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3 18:24
여러방면(?)으로 유명한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어제 올라온 오리지널 신작영화입니다. 이미 수차례 영상화가 됐었고 작품성 면에서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들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추억의 배우 실비아 크리스텔이 나왔던 버젼이 특히나 저같은 남성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죠.
사실 저도 직접 이전 각색물들을 본 적은 없고 수위가 높다는 점이나 플롯 정도만 대충 알고 있었는데 새로 만들어진 김에 처음으로 감상했는데 그냥 이야기가 담고있는 메시지와 당시 시대상 등의 반영이 훌륭한 작품이더군요. 기본 줄거리야 상류층 마님이 외모 훈훈한 하인변강쇠과 사랑에 빠져서 육체적으로 깊은 관계에 빠진다는 뻔하디 뻔한 내용인데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주인공들의 상황과 시대적, 사회적인 맥락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물론 2022년에 여성감독이 만든 작품이다보니 페미니즘 적인 시각에서의 해석도 들어가는데 그냥 원작의 기본설정으로 봐도 당연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꽤나 디테일하게 그려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식의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두 주인공의 격렬한 육체적 관계도 단순한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닌 그간 여러가지로 억눌려있던 처지에서 진정한 해방감과 행복을 느끼며 둘의 사랑이 깊어지는 장치로 중요할 수 밖에 없게 다뤄졌습니다. 아마 넷플릭스 관련 컨텐츠 중에서 아예 그쪽을 노린 '365일'이런 작품들을 제외하면 노출과 성애묘사 수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올해 올라왔던 그 쓰레기 같은 '블론드'처럼 착취적인 것은 전혀 아니고 센슈얼하면서도 아름답고 진실되게 묘사된 것 같아요. 두 주연배우가 완전히 몸과 마음을 바쳐 연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젊은 시절 다이애나 역을 맡아 주목받은 엠마 코린은 앞으로 스타가 될 퀄리티가 철철 넘치네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의 비쥬얼과 촬영도 매우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구요. 평을 찾아보니 '약간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이 원작의 최고 영상화 버젼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인 것 같네요. 간만에 눈호강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아주 훌륭한 시대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보너스로 이렇게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강탈해버리는 캐릭터도 있답니다 ㅠㅠ
2022.12.03 18:48
2022.12.03 19:52
저도 사극을 딱히 선호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퀄리티가 훌륭하면 그냥 상관없더라고요. 저도 실비아 크리스텔 이미지 때문에 이것도 그냥 약간 봐줄만한(?) 에로틱한 영화 정도로 이미지가 형성되어있었는데 막상 보니까 그 이상이더군요. 물론 이 작품 기준입니다만
2022.12.03 18:54
일단 ㅠㅠ.....(?)
저는 LadyBird 님이 여성 회원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어요. 남성이라는 걸 이 글 보고 알았습니다. 저만 몰랐을까요. 잠시 마음의 방황을 겪습니다.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권하길래 좀 뜬금없는 영화화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근데 글을 읽어 보니 작품이 괜찮게 나왔나 봅니다. 갑자기 관심이 확 생겨요. 일찍 확인하시고 추천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12.03 19:56
딱히 그런 척을 하려던 건 아닌데 아마 닉네임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여성서사 영화들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고 지지하는 의견을 낸 적이 많아서 더 그렇게 보였을텐데 아마 다른 분들도 오해(?)하시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방황씩이나 ㅎㅎ
작품 진짜 괜찮습니다. 자신이 매우 엄격한 유교맨이라거나 그런 경우만 아니라면 좋은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넷플이 하반기에는 좋은 오리지널 영화들이 그래도 간간히 올라오는 느낌이에요.
2022.12.03 21:54
연애할때 저정도는 다 해보는거 아닌가요 그러다보니 저는 시큰둥.... 그게 평생 갈것 같지 다 의미없다
2022.12.03 22:39
음... 저는 저정도까지는 못해봤네요 안타깝게도 ㅠㅠ 뭐 영화 속의 로맨스라는 것이 다 그렇잖아요. 서로 한창 불타는 시기, 아니면 드라마틱하게 헤어지는 시기를 자주 다루기 마련이죠.
2022.12.04 15:34
저 눈팅하면서 레이디버드님의 추천 영화를 꽤 많이 챙겨 봤었는데 남성분이라는 걸 알고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ㅎㅎ이번에도 당연히 보려고 생각 중이었는데요.
그렇지만 성별로 인해 뭐 달라질 건 없겠지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12.04 17:07
그냥 저의 최애영화일뿐인데 레이디 하나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상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닉네임이 다른 뭔가 기발한 게 생각나는 것도 없고 그래서 대충 좋아하는 영화로 해버렸습니다 ㅎㅎ 제가 글 쓰는 어투가 딱히 여성스럽거나 그렇진 않을텐데 일단 닉네임으로 현혹(?)되서 그렇게 느껴지시지는 않았는가 궁금합니다. 영화 즐겁게 감상하세요.
2022.12.04 21:24
초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였나 세계문학전집을 사주신 어머니가 그 책 한권을 쓱 빼서 우리들 못 보게 감추셨던 기억이 나네요. 딱히 그런데 관심 없는 편이라 굳이 찾아서 읽고 그러진 않았습니다만(사실은 그 전에 사주신 한국문학전집에도 이미 19금 장면이 차고 넘쳐서 궁금증이 생길 것도 뭣도 없었던 탓에). 덕분에 아직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마님과 돌쇠의 로맨스라는 상당히 고전적 조합이 이 원작에서 유래한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시대극이라면 좋아하지만 로맨스 장르에 관심이 없어서 보게 될지 어떨지, 그래도 좋은 후기 기억해두겠습니다.
2022.12.04 22:35
하하하 어머니께서 뭘 좀 아셨었군요. 유래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감상한 그런 소재의 작품들 중에서 제일 알차고 완성도가 높았어요. 막 대놓고 에로를 노린 것은 아닌데 아름답고 격정적(?)으로 야하고...
고삼 때 친구가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갖고 있던 영문 책을 다 읽었던 기억 + 나아중에 영화판을 보고 '의외로 멀쩡한 영화였네' 했던 기억만 있어요. 아마도 그게 실비아 크리스텔 버전이었을 텐데 충분히 늙고 나서 봐서 그런지 야한 것보다 드라마가 더 인상 깊더라구요. 어린 시절 유명세 때문에 걍 허접한 에로 영화일 거라 생각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