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밴드, skunk anansie

2012.08.30 17:20

토마스 쇼 조회 수:1188

오전부터 아른아른 내리길래 신나서 창문을 몽땅 열어놓고 작업했더니 으슬으슬 춥네요

내일은 팔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팔월이 끝나요.

내일은 또, 굵직한 메이저 공모전들 마감날입니다 네. 저는 소설을 준비하고 있어요.

방금 마지막 소설 탈고하고 늘어져 있습니다. 개운하기도 하고 미련도 남고 그러네요.

하지만 이제 떠나보내야죠 더 좋아질 수 없으리라는 확신도 조금 들구요.

올인해서 엄청몹시매우무지너무 열심히 쓴 글은 아니지만, 오래 묵히면서 야금야금 재밌게 놀았습니다

이제 안녕, 하면서 음악 듣고 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 곡이 떠오르더라구요

 

 

스컹크 아난씨를 처음 알게된 건 이 곡을 통해서였는데, 뮤직비디오도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스킨이라는 이름의 저 흑인 보컬리스트, 굉장히 매혹적이었어요.

제가 아는 유일한,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가 프론트인 밴드예요.

목소리를 구성하는 미세한 분자라든지, 아무튼 짙은 밤색의 세포들이 막 수없이 덮쳐오는 듯한, 그런 소울과 감성을 가진 사람.

고등학교 때 매일 이 노래 들으면서 하교했는데, 야자 끝나고 열두시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밤의 논밭과 풀냄새 같은 게 떠올라요.

 

 

 

 

그리고 이 곡, hedonism은 가사가 참 예뻐요.

몇 년 전에 만든 긴 소설의 테마가 이 곡이었죠. 글의 소스를 준 음악이예요.

소설 제목은 <그 청량함>이었는데, 스킨을 연상하며 만들었어요.

스컹크 아난씨는 하드하거나 펑크한 곡도 굉장히 많은데, 이런 서정적인 곡들과는 또다른, 보컬의 매력이 굉장히 특색있게 드러나요.

 

 

 

 

이 곡도 참 아름답죠. 스킨이 내지를 때 숨을 멈추게 돼요. 뮤직비디오에서 유령이 그에게 다가가는 장면도 예쁘구요.

스킨이 나직하게 부를 때 마치 여러 개의 음성이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설명하기 힘들지만, 여러 개의 겹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각기 다른 촉감으로 성대를 타고 오르는 것 같은.

Anansie는 서아프리카 설화에 나오는 거미 인간의 이름이래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막연히 떠오르는 어떤 그림이 있어요. 스킨과 어울려요.

 

 

 

 

 

그리고 오늘 마지막 퇴고를 하면서 이 곡을 무한 재생 했습니다. 50초부터 노래가 나와요.

마지막 엔터를 치고 멍- 하게 있는데 스퀀더, 스퀀더, 소리에 가슴이 막 뛰더라구요.

조금 슬프기도 하고.

몇 번 멘붕하고 손 놓고 딴짓하고 혼자 화도 내고 좌절도 하고 막 울고 그랬는데 당분간은 아마 이럴 일이 없겠죠.

신나게 쓰고 막 꾸며내고 몰아넣고 죽이고 사랑하고 성냈다가 그리워하고 음,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 쓰는 동안 내내.

오늘밤 일기를 좀 쓰고, 일찍 자고, 내일 우체국에서 원고를 부치고,

내일 밤부터는 다시 생업이 시작돼요.

쓸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습니다.

 

 

아무튼, 스컹크 아난씨 같이 듣자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스킨 찬양과 이런저런 넋두리로 끝나버리네요.

빗소리가 좋아요.

이런 비 이제 몇 번 남지 않았을 거예요. 한겨울에는 비오는 날이 무척 그립더라구요. 아, 올여름도 늘 비가 그리웠던 것 같긴 하네요.

비피해없이 무사히. 좋은 비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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