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 잡담...

2021.04.19 08:13

여은성 조회 수:268


 1.어제는 말을 걸 사람이 없어서 카톡으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어요. 친구는 오랜만에 리포트를 쓰니 피곤하다고 말했어요. 리포트라니? 리포트가 대체 뭐냐고 묻자 그는 '나 방송대 다니잖아.'라고 대답했어요.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얼마전에 들은 것 같기도 했어요.


 친구는 그의 아버지 회사의 직원인 동시에 그의 아버지의 또다른 회사의 대표인 동시에, 최근에 설립한 그의 가족회사의 대표까지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쓰면 설마 이름만 걸어놓고 저 세개의 회사의 일을 다 하지는 않겠지...싶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1개의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2개의 회사에서 대표로 일하는 업무를 진짜로 다 하고 있기 때문에 미친듯이 바쁘죠.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방송대까지 다니고 있다니...이게 남자의 삶인가 싶었어요.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한계까지 자신의 어깨에 돌을 올려놓는 삶 말이죠.



 2.그러고보니 가끔 쓰는 변호사 친구도 꽤나 열심히 살아요. 2년 전엔가는 법무사 시험인가를 보더니 이번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고 해요. 그 힘들다는 시험의 1, 2차를 한번에 붙는 걸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한 건가 싶었어요. 


 아니 애초에 저 시험들 중에선 변호사 시험이 제일 어려우니까...변호사인 친구가 법무사와 공인중개사를 땄다고 해서 이제 와서 그의 똑똑함을 논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죠. 변호사가 된 시점에서 이미 그는 똑똑한 걸테니까요.


 

 3.그래도 나름대로 내가 그들보다 낫다...라고 생각하며 살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자신이 잘 들지 않아요. 나는 그들이 올라타 있는 레일에 올라갈 수 없거든요. 그들은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레일을 타고 현재까지 온 거니까요. 내가 이제 와서 '레일'에 올라서고 싶다면 그들이 오래전에 첫 발을 디뎠던 레일의 첫단계부터 시작해야 하죠.


 하지만 이 나이에는 그러기도 싫고, 설령 하고 싶다고 해도 누가 시켜 주지도 않아요. 



 4.휴.



 5.투자...투자란 건 다음 달이나 내년에 수익을 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면 잘 벌수 있어요.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다음 달이나 내년 같은 건 없거든요. 반드시 오늘, 이번 주에 수익을 내야만 하는 거예요. 돈이 나갈 곳이 많으니까요.


 예전에는 돈을 벌면 기뻤어요. 왜냐면 돈을 쓰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돈을 쓰고 싶은' 곳은 없어지고 '돈을 써야 할' 곳은 늘어나요. 



 6.이제는 정말 여윳돈이 있어도 돈을 적극적으로 쓰고 싶은 곳은 딱히 없어요. 꼭 하고 싶다...꼭 가고 싶다...꼭 다시 하고 싶다...꼭 다시 가보고 싶다...같은 것들이 없는 거죠. 


 남자는 나이가 들면 그냥 일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 행복인가...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건가...같은 생각도 들곤 해요. 



 7.레일...사회의 레일이란 것은 그래요. 사회의 레일에서 살아가고 싶다면 나이에 맞는 지점에 있어야 하죠. 나이에 맞지 않는 레일의 지점에 있으면 주위 사람들도 불편하니까요. 어떤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나이는 20대...아무리 늦어도 30살에는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뭐 엄청난 일을 해낼 순 없을 거니까요. 어차피 신입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비슷비슷하다면 직장의 신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펙은 나이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스펙은 다 똑같으면서 직장에서 지낸 시간에 비해 나이가 너무 많으면 그것만으로도 직장의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테니까요.


 물론 나는 직장에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그냥 상상해서 말해보는 거예요. 대충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고. 아주 유용한 사람을 뽑는 건 당연히 경력직일 거고 거기서 거기인 신입을 뽑는다면 나이가 중요하지 않을지.



 



 ---------------------------------------------------------







 제목을 월요일 새벽 잡담이라고 썼는데 벌써 아침이네요. 아직 50분쯤 더 기다려야 주식시장이 열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5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8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273
115708 <배틀 로얄>의 초반부 [8] Sonny 2021.05.07 692
115707 (이거슨 똥과 설사의 대결?!) 이준석 "진중권은 변태 철학자"→ 진중권 "같잖은 개드립..선을 넘어도" [19] ND 2021.05.07 1205
115706 [넷플릭스바낭] 추억의 레전드(?)를 다시 봤습니다. '배틀로얄' [42] 로이배티 2021.05.07 1538
115705 될 때까지 다시 떠나보면서 - 희망이 없더라도 살아가기 [3] 예상수 2021.05.07 374
115704 리처드 기어 영화 [2] daviddain 2021.05.07 431
115703 가짜 뉴스들이 짖어대도 한국열차는 달린다. [4] ND 2021.05.07 672
115702 ‘작은고추부대’의 선봉에 선 이준석(미래통합당 전 최고위원, 0선) [10] an_anonymous_user 2021.05.07 1006
115701 리처드 버튼이 초능력자로 나오는 영화 [11] daviddain 2021.05.07 392
115700 상하이에서 온 여인 [4] daviddain 2021.05.07 473
115699 에픽 vs 애플의 유탄이 튀고 있습니다. [7] Lunagazer 2021.05.07 639
115698 초간단 야식 [17] 그날은달 2021.05.07 924
115697 요새 헐리우드의 전형성이 좀 싫어졌습니다 [8] Sonny 2021.05.06 936
115696 저번에 누가 화녀 상영관에서 나오셨다고 했는데.. [5] 한동안익명 2021.05.06 671
115695 빛의 아버지: 파이널 판타지 XIV (2019) [2] catgotmy 2021.05.06 337
115694 잘난 주인공 [33] thoma 2021.05.06 1119
115693 아까운 이름이 있나요? [6] 왜냐하면 2021.05.06 583
115692 돈과 한계효용, 브랜드 [1] 여은성 2021.05.06 414
115691 [넷플릭스바낭] 망작 산책 - '테이큰3'을 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1.05.06 538
115690 텀블러에 XX을 수차례 넣었는데 고작 재물손괴.. [7] 으랏차 2021.05.06 736
115689 홈랜드. [8] paranoid android 2021.05.06 5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