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