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부터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KBS와 CCTV가 공동제작한 다큐 시리즈가 KBS1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리즈, 양 방송사 특징 및 양국이 서로를 보는 시각을
제작기법에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KBS는 이제 자신만의 다큐 기법을 완전히 확립한 것 같다.
주말 다큐를 만들어온지 어언 15,16년쯤이다.
이제는 딱 보면 "KBS에서 만들었다"라는 특징이 보인다.
소재를 조명하는 시각과 주제접근 방식이 입채적이면서도 스무스하다.
NHK와는 또 다르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아이덴티티가 될 만한 부분이다.
차마고도, 누들로드로 이어지는 영상과 내용구성, 연출 문법은 이제 확립되었다.
좋게 보면 그렇고, 나쁘게 보면 제작 디테일에 힘썼다기보다는
소재상 특종(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음)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고
그 이후는 기존 KBS스페셜스럽게 뽑아냈다.
다만 중국 내에 한국이 중국의 성장과 중국의 특이한 소재(객가인)를 보는
시각을 선사한다는 의의는 있다.
중국측에서는 철저히 문화산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솔직히 화면구성과 비주얼연출 편집은
거의 케이블TV수준으로 조밀하고 인상적이다.
군데군데 DSLR을 이용한 감각적 화면도 눈에 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잘 짜여진 다큐이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지만 입체적이지는 못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시청각교재를 보는 느낌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국굴기" 시리즈에서는
이런 스트레이트 분석기법이 효과적이었다.
대국굴기란 소재 자체가 워낙 신선했기 때문에
소재의 힘이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본 한류는 한국인 입장에선 약간은 평면적 소재다.
(중국에선 통할 것이다. 이 다큐는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중국인을 위한 영상보고서에 가깝다.)
세계에 존재감을 알린 중국 방송다큐지만,
공산주의 시절 관영 미디어의 버릇은 이처럼 뿌리깊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중국 매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를 보는 신선한 경험,이란 큰 의의가 있다.
덧.
중국의 프로파간다 영상물은 지금 수준으로도 이 정도다.
이게 2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