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랄 게 없는 영화지만 일단은 마지막에 흰 글자로...




 - 교복 입은 여고생이 들판(?)을 자전거로 달립니다. 텅 빈 학교에 도착해서 이유를 알 수 없게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돌아다니다가 무슨 하찮아 보이는 보물 상자를 찾아내고 기뻐하는데 또 하나의 여고생이 나타나 상자를 놓고 격투를 벌이네요. 갸를 물리치고 나니 여고생 하나가 더 등장해 또 싸우고... 하다가 갑자기 좀비들이 나옵니다? ㅋㅋㅋ 그래서 좀비도 좀 두들겨 패다가 컷! 고등학교 동아리의 영화 촬영이었던 거죠. 투덜투덜거리고 좀 변태 같지만 나름 열정적인 담당 교사가 외딴 곳의 폐교를 섭외해서 촬영을 왔는데, 클라이막스를 담당할 최종 배틀의 빌런 역할을 맡은 학생이 아직 안 왔어요. 그래서 담당 교사가 잠깐 어딜 다녀오겠다며 두 시간을 자리 비운 동안에... 학교에 의문의 야쿠자들이 들이닥치고. 숨만 쉬고 숨어 있으려 했던 주인공들이 결국 이들과 쥐어패고 싸우게 되는 건 당연한 순리겠죠.




 - 하찮은 규모로 만들어진 일본산 B급 장르물이라는 건 어제 본 '사무라이 vs 좀비'와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 퀄리티를 볼 때 이 하찮음 배틀의 승자는 이 '하이킥 엔젤스'일 것이 확실해요. 정말로 가난한 영화 특유의 어중간한 영상미(?)가 가득하거든요. 나오는 배우들도 거의 연기가 어설퍼요. 괜찮게 하는 배우도 있긴 한데, 언어의 벽을 넘어서도 '아 이건 못하는데?'라는 느낌이 확실히 전달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ㅋㅋ 그런데... 훨씬 재밌게 봤단 말이죠. 워낙 별로로 봤던 영화랑 상대 평가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마 전 언제 무슨 영화들 사이에 봤어도 이 영화는 재밌게 봤을 거에요.




 - 참으로 불순한 취향을 대놓고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왜 [일본 + 교복 여고생 + 환타지]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아름답지 못한 취향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주 정직하게 추구하거든요. 특히 주인공 사쿠라 캐릭터는 유난히 짧은 치마를 입고 내내 발차기를 해대다 보니 계속 팬티가 보여요. 그 외에는 딱히 성적으로 불쾌한 장면 같은 게 전혀 없긴 한데 그래서 더 웃깁니다. 그 분들은 왜 굳이 이런 데 집착하는 거죠. 야한 것도 아니고 그냥 민망할 뿐인데요. ㅋㅋㅋ


 그리고 온통 여배우들이 나와서 여자 캐릭터들이 다 해먹는 이야기지만 당연히도 이 영화의 여고생들에게 현실 인간의 체취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략 흔한 일본 망가, 아니메 속 클리셰 캐릭터들이죠. 애초에 2014년에 이소룡, 성룡 흉내 내면서 액션 스타가 되길 꿈꾸는 여고생들이라니 뭐, 너무 액션 덕후 아저씨들의 소망 성취 환타지잖아요. ㅋㅋ 물론 현실에 이런 여성들이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걸 그려내는 방식의 문제죠.




 - 이런저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제가 결국 재밌게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쨌든 이걸 만들어낸 사람들이 굉장히 진심이라는 거. 그게 막 느껴지는 부류의 영화거든요. 모자란 건 넘치지만 열정 하난 지지 않겠어!! 뭐 이런 의지가 영화 내내 넘실거려서 도저히 나쁘게 볼 수가 없었어요. ㅋㅋ


 일단 주인공 여성 캐릭터 다섯 중에 셋만 액션을 하는데요. 이 분들이 각각 초딩 때 카라테 검은 띠를 따고 현재까지 도장을 다니며 액션 전문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 + 중3 때 카라테 대회 우승자 & 액션 전문 + 당시 기준 현역 킥복서 & 액션과 스턴트 전문... 뭐 이렇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격투씬을 다 본인들이 직접 소화하는데 이게 무술이나 운동을 본격적으로 안 해 본 사람이 연습으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에요. 물론 성룡 이소룡 급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만. ㅋㅋㅋ 그래도 뭔가 제대로 하는구나! 라는 폼은 난다는 것. 


