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피자 먹고 교내 흡연구역에서 남자인 친구랑 담배를 피고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참 좋게 생긴 아저씨가 자기 나이와 이름, 학교 교수라는 신분을 밝히더니 여기 학생이냐 묻더군요.

여자애가 담배 피는거 보기 좀 그렇다고 말씀하신 다음 그 다음부터는 제 과와 학년, 나이를 집요하게 물으셨어요.

대답하지 않으니 너는 아빠 앞에서도 그러니? 너희 아버지 몇 살이야? 하며 부모드립을 시전하셨습니다.

내친김에 어머니 나이까지 물어보지 왜 아버지 나이만 물어보셨어요 ㅠㅠ 글구 우리 아빠 나이 많으면 그냥 넘어갈거에요? 나이를 왜물어봐여 ㅠㅠ

설마 우리 어머니는 숙녀라서 숙녀에게는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그런 획기적인 기사도인가... 라고 스스로 웃어넘기려 해보지만 열받네요.

물론 저는 길바닥에 침도 안 뱉었고 꽁초도 안 버렸습니다. 화장실 칸마다 양성 평등을 지향한다고 써져 있는 학교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기분 더럽네요. 하루종일 더러울 것 같네요. 에라이 퉤.

부모님 드립 친 것보다 학교가 너를 잘못 뽑았다, 주머니에 손 넣고 담배 불도 안 끄고 이야기 듣는걸 보니 커서 어떤 사람 될 지 뻔하다고 악담하신게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아요.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음. 어떤 단체 소속이시더군요. 헤헿. 

투표 잘 해야지 안 그러면 무서워서 교내에서 담배피다가 머리채 잡히고 뺨맞겠네 생각했어요.

여성학과 수업에서 이런 사례 나올때마다 분노했는데 그게 내 일이 될 줄이야.

뭐, 세상은 넓고 미친 사람은 많으니까 그런 거겠죠. 

결론 : 투표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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