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성경의 역사'의 세계관

2021.04.21 15:32

skelington 조회 수:638

최근에 작중의 특정 대사 때문에 '남혐웹툰' 이라고 불바다가 난 작품이라 링크 타고 가 봤더니 전에 초반 몇회를 보다가 포기했던 작품이더군요.

그때 왜 포기했었나? 생각해 보면 아마도 '치즈 인 더 트랩' 과 유사성 때문이었어요. 흥미를 잃은 이유가 비슷해서 라기보다는 그 비슷한 부분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어서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성경의 역사'는 '오해받고 박해받는 여학생' 이야기입니다.

치인트의 홍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 받는 부분을 잘라와서 작품화 한것 같습니다. 홍설이 다니는 A대학이 근처에 있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은 세계관이에요.


치인트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성경의 주변인물들은 뭔가 안전장치가 제거된 사람들이고 욕망이 내적 통제없이 마구 분출되어 자신과 타인을 공격하고 파괴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그럼에도 끄떡없이 살아갑니다. 성경에게는 항상 미행이 붙고 목격자가 있고 그녀에 관한 모든 추문과 사건들이 에타에 업데이트 되는 세계관입니다. 

성경은 말수 적은 조용한 학생이지만 남학생들이 화이트데이에 그녀에게 사탕 주는 문제로 주먹다짐을 하고, 여친 있는 선배가 성경에게 찝적대다가 걸려서 여친에게 업어치기 당한걸 학교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재수 시절 강사는 비슷한 사건으로 직장을 잃었는데도 그나마 남은 학교의 평판 상관없이 다시 접근하고 이 또한 질투하는 동급생에 의해 살이 붙어 루머가 유통됩니다.


이 인물들과 세계를 '현실적이다' 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런 사건들은 주위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식이면 팬트하우스의 사건들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 작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경의 뒤에서 몰래 누군가가 훔쳐보고 엿듣는 장면은 AKA 막장 드라마의 표현방식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전형적인 '남자 작가가 그린 여성 주인공' 류 작품이에요.

남성성에 대한 묘사도 겉핥기이고 여성 캐릭터도 결국 주인공 빼곤 ㅆㄴ이라는 식입니다.

회차를 넘기면서 어디 한곳 정붙일 곳이 없고 애초에 치인트처럼 로맨스가 끼어들 수도 없는 막힌 형국이죠.


'수수하지만 남자를 홀리는' 그래서 '여자들 모두가 싫어하는 ㅆㄴ' 으로 오해받는 여성.

당연하겠지만 이 작품이 비판하고 표현하려는 주제겠죠. 과연 그런가 싶지만요.


작가는 분명히 성경의 내적 갈등과 성장같은 부분을 앞으로 전개해 나가겠죠.

하지만 주인공의 성장이 꼭 '핵전쟁으로 대충 망해서 오토바이 갱들만 남은 무법천지' 에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겠죠. 그때 필요한건 내적 성장이 아니라 내공 이고 북두의 권이잖아요.


이 웹툰 매회 마다 상단에 달리는 댓글이 대체로 '성경이 XX 죽여 버렸으면...' 인 건 독자들이 이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PS. 대학축제에 펫 경매를 하는건 도대체 몇학번의 시대인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7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32
115735 여고괴담 제작자 이춘연대표 급서 [4] 사팍 2021.05.12 981
115734 인랑 (2018) [3] catgotmy 2021.05.12 555
115733 조지 해리슨의 신 [7] 가끔영화 2021.05.11 402
115732 옛날 영화라고 무시하지 말아야지 [8] daviddain 2021.05.11 771
115731 서울시에서 한강 음주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데.. [8] 팔정도 2021.05.11 1235
115730 [바낭]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 [33] 로이배티 2021.05.11 707
115729 [펌글] 좌우파 모두가 인정하는 이승만의 업적 [20] Bigcat 2021.05.11 1780
11572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6] 조성용 2021.05.11 726
115727 조청을 먹으며 [15] 가끔영화 2021.05.11 593
115726 (MV)오마이걸(OH MY GIRL)_Dun Dun Dance [3] 왜냐하면 2021.05.10 400
115725 [육아바낭] 7세 아이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사줘야 하는가 [10] 가라 2021.05.10 1548
115724 [넷플릭스바낭] 마블 냉담자의 몹시 늦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소감입니다 [27] 로이배티 2021.05.10 1034
115723 이대호 포수 [6] daviddain 2021.05.10 501
115722 달은... 해가 꾸는 꿈 (1992) [3] catgotmy 2021.05.10 529
115721 [넷플릭스바낭] 저만의(?) 기대작, '그녀의 이름은 난노' 시즌 2를 다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1.05.09 2654
115720 불타오른다 건담 [13] Lunagazer 2021.05.09 741
115719 제가 살짝 관여한 남승석 감독의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GV가 오늘 있다고 하네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 [8] crumley 2021.05.09 522
115718 현재 상영중인 화녀의, 소리가 너무 크다는 대체적인 리뷰 [4] tom_of 2021.05.08 658
115717 버닝(2018) [6] catgotmy 2021.05.08 835
115716 이런 완벽한 독립영화 [1] 가끔영화 2021.05.08 4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