 그리고 위에서 팬티 얘기(...)를 했습니다만. 의외로 영화가 배우들의 섹스 어필 같은 부분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 영화가 들이미는 눈요깃 거리란 그저 액션과 액션과 액션이에요. 그리고 그 '액션'의 퀄이 전반적으로 괜찮습니다. 물론 대자본 들여 만든 액션 영화들과 직접 비교는 곤란하겠죠. 종종 소화가 잘 안 되어서 박력이 떨어져 보이는 장면들이 (특정 캐릭터 하나의 액션들이 거의 그랬습니다. 나름 경력자라지만 실력이 부족했던 거죠.) 보이기도 하고, 아주 끝내준다 싶은 장면까진 별로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캐릭터별로 개성을 나누고 그에 맞게 + 학교라는 배경에 맞춰 열심히 안무한 게 티가 나서 보는 재미는 충분했어요. 이렇게 성의가 와닿으니까, 그런 액션 수행 중에 자꾸 보이는 불상사(...)는 그냥 에라 이 변태들아! 하고 눈 감아주게 되더군요. ㅋㅋ




 - 이야기 자체는 뭐... 별 거 없습니다. 그냥 흔한 성장담이고 일본 만화식 성장담이죠. 멋모르고 열정 하나 믿고 날뛰던 천둥 벌거숭이가 커다란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고,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 맞서 싸우고. 그 와중에 겉돌던 냉담자는 마음을 열고 마지막엔 감동의 해피엔딩... 뭐 이런 식이구요. 그걸 또 일본 만화스런 개그, 드립들과 과장된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건데요. 누가 뭐라 해도 쉴드가 어려운 유치함을 자랑하지만 뻔할 뻔자 스토리가 주는 재미란 게 또 있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던 '사무라이 vs 좀비'보단 훨씬 나았구요.


 그리고 뭣보다 배우들의 힘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연기력이나 인지도보단 그저 액션 장면 수행 능력 하나만 갖고 선택된 게 분명한 분들인데요. 이 분들의 필모를 살펴 보면 참 난감합니다. 주로 전대물에서 가면 쓰고 이름 없는 외계인이 되어 스턴트만 선보인 역할들이 많고. 아니면 액션물에 단역으로 나와 역시 스턴트. 다들 본업이 따로 있으신가? 싶은 경력들을 자랑합니다만. 이런 분들이 극장용 영화에서 무려 주연을 맡아서 영화 내내 카메라에 센터로 서서 활약을 하게 된 상황이란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정말로 다들 열심히 하는 게 보이고 즐기는 게 보여요. 그러니 연기력 좀 모자라도 사랑스러워 보이고. 하찮은 캐릭터들임에도 응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말하자면 작품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이야기가 만나는 접점 같은 것이 감상에 버프를 넣어주더라. 는 이야깁니다.




 - 덧붙여서... 아주 사알짝 '썸머, 필름을 타고!'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생각이 났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게 영화를 만드는 소녀들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그냥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액션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매우 분명하게 강조되다 보니 일반 씨네필들에게 어필하긴 무리이고. 또 저 영화들만큼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는 작품은 아니에요. 뭣보다 저 영화들과 비교하기엔 각본 자체가, 이야기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많이 모자랍니다. ㅋㅋㅋ 애초에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삼은 액션물일 뿐입니다만. 어쨌든 카메라 앞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엔 만든 사람들의 마음도 투영되어 있었겠죠. 라고 그냥 제 맘대로 좋게 봤습니다. 




 - 대충 할 말은 다 한 듯 한데요.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도배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겠죠. 근데 좀 팔릴만한 요소는 넣어야겠고 그래서 어찌저찌하다가 이런 기획에 이런 이야기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스탭들도, 주연 배우들도 단역 배우들도 모두 다 '액션을 찍을 거야!!!' 라는 열정으로 뭉쳤다는 게 막 느껴져서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혹시나 낚여서(?) 보시는 분들 계실까봐 다시 강조하지만 딱히 액션이 막 고퀄이고 그런 건 아니에요. ㅋㅋ 하지만 '액션이 주인공인 영화'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충분히 표현이 되었다는 느낌에 재밌게 잘 봤습니다. 




 + 경찰을 왜 안 부르냐구요? 당연히 통화권 이탈입니다. 당연히 말은 안 됩니다만 애초에 환타지물이니 뭐... 그러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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