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1 02:03
한동석의 [씬]은 영화촬영장을 배경으로 한 호러입니다. 그 때문에 당연히 이 [씬]이 [Scene]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Sin]입니다. 도입부에도 죄에 대한 긴 이야기가 자막으로 나와요. 그런데 전 좀 어리둥절합니다.
이 영화의 어떤 캐릭터에겐 이게 맞는 제목처럼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전 '죄'나 '원죄'는 이 영화와 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하여간 산속에 있는 폐교가 무대입니다. 선댄스에서도 주목을 받은 영화감독이 이곳에서
춤과 관련된 영화를 찍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댄서인 시영을 캐스팅하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거의 알려주지
않아요. 촬영장은 시영이 도착하자마자 마네킹이 옥상에서 떨어지는 등 분위기가 안 좋고 제대로 통제가
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 수상쩍은 글자나 문양 같은 것이 있고 촬영 중인
건물 맞은 편에선 오컬트 신자 같은 사람들이 또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건이 터집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죠. 갑자기 촬영장 사람들이
한 명씩 좀비가 되는 겁니다. 시영은 동료 댄서인 채영과 함께 좀비들을 피해 폐교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휴대전화는 안 터집니다. 아무리 산속에 있다고 해도 옛날엔 학교였던 곳인데
이게 정상일까요.
이게 끝인가? 아니요. 그 뒤에도 영화는 계속 방향을 바꾸어 갑니다. 좀비 사건이 마무리되면
비교적 긴 회상이 이어지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는데 그렇다고 그 부분에서 모든 게 해명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결코 게으른 영화는 아니에요. 늘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서브 장르가 동시에 공존하기 때문에 좀비 소동과 같은 익숙한 상황도 영화 전체를
통해 보면 조금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잘 붙어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죠. 예를 들어 회상 장면은 당연히 흐름을 끊어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에필로그는 거의 [퇴마록]이나 마블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와 같은
설정을 소개하는데, 전 이게 그냥 좀 잉여 같고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깨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제가 좀 어리둥절하죠. 이 영화의 악역은 그냥 괴물로 태어났고,
이런 존재에게 죄를 묻는 건 무의미합니다. 다른 접근법이 더 효율적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가며
만들어지는 혼란스러움 자체가 재미이고, 모 [여고괴담] 영화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사악함이랄까, 그런 게 있습니다. 무엇보다 호러로서 거의 파산 상태였던 [뒤주]와
비교해 보면 장르적 아이디어와 재미가 꽤 있습니다.
(24/04/11)
★★☆
기타등등
1. 이상아가 나옵니다. 한동안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까먹은 배우였는데 말이죠. 이상아라는 이름과 연결이
쉽게 되지 않는 역할이라 몇 초 동안 긴가민가 했습니다.
2.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 상간녀를 같이 묶다니 너무했습니다. 상간녀도 나름 사정이 있을 수 있겠죠. '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걸 가볍게 여기면 아무래도 문제가 돼죠.
감독: 한동석,
배우: 김윤혜, 송이재, 박지훈, 이상아
다른 제목: The Sin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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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슬쩍 거대 악에 대항하는 집단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꽤 근사하게 비볐어요. 이 정도 호러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핸드폰은 외져서 안 터진건 아닌 것 같아요.
영화스텝들이 처음에는 통화가 됐는데, 첫 사건 직후 갑자기 안 된다고 했으니까요.
복수를 위해 몇 년을 준비했는데, 핸드폰 기지국이나 중계기 정도를 일정시간 마비시키는 건 일도 아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