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13:23
로큰롤을 주제로 삼은 영화들, 특히 실제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거나 모델로 삼은 영화들은 대부분 내용이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아마 실제로 그들이 비슷비슷한 환경에서 비슷비슷한 갈등을 겪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아요. 물론 로큰롤에 대한 고정관념도 이유겠지만, 수많은 당사자들이 알면서도 그 고정관념이 만들어놓은 틀에 빠졌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섹스, 알코올, 마약, 로큰롤, 멤버 간의 불화들로 구성된 익숙한 이야기가 무한반복되는 거겠죠.
[런어웨이즈]도 그런 익숙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 중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로큰롤 영화'의 스테레오타입에서 파생된 기성품인지 전 모르겠어요. 기본 틀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초상권 문제 때문에 몇몇 멤버들은 아예 사라져 가공의 인물로 대체되었다고 하고,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기 위해 상당량의 픽션이 투입되었을 테니까요. 물론 이 영화에 직접 관여한 두 멤버들인 조운 제트와 셰리 커리의 관점들이 통합되는 과정 중 이야기가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픽션을 찾아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팬들이 더 잘 알겠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결과 만들어진 이야기가, 런어웨이즈라는 그룹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지독하게 친숙하다는 것입니다.
런어웨이즈의 이야기가 다른 록그룹의 이야기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그건 주인공들이 미성년의 여자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튀는 부분도 이 아이들의 위치와 이미지에 대한 것이고요. 한 번 보죠. 록하는 여자들이 거의 없던 1970년대에 터프한 여자애들이 남자들의 세계에 돌을 던지겠다며 험악하고 도전적인 노래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모두 느끼한 중년 남성 흥행사인 킴 파울리의 꼭두각시였으며 그들의 이미지는 성적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이 이 모순적인 삶에서 어떻게 탈출하는 가가 이 영화의 드라마이고 또 주제입니다. 조운 제트는 킴 파울리를 만나기 전부터 독립적인 예술가였고 그 꼭두각시 놀이 중에도 주체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단한 의욕도 없었고 그 때문에 쉽게 조종당하고 이용당했던 셰리 커리의 미래는 그만큼 밝지 못했죠. [런어웨이즈]는 대비되는 두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교훈극으로 볼 때 가장 잘 먹힙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에 대해 언급을 해야겠습니다. 이들은 이 작은 영화의 핵심이에요. 이들의 캐스팅을 빼면 영화 자체가 무너질 지경이죠. 스튜어트와 패닝이 연기한 조운 제트와 셰리 커리의 존재감과 개성은 너무 강해서 오히려 모델들보다 더 원본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히 패닝의 미래를 걱정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로 그냥 안심했을 겁니다. 저야 스튜어트가 벨라 스완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고요. 보면서 불안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런어웨이즈가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어리디 어린 여성 배우들을 아슬아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조종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상황 역시 배우들의 재능과 존재감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닐까요. 런어웨이즈의 실제 멤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기타등등
그래도 전 여전히 다코타 패닝에게 흔들 가슴이 있다는 현실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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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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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가슴이 있어야죠 몇살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