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글 재탕.... 은 아니고 몇 군데 고쳐서 올립니다.




탕국 얘기 전에 일단 생선부터....





저희 집에서는 보통 차례상에 올리는 조기를 아래에 써둔 식으로 찝니다만....

(주로 흰살생선. 고디- (고등어)라든가, 붉은살 생선은 그냥 구워먹는 경우가 많음)



1. 조기나 민어 등을 손질한 후 소금간을 한다.
(보통 여기까지는 어시장 생선가게에서 해 주는 경우가 있음)

2. 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 재빨리 물로 한번 헹궈 소금기를 털어낸 뒤에 천천히 물에 담궈 헹군다.
(이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너무 오래 담궈두면 생선이 짜기 때문에... 어머니의 타이밍은 저도 따라가기 힘듬)

3. 생선 주둥이나 아가미에 노끈을 묶어서 빨래걸이 등에 주렁주렁 매단 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한나절 말린다.
(곶감 말리는 요령과 비슷하지만 곶감이나 메주와는 달리 땡볕보다 그늘지고 바람 잘 부는 곳에 둡니다)

4. 찜솥에 넣고 강한 불에서 25분 정도 찐다.
(이 타이밍도 중요함. 너무 덜 찌면 생선이 비린내가 나고 너무 찌면 꺼낼 때 생선 몸뚱이가 바스러짐.

그래서 보통 꺼낼 때 주걱을 이용하죠. 일단 찜솥의 불을 껐으면 놔두지 말고 바로 꺼내야 합니다.)

5. 대나무 발이나 쇠소쿠리 평평한 데에다 널어놓고 바람 잘 드는 그늘에 두고 상온에서 식힌다.

6. 냉장보관을 일주일 정도는 거뜬하고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보관했다가 (해동 후) 구워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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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손이 좀 많이 가긴 하지만, 조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은 역시 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조리법은 단지 사람들이 귀찮아서 안 할 뿐이지 다들 알고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실은 아는 한의사 선생님네 집에서 가끔 주말에 점심을 얻어먹을 때가 있는데...

그 때 그 선생님댁 사모님하고 얘기하다 보니...

지방에 따라서는 이런 조리방식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더라, 는 얘기죠.


(사모님은 강원도 출신입니다. 대신에 버섯이나 산나물 요리는 정말 이 분 솜씨가 기가 막히더군요.
아무래도 마산에서 생선 올라가는 부분에, 여기 중부지방에서는 고기요리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이래저래 생선 먹는 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재밌는 일입니다.
크기라든가 먹는 방식도 마산서 먹던 거하고는 다르고...

경상남도 마산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생선 크기가 팔뚝만하기 때문에

한가운데를 반토막으로 뚝 잘라서 주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 쪽은 (물론 반토막으로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금 작은 걸 온전하게 내놓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조금한 걸 여러 개 구워서 주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생선 배를 반으로 갈라 펼쳐서 구운 걸 내놓기도 하더군요. (요건 일본식인가)


한 가지 더 재밌는 건 서울쪽에서 많이 먹는 삼치구이를

제 어릴 적에는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옛날에 한희작 화백의 성인극화에 '삼치구이'가 등장했을 때,

어린 눈에는 참치구이가 오타난 줄 알았던 적도 있죠(.....)



"참치는 참 버릴 데 없는 생선 아이가, 여름엔 회치묵고, 겨울에는 꾸 묵고..." - 임신행 동화작가/교사, "해뜨는 섬" 중에서



- 일전에 고향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마산에도 삼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구운 생선은 거의 고등어, 아니면 갈치였죠.


고등어는 무우 넣고 된장찜으로 조려먹으면 맛있고.

기름 안 바르고 그냥 한 10분씩 후라이팬에다 뒤집어 구워도 되는 간단한 생선이니까,

자취하면서 아침 단골 메뉴기도 했고.

그런데 서울 와서 갈치 가격 보고 눈 뒤집어지는 줄 알았음.

차장사 주제에 뭐이리 비싸?;;;; 랄까요. 니가 식객의 성찬이냐?!

아아, 진짜 발에 채이듯 흔히 보이는 게 남해바다 갈치였는데. 쩝쩝.
(*처음 이 얘기를 했던 때는 제가 신림동 있던 시절입니다.

강북으로 올라와 경동시장 쪽으로 나가보니까 눈을 의심할 정도로 싸더군요.

고등어 한 손에 2천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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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음식 풍습이 다른 걸 발견하는 것도 살아가면서 작은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예컨대 해묵은 논쟁의 떡밥인 "순대를 찍어먹는 것은 꽃소금인가 막장인가?" 라든가. (......)


- 근데 이런 떡밥 중에는 "제삿상에는 토란국인가 탕국인가?" 라는 것도 있더군요.


에피소드 하나.


추석때 내려가서 음식 준비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서울서는 젯상에 탕국 안 올리는 모양이데예."

라고 하니까, 그러자 모친께서 니르시되.

"그 집은 어째 젯상에 탕국도 안올린다 굴캐샀느노."


"토란국이라는 기 있는갑던데."


"그기 뭐고?"



- 이후는 고향동네 유지였던 '함안 조가' 관련으로 화제가 넘어가서 음식 얘기는 쫑 났습니다마는...
(사족. 함안/의령 지역 국회의원 출마하는 사람들 보면 꼭 조가가 한두 명씩 있습니다. 함안조씨 문중이죠.
80년대는 그 전두환패거리 실세인 정동호씨가 4선을 해먹는 바람에 조씨들은 항상 들러리를 섰는데,
YS때 정동호씨가 비리로 퇴출되고 나니까 그제서야 선거 3수생-_- 조홍래씨가 이 동네 국회의원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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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탕국이 뭔지 모르시는 분?;;;;;;


저도 좀 신기해서 이래저래 알아보니까

서울서는 집마다 말이 다른 게,


어느 집에선 탕국 올린다 그러고

어느 집에선 토란국 올린다 해서 좀 헷갈립니다.


탕국은... 전체적으로 북어국이랑 비슷한데

두부, 쇠고기, 무, 홍합, 개발(조개..대합 깐 걸 이렇게 부릅니다) 등으로 맛을 내고
결정적으로 삶은 문어를 넣고 커다란 찜솥에 푹 끓여냅니다.

이게 많이 끓일수록 맛있다네요.... (요거는 마산 지방 특징인 듯. 다른덴 문어 안 들어간다고)



다른 집에서는 새우나 오징어도 들어가는 모양인데

저희 집에서는 개운한 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잘 안 씁니다.


쇠고기도 메인이 아니고.

모친의 조리법으로는 오로지 해물과 무우의 맛으로 승부를 하시더군요.



P.S.
저도 서울 와서 대학시절에 자취하다가 한 번 시도해 봤지만, 장렬하게 실패.

그 얘길 어느 날 전화통에다 했더니...

"자알 한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처묵을 줄은 아는가베.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 니는 그거 못 끼린다."

"아 와예"

"탕국을 그 자루달린 냄비에다가 쪼마낳게 끼리는 놈은

시상 천지에 니뻬이(너밖에) 없을끼다.
그거는 큰 솥에 한빨띠기 끓이 놔야 뭣이 좀 울카지도 울카지지(우려나지).
내 꼬박꼬박 붙이준 돈갖고 엄뚠(엉뚱한) 꼬라지 하지 말고 책이나 한자 더 봐라."


"아 뭐 아들네미가 굶고댕기는 것도 아이고 뭐좀 해먹겠다카는데"


"칵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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