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9 08:16
전 여전히 [타이탄]이 지나치게 구박받는 영화라고 생각하지요. 성급하게 추가한 3D 효과가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고, 나름 사랑받는 원작과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스 신화와 신에 대한 영화의 냉소적인 접근법은 재미있었고, 소문에 따르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 번쯤 할 만한 이야기였다는 거죠.
속편이 나왔습니다. [타이탄의 분노]라는 제목을 달고요. 이 속편은 전편의 핸디캡 모두에서 해방되어 있어요.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3D 효과도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투여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맥스 영화랍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고향에 돌아가 평범한 어부로 살아가던 페르세우스는 어느 새 아들 하나를 둔 홀아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자, 기도로 먹고 사는 신들은 힘을 잃고 있었고요. 이 틈을 이용해 지금까지 땅 속 깊은 곳에 감금되어 있던 크로노스는 하데스와 아레스를 유혹해 다시 지상으로 기어나가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온갖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페르세우스 뿐.
전편이 신의 존재나 종교에 대해 냉소적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신들의 세계를 박살냅니다.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그리스 신들이 마구 죽어나가요.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에서도 그러더니, 이것도 유행인가요? 하여간 이 영화의 신들은 불사의 전능자가 아니에요. 죽을 수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존재들이죠. 하는 짓 보면 우리가 아는 신보다는 제다이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네, 리암 니슨이 제우스 연기하는 거 보고 하는 말 맞습니다.
나름 엄청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드라마는 그렇게 깊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신들의 막장 드라마는 거대하게 시작되지만 싱겁게 봉합되지요. 저에겐 페르세우스에 대한 아레스의 질투 같은 건 동기로서 너무 약해보입니다. 그래도 아레스는 신이잖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우스가 바람피우고 겁탈해서 낳은 애들이 몇인데. 아, 정말 정이 안 가는 무리들이라니까.
간촐한 드라마가 남긴 자리에 채우는 건 3D 아이맥스로 보여주는 신화 속 괴물들과 신들과 반신들과 인간들의 난장판 전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화끈합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을 맡은 조나단 리브스만은 외계인 침략물인 [월드 인베이션]을 만든 사람인데, 현대 전쟁물의 스타일을 그럴싸하게 신화 속 세계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키메라가 마을을 습격하는 영화 초반 장면의 생생함은 인상적입니다. 3D 효과도 전편에 비해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요. 여기에 아이맥스까지 첨가한다면 스펙터클이 모자란다고 불평할 관객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12/03/29)
★★★
기타등등
1. 그리스 신화를 엄격하게 따진다면 이 이야기는 그리 앞뒤가 맞지 않지요. 이 영화에서 죽어가는 신들은 트로이 전쟁까지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2.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제우스는 막내입니다. 하데스, 포세이돈 모두 형이라고요. 자막 만들 때 신경 좀 쓰지.
3. 이 영화에도 부보가 나옵니다. 참 끈질긴 새입니다.
감독: Jonathan Liebesman, 출연: Sam Worthington, Liam Neeson, Ralph Fiennes, Édgar Ramírez, Toby Kebbell, Rosamund Pike, Bill Nighy, Danny Huston, John Bell, Lily Jam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64698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799
2012.03.29 08:45
2012.03.29 09:00
2012.03.29 09:11
2012.03.29 09:24
2012.03.29 21:42
2012.03.30 13:42
2012.04.01 22:42
2012.04.02 09:59
2012.04.02 23:0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6 | 낙동강전투: 최후의 고지전 Men in War (1957) [4] | DJUNA | 2020.05.19 | 2174 |
105 | 나폴레옹 Napoleon (2023) | DJUNA | 2023.12.18 | 2231 |
104 | 페티코트 작전 Operation Petticoat (1959) [1] | DJUNA | 2015.02.28 | 2364 |
103 | 디보션 Devotion (2022) | DJUNA | 2023.01.23 | 2487 |
102 | 카날 Kanał (1957) | DJUNA | 2015.04.11 | 2546 |
101 | 안테벨룸 Antebellum (2020) | DJUNA | 2022.04.03 | 2583 |
100 | 날개 Krylya (1966) [4] | DJUNA | 2015.04.20 | 2596 |
99 | Da 5 블러드 Da 5 Bloods (2020) | DJUNA | 2020.06.13 | 2638 |
98 | 레마겐의 철교 The Bridge at Remagen (1969) [2] | DJUNA | 2015.02.28 | 2864 |
97 |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 Les maudits (1947) | DJUNA | 2015.02.28 | 2876 |
96 | 빈폴 Dylda (2019) | DJUNA | 2020.01.30 | 3178 |
95 | 마르케타 라자로바 Marketa Lazarová (1967) [1] | DJUNA | 2015.04.30 | 3187 |
94 | 지옥의 영웅들 The Big Red One (1980) | DJUNA | 2015.02.26 | 3342 |
93 | 미스터 로버츠 Mister Roberts (1955) | DJUNA | 2015.01.21 | 3396 |
92 | 열두 번째 용의자 (2019) | DJUNA | 2019.10.16 | 3529 |
91 | 학이 난다 Letyat zhuravli (1957) [2] | DJUNA | 2015.04.28 | 3650 |
90 | 센소 Senso (1954) [1] | DJUNA | 2015.06.22 | 3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