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4 23:27
네 명의 무명배우들이 숲 속 오두막에 들어갑니다. 그들의 목표는 자기들이 출연할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죠.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데, 배우 한 명이 종이백을 머리에 뒤집어 쓴 정체불명의 침입자에 대한 꿈을 꿉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러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 어떨까? 괜찮은 생각인 거 같아 한 명이 작업에 들어갔는데, 진짜로
종이봉투를 뒤집어 쓴 침입자가 칼을 들고 오두막을 찾아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듀플라스 형제의 [백헤드]는 비평가들이 '멈블고어'라는 좀 어처구니 없는 이름으로 부르는 부류에 속한 영화입니다. 멈블고어는
멈블코어, 그러니까 스토리보다 대사와 즉흥 연기를 중요하시는 미국 독립영화 스타일을 따르는 호러 영화를 가리키죠. 얼마
전에 소개한 [소름] 시리즈도 멈블고어에 속합니다. 말장난이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은 아니에요. 꼭 고어 장면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거죠.
[백헤드]도 대단한 호러 장면은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주력하는 것도 호러가 아니라 닳아빠진 슬래셔 아이디어를 갖고
캐릭터 중심의 코미디를 만들어보는 것이고요. 영화의 스타일을 고려해보면 아주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도 어려워요.
[백헤드]는 호러영화라기보다는 호러영화를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거의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설정도
여기에 맞추어져 있고 이를 통해 보면 결말도 완벽하게 말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호러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코미디였는지도 모르겠고. 전 여전히 단편으로
만들었다면 더 잘 먹혔을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멈블코어 영화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테크닉을 슬래셔 영화의 클리셰와 결합한 결과물은 꽤 새로운 편입니다. 그리고 주제가 상당히 선명한
편이에요. 단순히 관객들을 자극하는 대신 영화 만들기의 윤리에 대해 꽤 깊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게릴라 전법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호러영화팬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18/01/14)
★★☆
기타등등
네 배우 중 한 명이 그레타 거윅이에요. 이 사람도 그 동안 참 먼 길을 걸어왔죠.
감독: Jay Duplass, Mark Duplass, 배우: Steve Zissis, Ross Partridge, Greta Gerwig, Elise Muller, Jett Garn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9236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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